지옥과 천당
어려서 가난하게 살아온 어머니는 늘 돈 때문에 바쁘게 사셨다. 그 덕분에 나는 성장과정에서 가난을 면했지만 대신 엄마의 품을 그리워하며 살았다.
유일하게 기억나는 것은 7살도 안된 나이. 집 앞 골목길에 있는 평상에서 엄마품에 잠든 기억이다. 골목길의 시원한 바람과 엄마의 향기는 서늘하면서 기분 좋았다.
당시 아버지는 밖으로 돌며 집에 오지 않았다.
가끔씩 집에 오는 날이면 중국음식과 용돈 그리고 아버지의 품을 허락하셨다.
시간이 흘러 당시 부모님 나이보다 지금 내가 훨씬 늙었다.
1년 가까이 치매에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시는 아버지를 돌보는 어머니가 너무 힘들어하셔서 시간이 날 때마다 부모님 집을 방문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좁고 갑갑한 방에서 80이 넘은 아버지를 탈출시켜 거실에 있는 안마의자에 앉히는 것이다.
평소 어머니 혼자 못하시는 일이다.
요즘 유행하는 트로트 방송을 켜고 볼륨을 최상으로 하면 아버지는 한참을 보시다가 안마의자에서 잠이 드신다.
그렇게 2시간쯤 졸면서 앉아 계시는 것만으로도 아버지는 행복하다고 어머니는 말씀하신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아버지는 안마의자에 앉아서 어눌하게 혼자 말씀을 하신다. 처음에는 설마 하는 심정으로 들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선명하게 들린다.
엄마. 엄마
어머니는 어머니를 보고 당신의 엄마처럼 부르는 아버지의 습관이 이미 오래되었다고 말씀하신다.
오늘 강의가 있어 이제 그만 아버지를 방으로 모시려는데 어머니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씀하신다.
여보
아들 때문에 천국으로 왔다가 지옥으로 갑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좁은 방은 지옥이고 5m 거리도 안 되는 거실은 천국이다. 아무 말씀도 안 하시는 아버지보다 정작 어머니의 마음이 찐하게 느껴지는 이야기이다.
언제부턴가 자식에게 고맙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시는 어머니는 오늘도 어김없이 집을 나서는 아들에게 부드러운 어조로 고맙다고 말씀을 하신다.
집을 나서는 마음이 천근만근이다.
강의를 끝내고 부모님을 먼저 보낸 선배 집에 들러 오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했더니 선배의 답은 따뜻하면서 차갑다.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