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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Aug 31. 2021

그때 알았으면 더 좋았을 아를

미친 빛과 색의 향연

아를 역에서 내려 10분 거리에 있는 고흐의 옐로 하우스는 전쟁으로 사라지고 그 흔적만 볼 수 있다. 이곳에서 고흐와 다툰 고갱이 역으로 가서 파리로 돌아가자 고흐는 자신의 귀를 자르며 점점 미쳐갔다. 고흐가 아름다운 빛과 색을 찾아 이곳에 내려온 지 1년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옐로 하우스에서 론 강 쪽으로 가면 고흐가 <별이 빛나는 밤>을 그렸던 장소가 나온다. 오전이라 강과 하늘은 지극히 맑지만 그 안에 고흐가 보았던 코발트 빛 블루를 머금고 있다.


고흐는 이곳에서 두텁게 바른 짙은 푸른색의 밤하늘을 배경으로 회오리치며 반짝이는 별의 모습과 그 아래로 성당과 집에서 쏟아져 나오는 도시의  빛 그리고 그것을 반사하는 론 강의 모습을 그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물결처럼 덧없이 흐르는 대지위에 형체가 불분명한 두 남녀의 모습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작품 전체적으로 미친 빛과 색이 주인공이다.


황량한 사막지역에 살았던 이슬람인 들에게 색은 생명의 원천이자 삶의 희망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화려한 색으로 궁전을 장식하였다. 또한 바르셀로나를 방문하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듯 근대 건축의 거장인 가우디는 공업화로 찌든 도시에 자신의 건축물을 지으며 물감을 쏟아부은 듯 색을 화려하게 사용하고 있다.



삭막하고 황량한 현실을 살고 있는 고흐에게
색은 생명이자 희망이었다.



론강을 따라 걷다가 오밀조밀 모여있는 아를의 중심가로 들어가서 아무 카페에 앉아 늘어지게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어둠이 찾아올 때 쯤 고흐기 <밤의 카페>를 그렸던 곳을 찾아 나섰다.


골목을 헤멘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치 내가 그림 속으로 들어가듯이 작품 속 카페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카페는 특유의 노란색 차양막으로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치열한 삶 속에 고흐는 늘 평화와 휴식을 갈망했다.


그가 보여주는 밤의 카페는 그 특유의 노란색과 밤이 주는 편안한 빛이 어우러져 그가 그렇게 간절히 원했던 평화와 휴식을 보여주고 있다.


무슨 일인지 짙은 노란색에서 여행자는 마음이 파도처럼 울렁거렸다. 겹겹이 쌓인 노란색에서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진정한 쉼에 대한 갈망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뒤로 별빛마저 편안하지만 슬픔이 깊게 배여 있는 듯 하다.



다음 날 아를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생레미 정신병원을 방문하였다. 이곳에서 고흐는 점점 심해져가는 정신병을 치료하면서 <별이 빛나는 밤에>를 완성했다.



고흐가 있었던 2층 병실에 들러 창 밖을 보니 사이프러스 나무 위로 하늘이 보이고 그 아래로 푸른 들판이 보인다.


고흐는 이곳에서 그의 걸작인 <별이 빛나는 밤에>를 완성했다. 고흐의 작품 안에서 하늘과 구름은 그의 내면처럼 소용돌이치고 있으며 사이프러스 나무 역시 시커먼 절망으로 춤추듯이 밤하늘을 향해 용솟음치고 있다.


하지만 작품에서 원래 있어야 할 들판은 보이지 않고 첨탑의 성당이 있는 조그만 시골마을이 들어서 있다. 프랑스 남부지방에서 볼 수 없는 첨탑 성당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은 고흐가 태어나고 살았던 네덜란드의 고향마을이다.


고흐는 소용돌이치는 세상의 혼란 속에서도 자신을 지켜주었던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평화를 한시도 잊지 않았다. 그에게 고향은 그의 어머니이자 맑은 정신을 가진 자신이었다.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이야기했다.


최근에 있었던 일들의 대부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조각들을 이리저리 다시 끼워 맞춰보려 했지만 다 부질없다. 문뜩 발작성 불안감이 휘몰아치듯 다가왔다가 조금 후 밑도 끝도 없는 공허와 허탈감이 밀려온다.



그래도 테오야 너무 걱정 말아라.
아무렇지 않게 멀쩡히 하루를 보낼 때도 많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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