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여행

오늘

친구

by 손봉기

20년 만에 대학친구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오래전에 장사한다고 빌린 돈을 갚겠다고 계좌번호를 불러달라고 합니다. 너무 오래된 일이라 됐다고 하니 막무가내로 알려 달라고 해서 알려줬더니 적지 않은 돈이 통장으로 입금되었습니다.


고맙다고 전화로 안부를 물어보니 친구는 아직 신불이고 아내와 이혼했으며 한분 남은 어머님과도 관계가 좋지 않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미안해서 오늘 약속을 하고 만나기로 했습니다. 약속 장소까지 버스를 타면 30분이면 되는 길을 2시간이 넘게 걸어갔습니다.


친구는 드라마에서 보듯이 장미꽃을 들고 왔습니다.


빨간색 장미 4송이와 노란색 장미 2송이.


생각해보면 그 친구는 가을 같은 남자였습니다. 대학교 1학년때 축제가 되면 우리 과에서 유일하게 기타를 치며 자신이 부르고 싶은 노래를 완곡하는 친구가 그였습니다.


만나서 안부를 물으니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초등학교 6학년부터 지금 24살이 될 때까지 홀로 키웠다고 합니다. 덕분에 매년 아들의 학교에 불려가는 수모를 겪었지만 오늘은 아들과 조조 영화를 보고 오는 길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친구와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술을 마시다가 내일 출근을 위해 커피로 해장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친구에게 문자를 남깁니다.




버텨서 고맙다. 이 정도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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