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아침 일찍 눈을 떠보니 공장에서 첫 야근을 한 후배가 카톡을 남겼다. 이틀 전 첫 월급을 받아서 술을 사겠다고 와서 인사불성이 되어 돌아가 놓고는 귀속 본능으로 집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연락을 남긴 친구다.
그는 술 먹는 내내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13시간 만에 숙소로 돌아오니 전기장판이 켜져 있네요.
수고했습니다. 의리가 있어 주인 따라 전기장판이 함께 야근을 했습니다. ㅋ
함께 단톡방에 있는 옛날 회사 동료는 어제부터 시작한 닭공장에 출근하기 싫다고 한다. 하루에 셀 수 없는 닭의 목숨을 앗아가는 비극의 현장에서 오늘은 얼마나 깨질까 걱정한다. 그나마 40대 중반인 그가 공장에서 막내라 귀염 받으며 일한다고 너스레를 뜬다.
대충 아침을 먹고 빈 사무실로 쫓기듯이 출근하면서 최근에 일어났던 일들이 정리가 된다.
정부가 보장하는 1프로 대출을 받기 위해 서류 지옥에 온갖 모르는 사람들의 눈총은 그리 문제가 될 일이 아니었다.
홈페이지 호스팅 바용을 아끼기 위해 모르는 언어로 가득한 세상에 옛날 함께 일했던 분의 도움을 받으며 한 달 내내 스스로 분통 터지며 자책을 했던 일쯤이야 티끌만 한 일인지도 모른다.
출근을 하지 여행의 고수이자 오래된 친구가 리스본을 여행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왔다.
헐 대박이라고 답변을 남걌다.
지난 20년간 여행사를 하고 있고 여행밖에 모르는 내 입장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간이 몇 년이 남았는지 모른다. 2년을 숨죽이며 살아왔지만 다 이상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다.
코로나와 상관없이 PCR 검사가 몇 번이든 격리가 며칠이든 여행을 꿈꾸고 여행을 가야 한다고 결심했다.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하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먹방과 힐링 그리고 인문 예술 등 여행 앞에 붙는 온갖 수식어에 아쉬움이 많았다. 그것으로 여행을 담기에는 그릇이 너무 작아서이다.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주는 것이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