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의 바닥
젊은 시절 삶을 동고동락했던 자원봉사 단체에서 강의를 하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여행업을 못하고 있는 저에게 도움을 주고자 딱히 필요하지 않아 보이는 강의를 열고 기회를 주었습니다.
차마 거절 못한 강의를 하면서 숨이 막혔습니다. 마스크로 호흡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뜬금없는 강의에 당황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순간 의미를 잃고 방황했습니다.
주섬주섬 강의를 마무리하고 나오는데 호주머니에 일반 강사료보다 두터운 봉투가 있었습니다.
집으로 와서 뜯지도 않고 봉투 그대로 서랍에 넣었습니다.
고맙고 감사했지만 부끄럽고 아팠습니다.
무엇을 해주는 것보다 지켜보는 것이 배려라는 생각과 상대의 호의를 부정적인 감정으로 대하고 있는 복잡한 나를 보면서 자존감의 바닥을 보았습니다.
하루하루 주어진 삶이 나이테가 되어 나를 이루고 있는 모습에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감사의 표시도 못하고 받아온 노란 꽃다발을 컵에 담으며 웃는 아내의 모습이 작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또 하루가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