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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Jul 17. 2022

경이로움의 일상

여행은 평화와 안식의 찰나이다.

스위스를 떠나 이탈리아 베니스로 이동한다.


일요일이라 주말을 알프스에서 즐기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이탈리아 여행자들로 열차는 발 디딜 틈 없다.


피곤한 여행자를 싣고 열차가 무심히 달리자 창밖으로 아름다운 호반도시 꼬모의 정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스위스와 이탈리아 국경지역에 있는 꼬모는 고요하면서도 아름다운 절경으로 예부터 많은 문인들이 찾는 곳이다.


멋진 정경을 선사하는 꼬모의 아름다움과 무관하게 열차 안은 피곤한 몸으로 잠이 든 여행자들 덕분에 고요하다.


늘 그렇듯이 고요함은 여행이 주는 선물이다.


여행을 하면서 메모하지 않고 이 삼일 지나면 대부분 여행자가 희미하게 잊혀지지만 지난 삼일간의 스위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생생하다.


삼 년 만에 온 알프스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알프스 자락의 아름다운 소도시 그린덴발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알프스의 정상 융프라우를 오르면서 보는 알프스의 영험한 산맥들과 그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푸른 들판 그리고 그 들판 곳곳에 모여 풀을 뜯는 소까지 아무리 보아도 비현실적인 풍경에 여행자는 몇 번이고 뒤돌아본다.  



곤돌라에 내려서 만년설로 뒤덮힌 융프라우를 보면서 걷는 2시간의 하이킹은 지난 3년의 아픔과 절망을 없애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닫을 때마다 펼쳐지는 거칠면서도 평온하고, 웅장하면서도 아늑한 알프스의 자태에 여행자의 몸과 마음이 스르륵 녹아버렸다.



그리고 나를 잊었다.



베니스로 내려가는 기차 안의 시간은 일상의 시간과는 별도로 천천히 움직인다.


천천히 움직이는 여행의 시간 속에 여행자의 얼굴은 어느새 일상의 근심걱정이 없는 편안한 얼굴로 바뀐다.  


느리고 편안한 여행자를 품고 열차는 멈추었다가 달리고 달리다가 멈추는 것을 반복하며, 붉은 지붕과 파스텔 톤 벽의 집들이 즐비한 이탈리아 속으로 들어간다.  


이탈리아에서는 이탈리아의 시간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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