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시가 되었다.
오후가 되자 세상이 텅 비었습니다.
해야 할 일을 못하고 자족하는 자신에 대한 미련 때문인지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불안한 마음을 잡고 사상 터미널로 향했습니다. 사상터미널로 가야 최종 목적지인 김해 하늘 공원을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상터미널에 도착해서 지상철을 타고 30분 넘게 달리자 박물관역에 도착했습니다. 박물관 역에서 가시 60번 버스를 타고 1시간을 달리자 김해 하늘 공원에 도착했습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산길을 올라 하늘 공원에 도착했지만 친구의 무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관리 사무소에 물어서 한참을 찾았지만 친구의 무덤이 보이지 않아 모든 무덤을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무덤마다 절절한 사연으로 마음이 바닥났습니다.
다시 관리사무소로 내려가서 친구의 무덤을 물어 한참을 헤매다가 마침내 찾았습니다.
두 번 절을 올린 후 한참을 멍하니 있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고등학교 선생님을 오랫동안 한 그는 최근 코로나에 걸려 고생하다가 격리가 풀려 서울에 있는 딸을 보러 갔다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비석에 평소 친구의 삶을 보여주듯 다음의 글자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친구 같은 제자들, 사랑하는 딸, 가족
그리고 모든 이에게 한 편의 시가 되어 남다.
돌아오는 길에 오래된 친구를 만나서 저녁 겸 술을 먹었습니다. 그는 내게 맨날 유럽을 다니면서 자신의 주검에 국화꽃 하나 줄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핀잔을 주었습니다. 나이가 먹을수록 자신만을 위하는 삶을 살기에도 벅차다고 이야기합니다.
자신만을 위해 살아도 시처럼 아름답다고 위로를 건넵니다. 그 버티는 삶이 위대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누구나 남모를 아픔이 있고
그래서 삶이 시가 된다고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