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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Nov 29. 2022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행복은 불행뒤에 온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바르셀로나 공항으로 향했다. 7시 30분에 있는 비행기를 타고 빌바오로 가기 위해서이다.

 

지하철이 30분 만에 나를 공항으로 내려줄 때까지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하지만 온라인 체크인으로 받은 보딩패스를 이용해 입국장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악몽이 시작되었다.


빨간불이 켜지며 카운터로 가리고 한다.


항공사 카운터로 가니 조종사 승무원 파업으로 탑승할 비행기가 취소되었다고 하며 오후 2시에 있는 비행기로 바꾸라고 한다.


현재시간 오전 7시. 오후 2시까지 7시간을 기다려야 하지만 다시 바르셀로나 시내로 가서 할 일이 없어 비행 편을 바꾸고 공항에서 무작정 기다린다.


오후 1시가 되자 내가 변경한 비행기가 2시간  연기되어 오후 4시에 출발한다고 한다.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되는대로 몸을 맡기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1시간이 더 지난 5시 비행기를 타고 빌바오에 도착했다. 그렇게 빌바오는 악몽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다음날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들어서는 순간 모든 것이 용서되고 순식간에 행복해지는 감정을 느꼈다.



물고기들이 서로 엉켜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구겐하임 미술관은 입구부터 웅장하며 생동감이 넘치고 있었다.


미술관 앞에 있는 제프 쿤스의 강아지는 인간이 좋아하는 꽃으로 인간이 사랑하는 강아지를 초대형으로 만들었지만 귀여움을 잃지 않고 여행자를 따스하게 안아준다.



미술관 뒤에 보이는 루이스 부르조아의 <마망>은 거대한 거미로 자신의 알을 지키기 위해 긴장된 채 주위를 견제하고 있다. 왜 제목이 엄마인지 보는 순간 이해가 되었다.


3층으로 구성된 미술관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작품이 1층 입구 옆에 있는 리처드 세라의 작품이다.



강철로 만들어진 구조물이 삶의 시간들을 보여주고 있다. 때로는 물결처럼 잘 흘러가지만 어떤 때는 장애에 가로막혀 첩첩산중의 무거운 시간을 버텨야 한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하자 아무것도 없이 텅 빈 것을 확인하고 다시 돌아서 나온다.


다음으로 만나는 작품이 행복나무이다. 진짜 올리브 나무에 우리가 희망하는 소원들이 빼곡히 걸려있다.



다음 전시실로 이동하니 제니 훌처의 작품이 빛을 내며 여행자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파란색 광선 벽에 수많은 글자들이 비처럼 흘러내리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 파란색 벽 너머로 사람이 보인다.


파란색 광선 벽은 빛으로 만든 장막이었다.



벽 안으로 들어가 밖을 보니 세상은 때로는 빨갛게 때로는 파랗게 보였다. 지난 이틀 동안 내 마음을 보는 것 같았다.  


파란 마음을 가지고 다음 전시실로 가니 직원 한분이 입구에 기다리라고 한다. 잠시 후 직원의 안내에 따라 입장하니 무수한 별과 빛으로 무한이 뻗어 가는 세상이 펼쳐진다.



그 아름다움에 말을 잊은 채 서 있지만 온 몸에 행복감이 아우성친다. 나오시마의 노란 호박으로 유명한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여기서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살아 움직이는 미술관의 3층에서 가장 먼저 맞이한 작품은 인류의 걸작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얼굴로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


다음 방에서는 여성과 성에 대한 집착때문에 인간이 느끼는 좌절감과 아픔을 보여주는 작품을 만난다.



그리고 무한함을 보여주는 안젤름 키펄의 작품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어둠에 맨발로 죽어 있는 듯 누워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데 그는 웃고 있다. 밤하늘에 무수한 별들이 반짝거리는데 그는 자신이 사랑한 세상에 대한 아름다움과 충만감으로 가득하다.


다음으로 음모가 넘치는 세상을 살다가 죽은 이의 묘지가 들여다보이는데 저마다의 사연으로 죽음들이 동그랗게 둘둘 말려 있다.



2층으로 내려와서 만나는 작품은 우리의 기억 속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초상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린 사람이 보이고, 남자와 여자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사람들과 혼자 있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남모를 아픔과 기쁨 그리고 개성이 넘친다.


마지막으로 푸른빛의 대가 이브 클라인의 작품을 직접 만나는 시간을 가진다.



피카소가 우울한 청색을 사용하였다면 그는 희망과 에너지의 원천으로 파란색을 사용하였다. 그는 파란색을 가장 신비로운 색이라 주장하며 자신의 파란색을 인터내셔널 클라인 블루로 특허까지 내었다.  

 

코발트 빛 파란색에 푹 빠져 1층으로 내려오려는데 복도 아래로 리처드 세라의 작품이 한눈에 펼쳐진다.



모든 삶을 정리하려는 듯 한눈에 펼쳐지는 그의 작품을 보며 미술관을 나서는 여행자의 마음은 경이로움과 희망 그리고 사랑스러움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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