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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Dec 01. 2022

티센 보루네미사 미술관

삶의 고독과 위안

올해 마지막 여행자를 유럽에서 맞이하기 전 일주일의 여유가 있어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미술관을 다녔다.


베르니니와 카라바조의 화려한 바로크 작품에 흠뻑 빠졌던 로마 보르게제 미술관을 지나 피게레스에서 달리의 작품을 볼 때까지 더 많은 감동이 남아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받은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앞서 소개했지만 쿠사마 야요이와 키퍼의 작품은 세상이 얼마나 경이롭고 아름다울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오늘은 이번 투어의 마지막으로 티센 보루네미사 미술관을 찾았다.  


3층으로 구성된 미술관은 아담하면서 주옥같은 작품들이 곳곳에 빛을 내고 있어서 좋았다.


중세시대의 작품부터 르네상스 시기의 작품이 전시된 3층은 한가하고 고요해서 좋았다.



특히 중세에서 르네상스까지의 회화가 가졌던 화려하면서 사실적인 장식들을 집중해서 감상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2층으로 내려오자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인상파 화가들인 모네와 드가를 비롯하여 고흐와 로트렉의 작품들이 펼쳐진다.



모네의 들판은 꽃과 빛으로 반짝거리고 드가의 파리 시민들은 바로 앞에서 속삭이듯 생동감이 넘치며 고흐의 붓끝은 여전히 거칠고 살아 있다.


특히 인간의 소외와 아픔을 그린 로트렉의 작품에서 슬픔 때문에 더욱 화려한 색을 사용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공감한다.


2층에서 가장 반가운 작품은 뉴욕의 현대 미술관 모마(Moma) 보았던 서전트와 호퍼의 작품이다.



호텔에서 짐도 풀지 않고 무엇인가를 읽고 있는 여인의 모습에서 여행으로 채울 수 없는 욕망과 도시적인 고독이 보인다. 단순하면서 평범한 호텔방은 이를 더욱 부각시킨다.


다음으로 르네 마그르트와 달리 등 초현실주의 작품 감상으로 이어진다.



부서진 창에 흔적이 남아 있는 비상식적인 작품을 보면서 어쩌면 그것이 우리 삶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계속해서 독일 작가 키퍼의 작품을 비롯하여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담은 작품을 감상한다.



꿈꾸고 절망하고 울고 웃는 우리의 삶을 대면하면서 불행 때문에 역설적으로 행복을 느낀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또한 베이컨의 이중적인 삶과 리히텐슈타인의 말쑥한 자본주의의 삶이 지금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작가의 작품 속 인물의 눈물과 대조를 이룬다.


마지막으로 1층으로 내려와 피카소가 본격적으로 입체파로 넘어가기 전의 작품들을 감상한다.



코발트  짙고 푸른 하늘에 빠져 옷이 벗겨지는 줄도 모르고 거침없이 달리는 여인들의 모습에서 자유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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