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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Dec 17. 2022

서울여행

일상이 존재하는 여행지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 안에서 작가의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으니 글을 올리라는 브런치의  경고 아닌 경고를 받았다.


코로나 이후 지금까지의 여행과 삶을 정리하며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3년이 지나갔다.


그 시간 동안 글이 주는 자기도취와 주위분들의 응원에 힘든 삶을 위로받기도 했으며 생존의 현실에 직면해 한 줄의 글도 쓸 수가 없을 때면 예상하지 몫한 좌절과 초라함을 맛보가도 했다.  


코로나가 잠잠해진 어느 날 6번째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는데 앞서 여행을 하면서 보름 동안 함께 방을 쓴 분이 마중을 나오셨다.


내가 사는 곳이 부산이라 김포를 거쳐 부산 가는 것을 알고 김포까지 나를 데려다주시기 위해서 손수 차를 가지고 나오셨다. 깊은 감사와 더불어.서울에 살고 차가 있어야만 갈 수 있는 인천공항 주차장을 처음 경험했다.


오늘은 그 분과 함께했던 기수의 정모가 있는 날이다.



서울로 가는 기차  풍경은 지겹도록 타고 다녔던 유럽의 기차안 풍경과 별반 다름이 다.  


오늘은 기차를 내리면 불안함과 호기심이 교차하는 관광지가 아니라 내가 생활했던 일상의 가 기다리고 있어 나를 편안하게 한다.


생각해보면 여행자에게 관광지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애게는 일상이 이루어진 곳으로 그들의 기쁨과 아픔이 깊게 배어 있는 삶의 현장이다.


명동에 도착해 짐을 풀고 시간이 남아 서울을 돌아다닌다.


명동 주위의 대로에는 거대한 빌딩들과 수많은 인파들로 부쩍인다. 거대하고 복잡한 서울이 주는 압박감에 전 세계를 돌아다녀보아도 서울만 한 대도시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년 전 서울에 올라와 강남에 사무실을 내고 조그마한 원룸에서 서울 생활을 시작하였다. 이후 종로로 사무실을 옮기고 원당에 전셋집을 얻어 2년을 살다가 부산으로 내려왔다.


당시 한 달에 한 번 부산으로 내려갔다가 서울로 다시 올라오면 높은 빌딩 숲과 수 많은 인파에 몸 안에 숨어 있던 나의 욕망들이 마구 쏟아지는 불안감을 느꼈다.


하지만 서울역에서 종로 3가에 있었던 사무실까지 걷다 보면 명동의 낮은 빌딩과 구도심이 주는 거리의 정겨움에나는 곧 안도했다.


젊은 시절 이곳의 한 카페에서 대학 친구를 만나 레코드 판에서 나오는 김광석의 음악을 들으며 청춘의 뜨거운 열기를 안고 술을 마셨다.


또한 이곳에 있는 한 건물의 강당에서 이미 돌아가신 김근태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식당에서 그 분과 함께 식사를 하다가 큰 키로 난간에 부딪히자 따스한 미소로 나를 안아주셨다.


발거음은 저절로 명동성당 앞에 멈추었다.


눈꽃으로 반짝이는 명동성당은 추운 날씨이지만 따뜻한 햇살과 함께 포근하게 나를 감싼다.



계단을 올라 명동성당 앞에 서니 단아하면서 늘씬한 명동성당이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높은 탑과 스테인드 글라스 그리고 첨두아치를 가진 전형적인 고딕 양식의 명동 성당은 고딕 성당이 가지는 위엄을 벗고 강철과 유리로 자신들의 권력을 보여주기 여기저기 쏟아 있는 빌딩 숲 속에서 단아한 자태로 방문자를 안아준다.

 

미사가 있어 성당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빙 둘러서 성당 뒤쪽으로 가니 무염시태의 성모 마리아상이 있다.



인류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예수님을 낳은 동정녀 마리아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원죄가 없음을 알리는 무염시태의 마리아의 조각상 앞에 한 분이 조용히 기도를 하고 있다. 그분의 어깨 위로 평화와 위로가 가득 담긴 햇살이 비친다.  


명동성당은 권력과 돈에 심취한 사회의 한 복판에서 우리들에게 당신들의 죄는 예수님이 가져갔으니 평화롭게 살아도 된다며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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