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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Mar 12. 2023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

인문의 힘

오랜만에 대학 선배를 만났다.


20년 넘게 하던 학원강사를 그만두고 장례식장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을 한 후 집으로 돌아와 잠시 눈을 붙이고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신문을 돌리며 85만원을 더 버는 투 잡을 하고 있다.



쪽잠을 자며 그렇게 6년의 시간을 보낸 선배는 싱긋이 웃으며 새벽 찬 공기를 가르며 신문이 가득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다 보면 우울증이 없어진다고 한다.


현장에서 퇴근이 없는 유럽 가이드를 하다가 귀국하면 밤과 낮이 바뀌어 잠 못 이루는 밤이 많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 독서이다.


나이가 들어서 보는 박경리의 <토지>는 읽는 내내 행복했다. 구한말부터 일제 강점기에 살며 자연스럽게 저항했던 민중들의 삶과 끝없이 방황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갈구했던 기득권과 지식인들의 삶을 보면서 고통받지만 그로 인해 성장하는 인간의 삶을 생생하게 보았다.


특히 소설의 후반부 초반의 주역들이 세상을 떠나고 그들의 자식과 손자들이 주인공이 되어 아픈 시대를 횡단하는 스토리의 장엄함에 압도당했다.


또한 태어나면서부터 천황을 모시는 일본인들의 삶의 모순을 가감 없이 보게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토지>가 감동을 주는 이유는 소설 속 인물들의 생생한 심리묘사와 세부묘사 그리고 무거운 주제를 쉬운 이야기로 보여준다는 점이었다.


16권의 <토지>를 보면서 코로나로 인하여 생긴 실업과 우울증을 사라지게 했다.


16세기 피렌체를 주름잡으며 르네상스를 꽃피웠던 메디치 가문에 중용되기 위해 집필 했던. <군주론>으로 오늘날 우리에게 냉혈한 정치인으로 인식된 마키아벨리는 끝내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고향으로 돌아간 그는 낮에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노름으로 시간을 보냈지만 밤이 되면 젊은 시절 입었던 의관을 입고 고전을 탐독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가난도 죽음도 두렵지 않다.



최근 황석영의 <장길산>을 읽는데 3권과 9권을 쉬지 않고 한 번에 보았다. 그 하루가 깊고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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