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에 집중하는 삶
나의 부모님은 평범하다
그분들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제사를 장자인 나와 아내는 결혼 후 습관처럼 지내왔으며 올해부터 작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제사를 지낸다.
어머니는 노심초사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의 제사를 소홀이 지낼까 봐 제삿날이 다가오면 은근히 눈치를 주신다.
나와 결혼을 하고 할아버지와 할머니 제사는 물론 설과 추석에 차례상을 20년 넘게 차려온 아내가 작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첫 생일상을 못 차리겠다고 선언했다.
고인이 된 아버지와 아내의 생일이 비슷한 시기라 아내가 결혼하고 제대로 자신의 생일을 차려본 적이 없었던 터인 데다가 모처럼 대학친구들이 아내의 생일을 챙기겠다고 약속이 잡혀 있다고 한다.
돌아가신 분의 첫 생일상을 안 차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생일이 되자 아내 없이 어머니 집에서 어머니가 차린 생일상으로 동생네 가족들과 함께 제사를 지냈다.
제사를 지내고 집으로 왔는데 아내는 아직 귀가전이다.
한참을 있다가 돌아온 아내에게 제사상은 안 차리더라도 모임을 조금 일찍 끝내고 제사에 참석은 했어야 했다고 말을 하자 한참을 표정이 어두웠던 아내가 20년 넘게 제사상을 차린 자신의 노고가 이번 한 번으로 물거품이 되었다고 말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런 아내가 췌장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유럽 출장 중에 아내의 전화를 받고 한동안 멍하니 있으니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고 자식을 놓고 지금까지 살아온
30년의 결혼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아내의 말처럼 10년 넘게 병원에 누워계신 장인과 막내아들의 재수 그리고 코로나로 3년 넘게 휴업을 한 남편 걱정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암이 왔을지도 모른다.
아내가 암을 극복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아내와 함께 여행도 가고 천천히 저녁도 먹어야겠다.
앞으로 벌어질 미래의 상황을 외면하고 오직 지금 하루하루의 삶에 집중하며 정성 들여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