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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Aug 11. 2020

성가족 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

가우디는 병상에서 일어나 성 가족 대성당 건축에 몰두하였다. 그 결과 1921년 4개의 종루가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고, 1925년에는 탄생의 파사드가 완성되었다. 파사드는 성경 속 이야기를 조각으로 보여주는 성당의 외관을 말한다.


탄생의 파사드에는 예수가 탄생하여 그의 아버지 요셉과 어머니 마리아와 보낸 어린 시절이 파노라마처럼 새겨져 있었다. 이 파사드는 가우디 생전에 만들어진 유일한 것으로 돌에 새긴 성경이라 불렸다.


1925년 가우디는 성가족 대성당의 지하 작업실로 거처를 옮겼다. 그리고 이 곳에서 가우디 생의 마지막 9개월을 보냈다. 그는 미사를 하고 성당을 작업하는 것 외에는 어떠한 일도 하지 않았다. 평소 그가 다니던 성당은 구시가 좁은 골목에 있는 산 펠립네리 성당이었다.


젊은 시절 그의 사무실이 성당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그 이후로 쭉 다녔던 성당이다. 가우디 사후 내전이 일어나서 성당 앞에 폭탄이 터지는 바람에 많은 시민이 죽었던 이 곳은 지금 현재 광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1926년 6월 7일 오후 5시 30분 가우디는 이곳에서 미사를 드리고 다시 자신의 작업장인 성가족 성당으로 향하던 중 전차에 치인다. 행색이 허름했던 가우디는 노숙자로 보여 그렇게 한참을 방치되어 있다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다.


자신의 전 재산을 성 가족 대성당에 기부하고 장례 행렬을 만들지 말라는 유언을 하고는 6월 10일 목요일 오후 5시 74세의 나이로 그는 눈을 감는다. 그 후 가우디는 사제의 신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성인으로 추대되어 성가족 성당 지하에 묻혀 있다.


성당은 가우디 탄생 100주년인 2026년에 완공된다고 하다. 시간을 초월하여 세대를 이어 짓는 성당은 신과 인간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 낸 위대함 그 자체이다. 그것을 이끌어 낸 가우디에게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성가족 성당


성당은 18개의 탑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위로 12제자의 탑이 둘러싸고 다시 안으로 네 명의 복음자인 마태 마가 누가 요한의 탑이 세워진다. 그리고 복음 전도자의 탑 꼭대기에는 각각의 상징물로 누가는 황소, 마가는 사자, 마태는 천사, 요한은 독수리의 형상이 들어설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중앙에 107m의 마리아의 탑과 170m의 예수님을 상징하는 탑이 올라가고 있다.


성가족 성당의 파사드는 동쪽의 <탄생의 파사드>와 반대편의 <고난의 파사드> 그리고 완성되지 않았지만 입구로 사용될 <영광의 파사드>로 이루어져 있다.


탄생의 파사드


가우디가 살아 있을 때 만들어진 <탄생의 파사드> 중앙에는 사이프러스 나무와 비둘기가 보이며 그 아래 나무 꼭대기에는 빨간 T자 형태와 X자가 조각되어 있다. 사이프러스 나무는 죽음과 부활을 상징하고 빨간색 T자 모양은 성부를 상징하고 그 위로 X자 모양은 성자를 상징한다. 이 둘은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와 더불어 삼위일체를 표현하고 있다.


그 아래 보이는 펠리컨은 자신의 심장을 쪼아 새끼들에게 먹이로 주는 새로 예수님의 희생을 상징하고 알파벳 JHS는 <인류의 구원자 예수>라는 뜻의 라틴어 약자이다.



탄생의 파사드 아래쪽은 성가족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중앙에는 성모 마리아의 대관식 장면이 보이며 그 아래로 마리아에게 천사 가브리엘이 처녀의 몸으로 예수를 임신했다는 것을 알리는 수태 고지 장면이 보인다. 그리고 예수 탄생 장면에는 예수가 마구간에서 태어났음을 알리는 황소와 당나귀가 보인다. 그리고 중앙에 있는 사랑의 문 양 옆으로 목동들과 동방박사의 경배가 이어진다.


중앙의 왼쪽에 있는 소망의 문위에 요셉이 보인다. 그 아래로 마리아가 요셉과 결혼을 하는 장면이 보이고 다시 그 아래로 어린 예수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요셉이 보인다.


어린 예수는 상처 받은 비둘기를 들고 있는데 요셉은 그 비둘기를 받으려고 손을 뻗고 있다. 맨 아래에는 영아 학살과 이집트로의 피신 장면을 담고 있다.


천사는 요셉의 꿈에 나타나 헤롯 왕이 새로 태어난 유대인의 왕을 제거하기 위해 베들레헴에 있는 모든 아기들을 죽이려는 계획을 알려준다. 요셉과 마리아는 아기 예수를 데리고 이스라엘을 떠나 이집트로 피신한다. 앞에 나귀를 이끄는 인물은 천사이다. 요셉은 맨발로 표현되어 있는데 이는 그의 막중한 책임감을 의미한다. 이집트의 피신 바로 옆으로 로마 군인들의 영아 학살 장면이 보인다.


 

중앙의 오른쪽인 믿음의 문에는 제일 위에 마리아가 보인다. 마리아는 지구를 감고 있는 뱀을 밟고 하늘을 보면서 가슴에 손을 얹고 있다. 그 아래로 마리아와 요셉이 아기 예수를 예루살렘 성전으로 데려가 그곳의 대제사장에게 바치는 장면이 보인다. 유대인들은 아기가 태어나면 교회에 데려가서 할례 의식을 치른다. 그 아래로 박사들 사이에 있는 논쟁을 하고 있는 어린 예수의 모습이 보인다.


유월절 축제를 위해 예루살렘으로 간 요셉과 마리아는 12살 난 예수가 성전에서 랍비 학자들과 진지하게 토론하는 것을 발견하고 놀란다. 요셉과 마리아는 하단에 보인다.


그 아래 장면은 <방문>이라는 장면이다. 가브리엘 대천사의 수태고지 이후 마리아는 나이 많은 사촌 엘리자베스를 방문한다. 엘리자베스는 세례 요한을 임신하고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마리아가 하나님의 아들을 잉태했음을 알고 기쁨에 넘치고 있다.


그리고 그 밑으로 목공으로 일하는 예수의 모습이 보이는데 예수의 왼손에는 끌이 오른손에는 망치가 들려 있다. 이 장면이 탄생의 파사드에서 예수의 유년기 마지막 장면을 보여준다.


수난의 파사드


수난의 파사드는 예수의 삶 중 마지막 이틀을 표현하고 있다. 가우디가 기획하고 그의 제자들이 완성한 이 파사드의 중앙에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있다.


그 아래로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모습이 보이고 중앙에 예수의 얼굴이 담긴 보자기를 펼치고 있는 여성은 베로니카이다. 그녀는 자신의 베일로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예수의 얼굴을 닦아 주었는데 이후 베일에 예수의 얼굴이 그대로 나타나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베일의 얼굴을 따라 위쪽으로 계속 올라가면 일직선 상에 부활한 예수의 모습이 보인다.  



수난의 파사드 오른쪽 아래로 수탉이 보이고 한 남자가 머리를 숙이고 괴로워하고 있다. 예수의 예언대로 제1제자인 베드로가 수탉이 울기 전에 예수를 세 번 부인하고 회개를 하고 있는 장면이다.


중앙 문을 사이에 두고 반대쪽에는 남자가 악마와 키스를 하고 있다. 악마의 밑으로 파충류의 꼬리가 보이며 숫자판도 보인다.


유다의 키스를 조각한 이 장면은 유다가 악마와 손을 잡고 예수를 배반하는 장면으로 숫자판은 예수가 죽었을 때 나이를 말한다. 숫자판 가로, 세로, 대각선 어느 방향으로든 숫자를 더해도 33이 나온다.


유다의 키스 장면 왼쪽으로 최후의 만찬 장면이 보인다. 그 위로 예수가 죽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의 옆구리에 창을 찌른 병사인 롱기누스가 보이고 그의 위로 제비뽑기를 하여 예수의 옷을 나누어 가진 로마 병사들이 보인다.



중앙제단 바깥


<수난의 파사드>와 <탄생의 파사드> 사이에는 중앙제단을 둘러싼 벽들이 있다. 이 곳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온 것처럼 갖가지 동물들이 성당의 기둥을 기어오르고 있다. 기둥 밑부분의 거북이가 놀란 듯 입을 벌리고 도마뱀은 몸을 동그랗게 말고, 용은 노려본다. 성 가족 성당에 장식되는 사람과 동물들은 실제 모델을 두고 만들어졌다고 한다.


성당 실내


성당으로 들어가면 일단 크기와 빛에 압도당한다. 한 면이 모자이크 유리로 채색되어 있고 그 창으로 들어오는 다채로운 빛의 향연은 마치 천국에 온 듯 황홀하다.


황홀한 빛을 배경으로 무수한 대리석 나무들이 들어서 있는 성당의 실내는 밀림처럼 압도적이다. 나무 잎 사이로 쏟아지는 빛을 표현하고 있는데 천장은 불규칙적으로 경사를 이루고 있으며 이를 나무 모양의 경사진 기둥들이 바치고 있다. 가우디는 성 가족 성당의 기둥들을 중력을 이용하여 과학적으로 설치했다. 이는 가우디의 오랜 실험 끝에 나온 방식이다.



울퉁불퉁한 천장 모형에 무거운 추를 달아 실을 밑으로 내려뜨리면 중력이 작용하는 방향으로 추가 떨어지는데 그 방향대로 기둥을 쌓고 그 위로 아치를 설치하는 방법으로 설계하였다. 이렇게 완성된 성 가족 성당은 생동감과 자연미가 넘치는 가장 안정적인 건축구조물이 되었다.


실내 입구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면 탑의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 탑의 정상은 높아서 항상 흔들리는데 현기증과 더불어 불안감을 느끼지만 탑 정상에서 바라보는 성당과 바르셀로나의 아름다움이란 형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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