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보느리가 들려주는 로마네스크 예술 이야기 28화
위대한 예술은 오로지 평화로운 사회에서만 꽃피워지며 그 운명 또한 타고납니다. 예술의 바탕을 이루는 기본 요소들 또한 이에 적절히 뒷받침된다면 예술은 더욱 화려하게 꽃을 피울 것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는 새 천 년을 앞둔 상황에서 10년이란 기간 동안 이전의 문명으로 도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현상만이 되풀이되었습니다. 이는 물질의 부족과 영성의 부족, 그 두 가지가 다 원인으로 작용하였습니다.
확실한 것은 새로운 세기에 발맞춘 시기적절한 판단이 절실히 요구되었을 뿐 아니라 이를 실천하는 것 역시 긴요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0세기의 유럽은 그에 부응하질 못했다는 점입니다.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기근 또한 심했으며, 드넓은 농경지는 다시 황무지나 숲으로 되돌아갔습니다. 도심 역시 같은 운명을 타고난 것처럼 사라져 갔죠.
새로운 세기가 시작된 10년 동안 카롤링거 왕조의 상업은 활기를 잃고 정치 체계 또한 붕괴되어 예전의 영화나 영광은 단지 추억으로만 남았습니다.
왕국의 권한이 지방에까지 효력을 발휘하고, 그 기능을 유지하려면 강력한 힘을 지녀야만 합니다. 그러나 9세기부터 10세기까지 노르망디 인들은 대서양과 지중해 연안을 휩쓸고 다니면서 약탈을 자행하고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슬람의 위협 또한 8세기부터 가중되고 있었죠. 이 두 세력의 침탈은 왕국의 사회, 정치, 경제 체계를 근본부터 흔들어놓았습니다. 나아가 안전에 대한 불감증으로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시칠리아와 지중해 섬들은 7세기말부터, 이베리아 반도는 8세기 초부터 아랍인들이 점령해 가기 시작했습니다. 기독교도들과 이슬람 세력 간의 오랫동안 유지되어 오던 균형은 오랜 전통을 깨고 마침내 붕괴되기에 이르렀으며,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이슬람 세력과 새로 수립된 기독교 공국 간의 싸움만 치열하게 전개될 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