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생미셸 가는 길 142화
[대문 사진] 파도치는 훼깡 앞바다
그저 단지 바다가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비 내리는 바다가 보고 싶었다. 저녁에 도착한 바다는 상상한 대로 엷은 노을빛에 잠겨 있었다. 도착해서 곧바로 모래사장으로 달려가 한동안 망연히 바다만 바라보았다. 갈매기들만이 허공을 낮게 날고 있을 뿐, 철 지난 해변엔 무심히 햇볕을 즐기는 이들마저 없었다. 세상은 이윽고 어둠에 파묻힐 것이지만, 곁을 스치는 사람들의 표정에선 아직 대낮의 햇살이 발그레하게 묻어났다. 어두운 밤 실체가 불분명한 시간 속에서도 바다는 뒤척이고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비를 그리워했다. 저주의 비, 악마의 비, 망령의 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불행처럼 끈질기게 내리는 비⋯하물며 세상의 건조함을 시기하듯 며칠씩 줄기차게 내리는 비를 대서양 한복판에서 맞닥뜨리고 싶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현실은 기대를 비웃었다. 삶의 모든 가식적인 제스처를 힐난하듯 비가 내리란 법은 없었다. 호텔방의 유리창은 오직 바다의 투명한 물빛만을 반사할 따름이었다.
구름만으로는 비가 내릴지 말지를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결코 내리지 않을 비라는 확실치 않은 체념만이 모래 알갱이 속에 뒤섞여갔다. 존재의 꿈틀거림, 허망한 뒤척임, 온몸이 불타는 듯한 뜨거운 열기, 38°C의 체온, 밤새도록 불면에 시달렸다. 온밤 내내 물살이 철썩이는 소리, 반쯤 열어둔 여름밤의 호텔 창문에 어른거리던 달빛, 바다 역시 어둠 속에 뒤척이고 있었다.
아침이 밝아오기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나 유리창 앞으로 다가갔다. 비가 내리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지만, 기대는 예상과 함께 빗나갔다. 기록할 힘마저 소진되면 그때 비로소 기대 밖의 풍경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법인가?
비는 내리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호텔방을 떠날 때까지, 마을을 떠날 때까지, 세상은 여전히 불투명한 햇빛 속에 실물과는 다른 망상만을 스크린처럼 비출 것이었다. 세상은 그처럼 평화롭고 나는 또 어느 마을인가로 흘러들어 이와는 전혀 다른 풍경에 의아해할 것이 틀림없었다.
다음날에도 비는 내리지 않을 테고 끈질기게 퍼붓던 비마저 바닷가에선 아주 드문 자연현상일 뿐, 행복한 순간에도 행복을 비웃듯 비는 결코 내리는 법이 없었다. 하나 설사 그것마저 허무한 일이라 할지라도 기대마저 저버려선 안 된다. 고대하던 비가 돌아갈 곳에 먼저 내릴지도 모를 일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