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생미셸 가는 길 204회
[대문 사진] 울가트(Houlgate), 바슈 누아르 단애(Falaise des vaches noires)
꼬뜨 드 흘뢰흐(Côte de Fleur)는 ‘꽃 피는 해안’이란 뜻이다. 꺄부르(Cabourg)에서 옹플뢰르(Honfleur)에 이르는 이 바닷길은 고운 모래사장을 끼고 있어 여름철마다 많은 피서객들이 찾는 곳이어서 이 같은 애칭(愛稱)이 붙었가. 대서양에 면한 휴양지들이 나란히 줄지어 들어선 지역을 총칭하여 일컫는 지명이어서인지 일부러 붙인 듯한 멋진 수식어 때문에 이 지역을 관통하는 여행자의 기대감은 설렘으로 가득 차고 마을마다 독특한 정취는 여름에 피는 수국꽃처럼 한껏 흥취를 부풀려놓는다. ‘꽃 피는 해안’ 마을들답다.
지나온 곳만 헤아려 봐도 화가들의 성지 옹플뢰르, 한 점 한 점 화폭에 점을 찍어 풍경을 완성해 간 쇠라의 그림 속에 부활하던 빌레흐빌, 문학예술인들의 피난처이자 안식처였던 트루빌, 시네마의 천국 도빌, 기막힌 전망을 갖춘 언덕 위 마을 베네흐빌, 블롱드빌을 지나 영국과 한 시간 시차가 나는 프랑스 최초의 그리니치 자오선이 통과하는 빌레흐 마을에 이르렀다. 앞으로 더 거쳐가야 할 곳이 세 군데나 남아있다. 울가트, 디브 쉬흐 메흐, 그리고 마지막으로 꺄부르 항구 도시, 발걸음이 빨라지는 이유다.
빌레흐 쉬흐 메흐(Villers sur Mer)에서 해안을 따라 나 있는 길은 느닷없이 끊어지고 산언덕 고갯길을 타고 넘어가야 만이 울가트(Houlgate)에 닿는다. 바닷길은 ‘검은 소 떼(Vaches noires)’란 절벽에 막혀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해발 100여 미터가 넘는 고갯길로 올라서서 차로 30여분을 더 달려가야만이 해안으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에 도달한다.
그 구릉길을 어느 해 봄날 아내와 함께 신나게 오르내렸다. 그때만 해도 빌레흐 쉬흐 메흐와 울가트를 가로막고 나선 활래즈 데 바슈 누아르(Falaise des Vaches noires)가 우리말로 ‘검은 소 떼’ 란 뜻을 지닌 단애인 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봄날 차를 몰고 힘들여 오르내리던 구불구불한 길이 나 있는 바닷가 산간벽지에다 무슨 이유로 ‘검은 소 떼’란 지명을 붙였을까 의아해했을 뿐이다. 온갖 자료를 뒤적여도 시원한 설명이 붙은 그에 관한 자료는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익명의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작가를 알 수 없는 사진 한 장이 온갖 지리서들을 대신해 준다. 누가 찍은 사진이길래 이토록 설명 없이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을 포착한 것일까? 지질학자의 험난한 발견이었을까 아니면 도보 여행자의 아주 사소한 ‘눈뜸’이었을까? 나는 그것이 궁금해졌다. 수많은 설명보다도 사진 한 장이 주는 효과가 더 크고 의미심장하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