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가을

by 오래된 타자기




인기척조차 사라진 정원에


발자국처럼 비가 내리네 촉촉이


팔이 닿지 않을 허공으로 빨려 들어갔다가


하늘하늘 나부끼는 노랗게 물든 나뭇잎이


숨죽인 지상으로 내려와 쌓이네


가을이 찾아왔네 반갑다고


인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가을이 성큼 들어와 앉아있네


키 큰 나뭇가지 썰렁한 옷매무새로


옷깃을 여밀 만큼 내리는 가랑비를 맞으며


속 깊이 무량한 떨림으로 가을이 깃을 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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