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킬할 도성

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7화

by 오래된 타자기


제1부 1-2



성지

알 킬할 도성

1232년 만성절 전날



성벽 위 순찰로 모퉁이에 서 있는 보초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경계를 보고 있었다. 어디선가 말 울음소리가 들렸다. 순간 쿠비르는 한시바삐 남자들을 깨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겁지겁 사냥 나팔을 집어 들었지만, 곧 포기하고 말았다. 만일 그가 경보 나팔을 불면 주민들 모두가 우왕좌왕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혼란만 가중될 것이 분명했다. 주민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 필요까지는 없었다.


쿠비르는 떡 벌어진 어깨를 으쓱댔다. 십자군들이 예루살렘에 귀환하면서부터 나라의 안전은 더 이상 확실치 않게 되었다. 프랑크 인들이 옮겨온 온갖 더러운 병들과 옴이 온 지역으로 퍼져나가면서 모든 것을 황폐하게 만들어갔다.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 침입자들은 밤중에 고립된 마을들만 골라서 공략하고는 아이들을 빼앗고 여자들을 겁탈할 것이 분명했다. 아침이면 집 출입문 앞에 거세된 남자들이 즐비할 것도 뻔했다.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쿠비르는 알라신에게 미쳐 날뛰는 야수들로부터 마을을 보호해 줄 것을 간구했다.


상당히 오래전부터 수비대장은 도성이 혼란에 빠질 것을 우려해 밤새워 보초를 세워 두었다. 아랍인들과 유대인들, 유복한 장사치들과 땅이 없는 농민들 할 것 없이 모두가 똑같이 프랑크인들의 손에 붙잡혀 불에 달군 집게로 고문을 당할 것을 두려워할 뿐이었다.


도시의 안전을 손에 쥐고 흔드는 이들은 상인들의 대표자 연합이었다. 오래전부터 쿠비르는 적의 공격이 있을까 봐 두려워 밤을 거의 지새우다시피 했다. 그러나 적들로부터 공격은 아직까지 미뤄지고 있었다.


마을의 사내들이란 사내는 벌써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졌으며, 주민들 대부분 역시 자신들이 안전할 것이란 확신마저 상실한 상태였다. 아니 일말의 확신마저 메말라 버린 상태였다. 단지 도처에서 무리를 지어 약탈하고 다니는 얼굴조차 모르는 자들에 대한 증오심과 공포심만이 점점 수위를 높여가고 있을 뿐이었다.


약탈자들은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다 어느 순간 인정사정 보지 않고 마을로 들이닥칠 것이 뻔했다. 실상 침입자들은 굶주린 늑대와 다를 바 없었다. 수비대장은 귀를 기울였다. 들판은 다시 조용해졌다. 숨을 참고 있던 그가 다시 숨을 내쉬었다. 누군가가 말을 타고 지나간 것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라신이시여 우리를 보호하소서!




매거진의 이전글성스러운 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