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의 땅

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16화

by 오래된 타자기


제1부 3의 1



성지

알 킬할 도성

1232년 만성절 전날


어두컴컴한 밤, 떠도는 개 한 마리가 허공에 대고 짖어댔다. 롱슬랭은 고개를 쳐들고 구름 속으로 사라진 달을 뒤좇았다. 대기는 건조했다.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프랑스의 프로방스보다 건조한 열기는 훨씬 더 거셌다.


이곳은 동방의 땅, 그의 몸은 온갖 시련을 견뎌냈을 뿐만 아니라 열기와 거센 바람에 단련되어 갔다. 이곳에 다시 돌아왔지만, 그를 알아보는 이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롱슬랭은 추억 나부랭이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지난 삶이 그의 운명의 목을 잡으려고 달려들고 있었다. 과거는 늘 허기졌다. 그는 일어섰다. 나무 아래에서 주술사 드뱅이 기다리고 있었다. 롱슬랭은 드뱅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공격을 개시하기도 전에 이후의 일을 먼저 예견하는 건 별로 달가운 일이 아닐세.”


“이건 대원들이 내게 요청한 것이라네. 그들이 자신들의 운수에 대해 스스로 확신하도록 내버려 둘 필요가 있어.”


“나는 자네의 주술에 절대로 속아 넘어가지 않겠네. 자네의 위치를 명심하는 게 좋을 거야.”


드뱅은 붕대로 싸맨 손을 얼굴에 갖다 댔다.


“지금 나를 겁박하는 건가? 프로방스 친구여?”


“아니, 충고하는 거네. 더는 다시 이런 충고조차 없을 것이네. 다음번에는 내 도끼가 자네의 머리를 후려치겠지.”


흥분한 것으로 보아 드뱅은 지나간 일을 다 쓸어버리려는 것 같았다. 두 눈이 깜박거렸다. 달빛에 점차로 그의 표정이 뒤틀려갔다.


“조용히 해. 성벽 뒤에서 우리가 마주칠 부자들을 한 번 생각해 보게나. 지금은 우리가 서로 언쟁을 벌이고 있을 때가 아니야. 남자라면 스스로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면 안 되지. 전능이란 신성한 것이기도 하네만……. 악마의 것이기도 하다네.”


롱슬랭은 마음을 가라앉혔다. 영국인 사내가 옳았다. 대원들이 서로 일치해야 할 이유는 분명히 있었다. 개인적인 욕망 덩어리 가운데에서도 아주 단순한 것에 이르기까지 서로 간에 일치를 이루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했다.


그의 권한은 지극히 불안정했을 뿐만 아니라 이 불한당들 가운데에서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누구든지 그가 잠자리에 들었을 때 목을 자르려고 덤벼들 수도 있는 법이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자리를 차지할 게 뻔했다. 두려움으로 롱슬랭은 도끼를 단 한 번도 멀찌감치 놔둔 적이 없었다. 편히 잠자기 위해서라도 도끼를 손 닿는 곳에 놔두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어 보였다.


더군다나 드뱅은 공략할 대상지로 알 킬할을 손꼽은 장본인이었다. 모든 게 다 잘 이루어져 아침이면 그들은 부자가 될 판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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