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보느리가 들려주는 로마네스크 예술 이야기 80화
[대문 사진] 오르따 호반의 산 기울리오 수도원, 피에몬테
로마네스크 시기 동안 교회 건축물들에 대한 공사가 끊임없이 이루어지면서 미사 집전에 따른 설치물도 새롭게 제작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주로 교회 내진에 설치할 시설물들이었죠.
예를 들어 미사 제단이나 성직자들이 앉을 좌석들, 다시 말해 설교단을 비롯하여 주교석, 성직자 석 등을 비롯하여 부활절 때 사용할 가지 달린 대형 촛대, 내진을 둘러싼 난간, 그리고 성서를 읽을 독경대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 가운데 난간과 독경대가 있던 자리는 점차적으로 성가대석으로 바뀌어갔습니다. 이는 중앙 회중석과 내진을 가르기 위한 수단으로 말미암은 것인데, 난간과 독경대가 있던 자리는 내진의 입구로 변형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성수반과 세례용 침수통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돌과 청동을 사용했으며, 십자고상이나 마리아상을 조각할 경우엔 나무를 이용하기도 했죠. 돌과 청동, 나무는 그렇듯 로마네스크 조각가들에게는 작품 제작에 긴요한 재료들이었습니다.
돌
이탈리아에서 교회 안에 설치한 독경대나 신부가 성서를 읽거나 높은 곳에서 강론을 하는 설교단은 크기나 규모 면에서 엄청날 뿐만 아니라 호화롭고도 풍부한 장식들로 가득 찼습니다. 피에몬테 지방에 위치한 오르따 산 기울리오(Orta San Giulio) 수도원 교회 같은 경우에는 설교단이 4 복음사가들의 형상으로 채워졌죠.
1196년에 세워진 밀라노의 성 암브로지오 성당의 경우에는 4세기 때의 석관묘에 고대의 조각 장식들을 뒤섞어 새겨놓았으며, 토스카나 지방의 바르가에서는 깊은 돋을새김을 한 돌판에 초기 복음서에 등장하는 장면들을 형상화 하기도 했습니다. 아브루제 지방에 속한 모스쿠포에서는 4 복음사가들의 상징이 등장합니다.
이탈리아 또한 성직자 석 장식을 즐겨했습니다. 이는 아마도 주교의 권위를 드높이기 위한 수단에서 비롯되었을 것입니다. 카노사 디 푸글리아에서는 주교가 앉는 좌석을 코끼리들이 떠받치고 있으며, 산 니꼴라 디 바리에서는 성직자 좌석을 지탱하고 있는 기둥들이 아틀란티스 인물상 기둥들로 꾸며졌습니다.
이탈리아 조각가들은 부활절에 큰 양초를 꽂을 수 있는 큼지막한 촛대에 애착을 느꼈죠. 자타가 공인하는 가장 아름다운 촛대가 피에트로 바살레또가 제작하여 로마의 성벽 너머의 성 바울 성당에 세워놓았습니다.
대형 촛대는 괴물들이 우글거리는 돌 받침대 위에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가 조각된 기둥으로 세워졌죠. 기둥 위쪽에는 식물 문양의 당초문 안에 동물들이 서로 뒤엉켜있습니다. 이 촛대는 이후로 여러 곳에서 수 차례 복제되었습니다.
그나마 가장 소박한 것이 산 지오바니 인 수가나 성당에 있던 대리석으로 된 작은 기둥 촛대일 것입니다. 현재는 촛대의 일부분밖에 남아있지 않아 토스카나 지방에 위치한 산 꺄스시아노 인 발 디 페사가 이를 소장하고 있습니다.
기둥 전체에는 초기 복음서들에 등장하는 성서적 장면들이 빙 둘러싸고 있죠. 이 정치한 조각 장식은 프랑스의 르 불루(Le Boulou) 성당의 프리즈 장식과 비교되기도 합니다. 이중 두 개의 작품은 꺄베스따니 명인의 작품으로 판명 났습니다.
유럽의 북쪽에 위치한 국가들, 예를 들어 독일, 스칸디나비아, 영국, 벨기에 등지에서는 영세반이 아주 정교한 장식으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벨기에 리에쥬 인근에 위치한 생 세브랭 앙 콩드로츠 성당에는 영세식 때 사용하는 거대한 침수통이 사자들 장식으로 둘러싸여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받치고 있는 버팀 기둥 둘레를 12개의 둥근기둥들이 에워싸고 있죠.
영국 에이브버리(Avebury)의 세인트 제임스 교회의 영세반은 식물 문양의 얽힘 장식과 인물들을 얕은 돋을새김으로 조각한 장식이 서로 혼합된 아주 복잡한 구성을 보여줍니다.
독일의 게른로데 암 하르츠의 키리아쿠스 성인에게 봉헌된 수도원 교회의 성수반은 영세식과 관련한 장면들이 수놓아져 있습니다. 독일에 위치한 이 교회 안에는 성스러운 무덤이 하나 안장되어 있는데, 무덤 바깥을 장식한 돌판들위에는 예수의 수난과 부활의 장면들이 얕은 돋을새김으로 부조되어있죠.
이탈리아 역시 루까에 위치한 산 흐레디아노에서 보듯이 풍부한 장식이 돋보이는 성수반을 제작하기도 하였습니다.
영세식 때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제작한 침수통에 해당하는 이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원형의 둥근 수반(水盤)은 대리석에 모세의 이야기를 담은 돋을새김들로 가득합니다. 정 중앙 위쪽에 또 하나의 수반이 자리하고 있는데 역시 아름다운 조각 장식으로 빛나는 마치 기도소를 축소한 미니어처를 연상시킵니다.
로마네스크 조각가들은 내진의 칸막이 벽들에까지 자신들의 예술적 기량을 시험하였습니다. 벽 장식 테마는 복음서들과 성인들의 생애에 관한 것이 대부분을 차지하죠. 물론 교회를 창건한 성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독일 하머스레벤의 성 판크라티우스(Saint Pankratius)나 작센 지방에 위치한 할버슈타트에서는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내진을 가르는 칸막이 벽들을 볼 수 있습니다. 힐데스하임의 성 미카엘 역시 눈부시게 아름다운 칸막이 벽 장식이 아직까지 보존되어 있죠.
간혹 교회 내진에서 성가대석 주위로 난 성직자 석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영광의 회랑을 지은 인물이기도 한 마테오 명인이 제작한 성직자 석은 너무도 유명합니다.
마지막으로 돌로 제작된 설치물로써 특별석을 들 수 있는데, 교회의 중앙 회중석 위쪽에 설치한 둥근 천장으로부터 아주 낮은 높이에 자리한 좁은 공간은 특별석이라 이름 하였습니다. 둥근기둥들이 특별석을 떠받치고 있는 형태죠. 특별석 아래층은 교회 참사 회의실로 쓰였으며 위층은 수사들이 거니는 내진으로 사용하였습니다. 특별석은 또한 믿음을 가진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이 따로따로 드나들 수 있도록 회중석을 둘로 가르기 위한 목적에서 칸막이 벽을 설치했습니다.
후씨용 지역에 속한 세라본느 수도원 교회 특별석은 아직까지 칸막이 벽이 두 개나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대리석으로 지어진 이 으리으리한 특별석에는 신기한 동물들과 천사들 그리고 식물 모티프에서 취해진 당초문들이 절묘하게 얼키설키 얽혀있죠.
후씨용(Roussillon) 인근을 통 털어 대리석을 가공하여 지은 로마네스크 최고의 걸작에 해당합니다. 성가대석과 본랑 사이의 높은 곳에 위치한 주랑으로 연결되었죠. 이 주랑은 참사회원들의 성가대석으로 인도합니다. 건축 공법은 카탈루냐 지방의 건축술에 상당히 경도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쿠사(Cuixà) 수도원 교회 역시 이와 유사한 특별석이 어느 것 하나 파손되지 않은 채로 온전하게 남아있습니다. 피에몬테 지방에 위치한 베졸라노(Vezzolano) 수도원 교회도 마찬가지로 이와는 약간 다른 형태이지만 특별석이 갖춰져 있는데, 사용된 목적은 전자와 같은 경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