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19화
제1부 3의 4
성지
알 킬할 도성
1232년 만성절 전날
“전투 준비!” 롱슬랭이 명령을 내렸다.
스스로를 은폐하듯 엉금엉금 기어서 기욤이 숲 기슭의 경계지역으로 접근했다. 기욤이 두 손을 들어 올려 목 아랫부분을 조르는 시늉을 했다. 롱슬랭은 동의한다는 신호를 보낸 뒤에 첫 임무를 하달했다.
“궁수들은 왼쪽으로.”
대원들 가운데 절반은 가시덤불숲을 헤치며 살그머니 미끄러져갔다. 손에는 활을 들고 이빨에다가 화살을 문 채, 언제든 화살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기욤은 최후의 일격을 가할 수 있는 성벽 발치에까지 이르렀다.
“성문이 열렸다.”
롱슬랭은 매번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약지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돌리는 습성이 있었다. 반지를 돌리면서 그가 말했다.
“상황을 설명해 보게.”
기욤은 다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만일 기욤에게 지적인 능력이 신통치 않다면 차라리 그의 기억력은 어떠한 결점조차 없었을 것이다. 기억이 하나하나 생생히 마치 생 밀랍이 벗겨지듯 떠올랐다.
“맨 앞에는 병사들이 그들의 대장과 함께 있고……. 뒤에는 무기를 들지 않은 사람들이 있사온데, 틀림없이 장사치들인 것 같사옵고, 성문 앞에는 가족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무리 지어 있습니다.”
“그들의 숫자가 많던가?”
실실 웃음을 쪼개면서 기욤은 히죽거렸다.
“우리가 함께 동시에 쳐들어가야 할 정도로 무수히 많사옵니다.”
롱슬랭은 부관의 어깨를 토닥였다. “잘했네, 정말.” 롱슬랭은 뒤로 돌아서서 기마병 분대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오른쪽으로 공격하라. 저 아래쪽 기슭에 올리브나무 재배지가 있다. 그곳이 바로 도성 발치다. 공격 명령이 떨어지면 죽을힘을 다해 돌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