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20화
제1부 3의 5
성지
알 킬할 도성
1232년 만성절 전날
쿠비르는 웅변가가 아니라 군인이었다. 신봉자들이 어깨에 가마를 태우고 개선 행진을 하듯 군중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이맘을 쿠비르는 깜짝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아이들이 온갖 저주를 퍼부으면서 죽은 돼지 몸뚱어리에 가래침을 뱉고 있는 동안 여자들은 새로운 예언자의 설교를 들으려고 발치로 모여들었다. 장사치들도 마찬가지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파악하고는 겉으로 애써 그를 존경하는 척 시늉을 지으면서 설교를 듣기 위해 귀를 쫑긋거렸다.
모여있는 사람들 모두는 오른손을 가슴에 갖다 댔다. 그들 중 한 명인 부훼다가 쿠비르 쪽으로 몸을 기울여 가까이 다가왔다. 도성에서 존경받는 장사치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부훼다는 이탈리아를 배로 오가며 물건을 사고파는 상인이었다. 피부색이 카슈 지역의 원주민들이나 원주민들과 함께 뒤섞여 살고 있는 유대인들처럼 시커멓게 그을렸으나 이 구역에서는 거의 은둔자처럼 행동했다. 그는 말수가 적은 편에 속했지만, 대신 정확하고도 분명한 어조로 이야기하곤 했다.
“이맘이 신의 인간이었다 할지라도 난 오로지 그가 가면을 쓴 위선자일 뿐이라고 판단할 뿐이네.”
“크하타니는 굶주린 개처럼 행동하는 자일세. 권력의 맛에 취해 무슨 일이든지 벌일 사람이네 그려.”
기쁨의 환호성이 군중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환호성은 길게 이어졌다. 크하타니는 팔을 든 채, 펼친 손바닥으로 대원들의 열광을 누그러뜨렸다.
“알라신은……. 오직 한 분뿐이신 신께서는 천국의 열쇠를 쥐고 계십니다. 신께서는 오직 당신 자신만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용감한 이들에게 천국의 문을 열어주실 것입니다.”
목소리가 쉰 커다란 부르짖음이 그의 말에 화답하는 듯했다. 새로운 신봉자들은 일제히 가슴을 두드려댔다. 몇 명은 계속 손짓으로 뭐라 이야기했다. 쿠비르는 들고 있는 칼의 밑 부분을 꽉 쥐었다.
그들은 대체 무엇을 믿고 저러는 것인가? 아 아둔한 자들! 그들이 예루살렘을 해방시켰는가? 노래 부르며 춤을 추게? 쿠비르는 난폭하게 수비 대원 가운데 한 명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자넨 자리로 돌아가라. 성벽엔 지금 아무도 없단 말이다.”
병사는 쿠비르를 멍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이맘의 이야기에 홀린 표정이었다.
“알라는 위대하다. 우리에게 승리를 주실 것이다. 알라는 위대하다. 우리의 적들을 곤경에 처하게 할 것이다. 알라는 위대하다. 우리에게 적들의 여자들을 먹이로 주실 것이다…….”
병사는 쿠비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두 팔을 하늘을 향해 쳐들고는 이맘의 말을 따라 했다.
“알라는 위대하다. 윽…….”
휙 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병사의 말을 잘라버렸다. 칠흑 같은 밤 어둠을 뚫고 날아온 화살이 정확하게 병사의 목을 관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