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22화
제1부 4-2
영국 옥스퍼드
지금 현재
역사학자인 장 지아나브가 서문을 쓴
1875년에 제작된 존 바넥스 경의
최고로 권위 있는 템플 연대기
유령의 형상을 하고 있음은 달라진 게 없다. 조예가 깊은 관찰자라면 프리메이슨 집회소와 유사한 점에 주목할 것이다. 예를 들어 두 기둥들이 등장한다거나 회의장이 기하학적 배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 그러하다. 그러나 비밀 결사체임을 상징하는 앞치마나 모자이크 돌 또는 별이 빛나는 둥근 천장은 존재하지 않으니 조급한 판단이나 해석은 금물이다.
템플은 밤을 유영하고 있으며,
빛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이 강력한 프리메이슨 집회소인 아폴로 소속 형제단원들이었음은 확실하다. 아폴로 집회소는 옥스퍼드에 불을 지핀 비밀 결사체였다. 이 독특하기만 했던 결사체의 존재는 자칭 자신들도 형제, 자매들이라 지칭하던 단원들에게 원한에 찬 복수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연유로 서부 집회소에서는 하얀 유령이 통나무로 된 판결용 받침대를 나무망치로 탕탕 쳤다.
“왜냐면 이제야말로 제가 이곳에서 엄숙하고도 장대하게 일을 벌일 때가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형제이신 수석 감독관 역시 여러분들께 전할 정보를 갖고 있습니다. 이곳이 아주 기이한 소굴이라는 점을 증명할 것입니다.”
정면을 바라보고 앉은 남자들 가운데 한 명이 일어섰다. 큰 키에 앞으로 튀어나온 이마에다가 뒷머리 채가 물결치는 은발의 머리카락에 오뚝 선 코를 한 남자였다. 왼쪽 입술이 약간 아래로 쳐진 모습이 무언가를 경멸하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약간 교양을 쌓은 듯한 인상은 영국 귀족 사회에 소속된 그의 위치로 가늠해 볼 때, 어떠한 상황에서든지 회의에 모습을 나타낼 싹싹한 모습이었다. 그는 발언했다.
“서두에서 앞으로 여러분들께 전달할 정보들이 확실하게 신뢰할 만한 것임을 명확하게 예시했습니다. 파리의 성심성당에서 어마어마한 보물을 발견한 지도 어언 10개월이 지났습니다. 공식적인 것은 아니나 보물은 프랑스 정부와 바티칸 간에 암묵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것을 회수하는 작업이 지금 현재 진행 중에 있습니다.”
형제는 잠시 말을 중단했다. 집회소에 참가한 단원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는 이가 없었다. 프리메이슨 의장 또한 광물질처럼 딱딱한 표현으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해 갔다.
“저는 지금 이 주제에 관한 본론부터 말하고자 합니다. 보물은 템플 형제들의 것입니다. 우선 이 보물이 진짜인지에 관한 것이며, 또한 무슨 연유로 바티칸이나 프랑스가 보물을 서로 가져가려고 야단법석인지 설명해야 할 듯합니다. 저로서는 발굴된 보물이 야기할 위험까지 여기서 덧붙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형제들 중 한 명인 60대로 보이는 턱수염을 짧게 깎은 남자가 손을 들었다. 의장은 머리를 끄덕였다.
“보물을 어떻게 알아서 찾았답니까?”
수석 감독관은 이 말에 대답하기 위해 의장의 동의를 구했다.
“바티칸에 있는 교황의 측근 가운데 어떤 이가 프랑스에서 보물의 흔적을 발견하고는 그 자취를 추적한 모양입니다.”
머리를 뒤로 묶어 쪽 찐 머리를 하고 침울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여자가 손을 들었다.
“그대는 그들 수호의 형제들을 상기시키지 않았는가? 7명의 템플기사단들의 비밀 결사체. 무엇 때문에 그들은 이런 과정에 이르게 하였단 말인가?”
“그들 가운데 한 명이 비밀 결사체를 배반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이들 모두는 이를 이행했습니다. 더군다나 여러분들은 기억하실 것입니다. 교황이 제물이 된 테러 행위에 대한 모든 것을. 제가 갖고 있는 자료들을 검토해 볼 때, 이러한 테러 행위는 보물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습니다. 실상 교황청의 손안에 들어갔을지도 모르는 절반의 보물은 이미 중대한 사건이 되었습니다. 만일 또 다른 보물이 발견된다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수석 감독관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어갔다.
“발견물들은 돈과 관련된 어떤 종류의 것이라고는 판단되지 않습니다만…에 또 따라서 불순세력들…손에 들어가면 아주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만큼은 명백합니다.”
단원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의장이 팔을 들었다.
“수석 감독관인 형제여. 그대는 무엇을 제안하고자 하는가?”
은빛 머리칼을 한 사내는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그의 눈빛이 불타고 있었다.
“마침내 시간이 도래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