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래된 타자기 Jul 16. 2023

설치물 조각 3 - 청동

앙드레 보느리가 들려주는 로마네스크 예술 이야기 82화

[대문 사진] 독일 힐데스하임 대성당 베스트베르크


엄밀한 의미에서 합금으로 제작한 것을 청동으로 제작한 조각품으로는 간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결과물을 놓고 볼 때 어느 것으로 제작하였느냐는 분명히 갈립니다. 주형을 갖고 모형 제작을 해보면 조각가의 기술적 차이를 확연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금속을 다루는 조각 방식은 조각가의 작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줍니다. 청동으로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점토로 거푸집을 만들고 밀랍으로 주형을 떠야 하죠.


청동이 용해되는 과정 동안 밀랍은 거푸집에 미리 만들어 놓은 홈통으로 흘러내립니다. 이를 ‘밀랍을 제거하기 위한 용해’라 부르죠. 아우크스부르크 대성당에 있는 어느 주교의 묘석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오토(Otto)는 나를 밀랍 안에 집어넣어 조각했다. 콘라트(Conrad)는 광석 안에 있다.”


<성체 성사용 비둘기>, 11세기, 라방슈(Labenche) 뮤지엄, 브리브 라 갸이야르드(Brive-la-Gaillarde).


로마네스크 시기에 청동으로 제작한 조각품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은 역시 교회에 설치한 청동문입니다. 이중 가장 오래된 청동문은 1015년에 베른바르트가 제작한 독일의 힐데스하임 대성당의 청동문입니다. 입구의 양쪽 문에는 구약과 신약의 장면들을 새긴 부조물들이 각각 8개씩 자리하고 있습니다.


독일 힐데스하임(Hildesheim) 대성당의 청동문


이러한 구성은 제노 성인의 생애에 얽힌 이야기들을 수놓은 이탈리아 베로나의 산제노 성당의 청동문과 유사합니다. 산제노 성당의 청동문은 11세기말에 완성되었습니다. 고대로부터 전해오는 전통적인 조각술에 힘입어 이탈리아는 청동문 제작을 즐겨했죠.


<예수 승천>, 산제노(San Zeno) 바질리크 대성당 청동문 조각 장식 일부, 베로나(Verona), 이탈리아.


트로이아의 청동문이 그렇거니와 베네벤토의 바르톨로메오 청동문, 그리고 카푸아의 산 지오반니의 청동문 역시 그와 같은 방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3개의 문들은 모두 오데리시우스 디 베네벤또(Oderisius di Benevento)의 작품입니다.


이탈리아 트로이아(Troia) 대성당 청동문.


청동 조각술은 또한 손잡이가 달린 물병과 섬세한 조각이 돋보이는 촛대와 같이 운반할 수 있는 물건들을 제작하는 쪽으로도 활용되었습니다. 브라운슈바이크의 촛대는 7개의 가지로 나뉘는데, 정묘하게 조각된 사자들 등위에 세워졌습니다.


독일 브라운슈바이크(Braunschweig) 대성당 촛대.


유럽 북부지역에서는 청동으로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한 성수반이 제작되기도 했죠. 벨기에 리에쥬의 성 바르톨로메오 성당의 성수반은 12세기 초에 레니에 드 위가 제작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침수통에는 모두 10마리의 황소가 몸통을 앞으로 내민 받침대가 달려있습니다. 원래는 12마리였죠. 침수통 바깥면에는 예수가 요단 강에서 세례를 받는 장면이 조각되어있습니다.


성수반 침수 통, 12세기, 성 바르톨로메오 성당, 벨기에 리에쥬(Liège).


12마리의 황소가 등허리에 받치고 있는 침수통은 섬세한 돋을새김으로 세례를 주제로 한 장면들이 조각되어있습니다. 가장 주된 테마는 역시 예수 그리스도의 세례입니다. 전례에 따라 1107년부터 1118년까지 노트르담 성당의 부주교 자리에 오른 엘랭(Hellin)이 주문한 것으로 알려진 놋쇠로 만든 침수통은 주조공 레니에 드 위(Renier de Huy)의 작품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실제 이를 제작한 이는 작품 주형 제작을 위한 밀랍 속에 조각된 익명의 예술가는 아닐까요?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힐데스하임의 성수반 침수통 역시 세례와 관련한 장면들이 수놓아져 있습니다. 받침대는 4명의 남자가 웅크린 형상입니다.


독일 힐데스하임(Hildesheim) 대성당 성수반 침수통.




카롤링거 왕조시대의 서구식 대형 교회 건축물을 지칭하는 베스트베르크(Westwerk) 교회가 들어선 힐데스하임 대성당은 세계문화유산이자 이 도시의 자랑거리입니다.
힐데스하임(Hildesheim)의 마르크트 플라츠(Marktplatz)


작가의 이전글 설치물 조각 2 - 나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