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29화
제1부 6-1
프랑스 파리
지금 현재
앙투안은 천천히 잠에서 깨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정각 8시가 되자 식탁에 앉았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쳐들고 돌아보니 기상시간을 맞춰놓은 라디오에 붙어있는 시계가 벌써 9시를 지나고 있었다.
가브리엘은 평온한 잠에 취해 있었다.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싼 채 입을 맞춘 다음, 그녀의 어깨 위까지 이불을 끌어올려 주고는 마치 회전경기 스키어처럼 침실 바닥에 어수선하게 널려있는 옷가지들을 요리조리 피해 침실을 벗어났다.
그들은 어제 막 마이애미에서 돌아온 참이었다. 공항에 도착한 뒤 얼마 되지도 않아 대기해 있던 공무용 차량 한 대가 그들을 르화씨 공항(파리 샤를 드골 국제공항)에서 곧바로 파리 아파트까지 데려다주었다.
기사는 앙투안에게 긴박하고도 의외로 놀라운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메시지는 뚱보 형제가 앙투안 마르카스에게 보낸 것으로 되어있었다. 다음 날 오전 9시 30분에 세느 강가의 콘퍼런스 강변로에서 약속이 잡혀있다는 내용이었다.
살그머니 침실 문을 닫고 거실로 향하던 그는 바닥에 깐 나무 장판 조각이 뒤틀린 탓에 울퉁불퉁 튀어나온 오리목(가늘고 길게 켠 목재)에 걸려 넘어지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하면서 욕실로 향했다. 샤워까지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어쩔 수 없이 어젯밤 가브리엘의 땀으로 뒤범벅이 된 몸 이곳저곳에 향수를 살짝 뿌려댔다.
계절풍이 분 뒤의 여름 정원. 여름 휴가철 향수……. 어제 플로리다의 햇살을 받으며 걸어갔던 일들을 떠올려주는 듯했다. 그는 대체 무슨 연유로 디지피엔(1969년에 신설된 프랑스 국립경찰청(Direction génénale de la Police nationale)의 약자)이 직접 나서서 그를 소환했는지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만일 뚱보 형제가 일을 벌인 거라면, 그건 참으로 멍청한 짓일 뿐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어제 키웨스트 섬의 슬로프 조에스 클럽에서 어니스트 헤밍웨이로부터 어처구니없이 한 대 얻어맞아 부러진 코를 어루만지다가 재빨리 면도를 끝내고는 너무 구겨지지 않은 셔츠와 바지를 골라 입었다. 하마터면 양말을 신다가 쓰러질 뻔했지만, 구두를 신을 때는 침착하게 구두 뒷부분에 손가락을 끼우고는 발을 집어넣었다. 시간이 냉혹하게 재깍재깍 흐르고 있었다.
현관 입구 옷걸이에 걸려있는 마로 된 검은 재킷을 손에 들고 단 2분 만에 건물 아래층까지 내려오는 데 성공했다. 아파트 관리실은 슬쩍 피해 지나쳤다. 무슨 일에나 툭하면 줄곧 그를 걸고넘어지는 아파트 관리인의 얼굴이 떠올라 영 께름칙하게 다가왔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