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과 랍비

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32화

by 오래된 타자기


제1부 7-1



성지

알 킬할 도성

1232년 만성절 전날


재가 뒤섞인 바람이 랍비의 집으로 들이쳤다. 힘들게 일어서는 노인네 뒤편에 서있던 크하타니가 서둘러 문을 닫았다. 노인네는 집에 미치광이를 끌어들인 것을 자책했다.


랍비는 벌써부터 시장 바닥에서 이맘이 증오에 찬 설교를 하는 것을 접한 적이 있었다. 그가 하는 설교란 오로지 이슬람화 된 정결 의식에 초점을 맞춰 이를 강조한 것에 지나지 않을뿐더러 늘 반 이슬람 세력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 있었다.


크하타니는 손에 칼을 들고 노인네에게 덤벼들었다.


빈정거리듯 크하타니가 말했다.


“알라가 내게 이르기를 네 거처에 머무르라 했다. 이 머저리 같은 히브리 놈아! 너는 항상 네가 믿는 신이 사람들 가운데에서 너를 뽑았다고 생각하겠지만…….”


호흡이 가빠 오는지 마이모네스는 대꾸하지 않았다. 다시 마음의 평정을 되찾자 랍비는 이사야서의 시편을 암송했다.



가난하고 고통받는 자들은
물을 찾아 헤매다가
물을 찾아도 얻지 못하여
목말라 혀마저 바싹 타지만은,
나, 야훼가 그들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나, 이스라엘의 하느님이
그들을 버리지 않으리니. [1]



고개를 쳐든 랍비의 얼굴에는 어떤 두려움이나 번민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마이모네스는 하느님의 보호의 손길 하에 있었다. 어떠한 위협에도 굴하지 않을 태도였다. 크하타니는 싱글거리면서 랍비에게 다가가 뒤쪽에 앉았다. 마이모네스는 뭐라 이야기하려 했지만, 말문이 막혀 침만 연신 목젖 깊숙이 밀어 넘겼다.


마이모네스는 두 눈을 감은 채, 심장의 박동을 쫓으면서 각운을 맞춰 성서의 시구를 읊조렸다. 그러던 중 랍비는 갑자기 걷어 차인 느낌에 고통스러워했다. 이맘이 맨발 뒤꿈치로 고환을 강타한 탓이었다.


돌연히 가해진 타격에 두 다리마저 후들거렸다. 결국 마이모네스는 타일 바닥에 나뒹굴고 말았다. 죽다가 살아난 느낌이었다. 사타구니의 통증은 계속되었다. 타일 바닥 위를 뒹굴던 랍비는 겨우 계단의 난간을 붙잡고 엉금엉금 기어갔다.


날카로운 칼이 살을 도려내는 듯한 사타구니 통증이 영 가시지 않는 느낌이었다. 더하여 피가 솟구치는 느낌마저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었다. 다시 일어서려 시도했으나 손을 바닥에서 뗄 수가 없었다.


서서히 들어 올린 크하타니의 발이 다시 발길질로 이어지면서 랍비의 뼈들을 아작 내고 몸을 짓밟기 시작했다. 가증스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이 더러운 유대인 놈아! 마호메트를 섬기는 이들을 그들의 땅에서 노예로 삼은 나쁜 자식!”


마이모네스는 입을 벌렸지만 흐르는 피가 곧 숨을 막히게 만들었다. 입술을 오므라뜨리고 딸꾹질을 하던 랍비는 바닥에 가래침을 뱉었다. 이맘이 다가왔다.


“일어나! 오직 한 분뿐이시고 참된 알라신만이 이 집의 주인이시로다. 너는 내 노예에 지나지 않아…….”


날카로운 호각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크하타니는 뒤쪽에서 부들부들 떨었다. 화살 하나가 그가 서있는 옆쪽으로 휙 소리를 내며 날아와 벽에 꽂혔다.






[1] 이사야 서 41장 17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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