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의 양면

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34화

by 오래된 타자기


제1부 7-3



성지

알 킬할 도성

1232년 만성절 전날


기독교도 구역으로 시리아인들이 모여들었다. 특별히 정해진 집에서 비밀리에 모임을 갖기 위해서였다. 약 스무 명가량의 상인들이 도성에 머무르고 있었다. 장사치들 가족은 도성과 이웃해 있는 작은 촌락으로 피신했다.


집회에 모인 모두는 굳은 결의에 차 새롭게 주어진 조건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지에 대한 논의를 계속해갔다. 그들은 항상 살아남는 방법을 채택하곤 했다. 하지만 오늘은 어느 한 사람 그것을 확신할 수가 없었다. 단지 그들에게 이로운 것이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벽에 양탄자가 둘러 쳐져있는 커다란 홀에서는 격렬한 논쟁이 귀가 먹먹할 정도로 순탄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각자 상황 판단에 따른 의견을 개진해 갔다. 단 한 번도 말을 꺼낸 적이 없던 젊은 장사치가 갑자기 1마르크짜리 은화를 타일 바닥에 떼구루루 굴렸다. 그러자 정적이 감돌면서 떠들어대던 이들 모두가 동전이 굴러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동전이 바닥에 엎어질 때 동전의 양면 가운데 어느 부분이 위가 될지 아시는 분 있습니까?”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타렉이 말을 계속 이어갔다.


“진리는 이 동전과도 같습니다. 동전은 양면입니다. 또한 햇살에 반짝일 동전의 면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대는 단지 수수께끼 같은 소리만 지껄이는구나. 그건 비유에 지나지 않아.” 집주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타렉이 미소 지었다. 마르크 은화는 그때까지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나는 단지 왼손이 하는 것을 오른손이 모르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양손이 다 우리를 지켜주는데도 말입니다.”


동전이 은빛을 반짝이며 구르기를 멈췄다. 하지만 타렉은 발로 동전을 밟았다.


“자!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예루살렘 당국에 우리 마을이 공격당했다는 사실을 한시바삐 알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정신이야? 그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을걸. 유럽의 프리드리히 황제가 지배하고부터는 그 도당들이 예루살렘을 조종하면서 도시를 산산이 찢어발겨놓았을 뿐이야. 대체 누구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는 겐가?”


“템플 기사단들이오……. 그들은 우리를 구해주러 달려올 겁니다.” 나이 든 시리아인 노인네가 말을 받았다. “대신 그들에게 조공을 바쳐야 할 겝니다.”


장사치 상당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각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프랑크 족속들과는 달리 성전 기사단들은 평판이 좋았다. 게다가 이슬람인들 상당수가 그들의 보호 아래 있었다. 젊은 시리아인은 옛 시가지로 나있는 창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만일 구원을 요청하기 위해 사람을 보낸다면 우리와 아무 관련 없는 사람을 보내야 할 겝니다. 왜냐면 만일 붙잡히게 되면…….”


그의 제안에 따른 동의가 아주 미세하나마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의 말에 찬성한다는 간결한 의사 표현들이 이어졌다. 주인장이 끼어들었다.


“나는 오로지 내가 하는 일을 돕기 위해 일하는 이슬람인 한 명을 데리고 있소이다. 확실한 사람이오. 내 바로 그 사람을 보내리다.”


타렉은 고맙다는 뜻으로 박수를 쳤다. 그러고는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도성을 점령하고 있는 프랑크인들에게는 우리가 전권을 위임한 대표를 보내면 됩니다. 선물과 함께요. 선물은 많을수록 좋습니다. 어중간한 표현입니다만,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서 동의를 표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젊은 장사치는 얼굴에 미소를 환히 짓고는 목소리를 가라앉혔다.


“에! 그리고 그들이 우리의 선량한 마을에서 벌일 노예시장에서 우리가 노예들 모두를 사들일 수 있도록 조처를 취해야만 합니다. 에! 또, 부연하자면 그들이 이런 정황을 알고 있어야만 한다는 이야기 입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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