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46화
제1부 10-3
프랑스 파리
세느 강 우안
지금 현재
까마귀들이 돌 벤치에 모여들었다. 일렬로 앉아있는 까마귀 떼를 앙투안은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는 자꾸만 치밀어 오르는 분개심을 가라앉히기 위해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그들은 그에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조용히 일을 처리하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자유석공조합의 실제 출자자들인 조직원들조차 가만 내버려두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다.
허공 속에 가브리엘 숙부가 참수당한 몰골로 어른거렸다. 그는 잠시 입안에서 자꾸만 맴도는 말들을 할까 말까 망설였다. 그는 대통령의 제안을 딱 잘라 거절할 수 있는 처지가 못 되었다. 그렇다 치더라도 어떻게든 그 제안을 강력하게 거부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마르카스는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금전적 포상, 승진, 태양이 내리쬐는 곳으로의 전출, 레지옹 도뇌르 훈장. 저는 이 모든 것을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저는 그것을 바라고 한 게 아닙니다. 오로지 제 본분을 다하고자 했을 따름입니다.”
대통령과 디지피엔이 이미 잘 알고 있다는 듯이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우리의 친구 뤼쉐 국장이 조금 후에 당신에게 모든 것을 설명할 거요. 대통령께서는 곧 자리를 뜨실 것입니다. 우리가 너무 귀찮게 폐를 끼치는 것 같아 이만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들에 대해서는 추후에…….”
앙투안 마르카스는 꼿꼿한 태도로 말을 받았다.
“게다가, 제 휴가 건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그렇게 휴가를 취소할 정도로 다급한 일이 있었습니까? 일 때문에 거의 숨이 막힐 지경이었고, 제 동반녀의 숙부는 살해당하기까지 했습니다. 이에 대해 프랑스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그녀에게 뭐라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뚱보 형제가 끼어들었다.
“국가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어. 배후에 세력이 있다는 걸 너만이 깨닫지 못한 거야. 또한 네 직분으로 볼 때 조용히 그것도 은밀히 탐문 수사를 해야만 했어.”
까마귀 한 마리가 뤼쉐 국장이 중간에 끼어드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듯이 깍깍거리며 시끄럽게 울어댔다. 대통령과 베르시 재무부 감독관은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 앙투안은 얼굴에 엷은 미소를 지었다.
“당근 다음엔 채찍인가? 친애하는 형제여!”
뚱보 형제는 볼록 튀어나온 배를 가볍게 두드렸다.
“아니야, 정말 아니라니까. 내가 그대에게 당연히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 아냐? 아니면 생 피에르 에 미끌롱의 얼어 죽은 주민들이나 막세이 북쪽 지역의 불에 타 죽은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라고 전출시키는 것이 마땅하다는 건가? 그건 아닌 것 같아. 그 일이 알려지게 된 이후로 단 몇 주 만에 네가 말하는 본분이라든가 의무가 학습되었다고 보이진 않기 때문이야. 난 그런 말 자체가 점점 더 짜증이 나.”
“그것 참 이상하네. 내가 알기론 윤리야말로 네가 속한 순종 단체의 형제들이 세상을 비추는 가치들 가운데 하나라고 치켜세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닌가? 이에 관해 네 단장이 집무실에서 이야기하기를 윤리란 정의에 따른 규율 조항들의 보호 아래 놓인다고도 말하던데.”
두 남자는 서로 쏘아보았다. 그때 대통령이 끼어들었다. 두 사람을 놀리듯이
“두 자유석공조합 단원들께서는 엘리제 궁전 정원에서 서로를 호되게 나무라시는 것 같은데. 두 분! 한 가지 내가 납득한 일은 프리메이슨 단의 모의가 있을 문제의 저녁 모임이 아직 개최되지 않았다는 거요.”
대통령은 목소리를 가라앉힌 뒤, 장중하게 말을 이어갔다.
“친애하는 마르카스 씨, 당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또한 당신 이야기 역시 존중합니다. 내가 조금만 더 젊었어도 불굴의 이상을 정치적으로 실천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직책상 나를 영적인 상태에 빠져들게 할 수는 없다는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앙투안은 이 세상 모든 나라의 정치판에서 결정권을 쥔 자들은 그들이 결정을 내려야만 할 때 한결같이 정당화의 늪에 빠져 허우적댄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와 같은 사실은 여기 있는 존재들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는 오로지 한 가지 일만을 걱정하고 있었다. 가브리엘을 다시 만나야 한다는 사실. 그러나 대화가 더 느슨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최후의 한 방을 먹이고 싶은 유혹에 빠져들었다.
“그건 아마도 일반 대중들이 정치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대통령님! 안심하십시오. 제가 지금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저를 호출한 데에 따른 의무를 수행하고 있을 뿐 다른 아무것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단지 한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뭡니까?”
앙투안 마르카스는 잠시 망설이다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는 뭐가 뭔지 통 모르는 상태에 빠진 것이 아니라 반대로 아주 명료한 의식을 지니고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고 스스로 판단했다.
“수도회의 기원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템플 기사단은 그리스도의 청빈한 기사단으로 불렸습니다. 저는 발견한 보물을 왜 돈으로 환산하여 금전적으로 계산하는지에 대해선 모르겠습니다만, 이 보물은 일부분 권리와 소유권을 증여해야 타당하며, 그것을 하찮게 여겨서는 안 되며, 또한 그것을 가난한 이들에게 기부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뚱보 형제는 자신도 모르게 히죽히죽 웃음이 나오는 것을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그리스도의 청빈한 기사단이라, 그것 참 묘한 말이네. 그들은 크레수스(고대 리디아 국왕) 만큼 부유했고, 모든 기독교도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가들이었네. 그들에 대한 연민이나 동정이 참 눈물겹군. 그건 네 순종 단체에서나 늘어놓는 허울 좋은 말들에 지나지 않을 뿐이고 국민들에게 적용할 바는 아닌 것 같은데. 아무리 가난한 자유석공조합의 집회소들이라 할지라도 거지들과 함께 돌을 깎지는 않아.”
앙투안 마르카스는 싸늘한 어조로 반박하고 나섰다.
“사기꾼들의 집회소는 오직 돈을 긁어모으는 데에만 신경을 쓰지.”
뚱보 형제의 낯빛이 붉어졌다. 까마귀들이 발을 움직여 몸을 좌우로 흔들어대면서 이들을 지켜보았다. 대통령은 손을 들었다. 그는 슬그머니 논쟁에 끼어드는 은밀한 취향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만이 그로 하여금 자신의 권위를 입증하는 것이며, 자신의 주장을 강요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하는 듯했다.
“두 분! 그만들 하세요. 정신을 달구는 것은 논쟁이 아니라 열기이어야만 합니다. 반장! 나는 당신 생각이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대단합니다.”
그는 베르시 재무부 감독관 쪽으로 돌아섰다.
“우리가 풀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됩니까?”
키가 작은 남자는 입술을 오므렸다. 그는 침착한 모습이었다. 절대 흥분하지 않을 것 같은 태도였다.
“대통령님! 몇 백만 유로는 특별 예산에 추가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은 곁눈질로 마르카스를 쳐다보았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는 얼굴로.
“자! 자! 목수님, 좀 더 너그러울 필요가 있어요. 빌어먹을. 템플의 보물은 몇 억 단위로 계산됩니다. 구두쇠들같이 굴지 마세요. 0이 하나만 붙는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10단위로 생각하세요.”
“적자가 어마어마합니다. 사회복지 예산으로 충당해야 할 정도입니다. 5천만 유로 정도를 필요로 할 것 같습니다.”
대통령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는 앙투안 마르카스 쪽으로 돌아섰다.
“당신들께서는 뭐라 하시겠소? 대단한 금액 아니오? 당신들의 템플 기사단은 우리에게 자랑스러운 존재입니다.”
앙투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들의 돈을 가지려 하다니 바보 천치가 아닌 다음에야 그런 행동을 할 리가 없었다.
“대통령님! 경매에 100억 유로 정도로 부쳐보세요. 그리고 10분의 1을 가난한 이들에게 기부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대통령님께서는 프랑스에서 빈곤을 일소하고자 노력한 대통령으로 5공화국 역사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템플 기사단들의 보물의 도움을 받아서.”
파리 베르시 지역에 자리한 프랑스 재무부의 키 작은 사내는 자칫 앙투안의 목을 조를 뻔했다.
“10억 유로라고요? 불가능합니다. 전 단호히 반대합니다. 우리는 지속적인 에너지 개발을 위한 중소기업연합회의 투자를 적극 활용해야만 합니다. 세금을 경감해 주면서…….”
“유럽은 경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은행들에게 몇 십억 유로를 풀었습니다.” 마르카스가 대꾸했다.
뚱보 형제는 냉소가 섞인 비웃음을 흘렸다.
“결국 싸우고 마는군…….”
대통령이 그를 가로막고 나섰다.
“빈곤 퇴치를 위한 10억 유로라. 기발한 구호입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마르카스 씨! 당신이 맘에 드오! 그리고 대화에서 내가 한 조언들을 너무 허투루 듣지는 마시오.”
그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여러분! 아뿔싸! 사자들이 우글거리는 굴속에 되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군요. 당신의…… 형제는 내가 원형 경기장에 다시 뛰어드는 동안 당신을 배웅해 줄 거요.”
그는 다시 앙투안 마르카스의 손을 잡고는 감독관과 함께 멀어져 갔다. 그는 감독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저 형사반장 말이야. 저런 유형들이 원래. 그렇게 온순하지는 않지만 용감하고 생각이 깊어요. 목수! 가난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지를 내게 보고해 주시오.”
“되풀이 말씀드리지만 저는 반대합니다. 그건 무의미한 일입니다.”
“알아요. 하지만 당신은 정치적이질 못해요. 우리의 친구 마르카스는 우리에게 돈 쟁반 위에다가 아이디어까지 얹어주었어요. 그게 성공하려면 우리가 인도주의를 더해야만 하는 거요.”
“그렇지만 10억이……. 대통령님은 정말 프랑스가 기울어져가도록 할 작정이십니까? 국가 신용기관들은 우릴 아주 형편없이 평가할 것입니다.”
대통령은 반짝반짝 빛나는 이를 드러내면서 웃었다.
“내 말인즉슨 우리는 딱 한 번만 돈을 쏟아부을 거라는 거요. 내 말 당신 이해했소?”
감독관은 마르카스와 뚱보 형제 그리고 경찰청장이 서로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서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힐끗 쳐다보았다.
분위기를 명랑하게 바꾸고자 한 듯이 대통령은 감독관의 어깨를 감쌌다.
“세계는 저자와 같은 이상주의자들과 우리와 같은 사람들을 필요로 합니다.” 감독관이 자신의 말을 듣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대통령은 약간 비꼬는 말투로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