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의 미스터리

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47화

by 오래된 타자기


제1부 10-4



프랑스 파리

세느 강 우안

지금 현재


앙투안 마르카스는 경찰청장과 뚱보 형제를 바라보았다. 앙투안은 단 한순간에 대통령과 그가 거느린 충견들이 기분 좋게 기꺼이 10억 유로를 풀 것이라 믿지 않았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가장 권력이 센 자의 머릿속에 그와 같은 생각을 주입시키는 데에는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이 지금까지 한 행동으로 비춰볼 때, 어떤 비열함은 지니지 않은 듯했다. 또한 정치적 영향력을 지닌 대통령이야말로 메시지를 쥐고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경찰청장은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아무래도 자리를 떠야 할 시간이 된 것 같았다. 마르카스가 말을 이어갔다.


“아주 맘에 들어. 모든 것이. 하지만 당신들은 오직 내가 우리의 선량한 대통령에게 무슨 말인가를 이야기하라고 여기로 부른 거 아닙니까?”


디지피엔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뤼쉐 국장이 당신에게 설명할 거요. 우리가 당신을 기다린 이유에 대해서 정확히. 이번 일은 우리를 최고조의 불안한 위험 수위로 몰아가고 있소.”


이번에는 디지피엔이 정면 건물을 향하여 자리를 떴다. 뚱보 형제가 이야기하는 동안 앙투안은 겉옷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부드럽고 여성이라 짐작되는 목소리가 귓속에 미끄러지듯 들렸다.


“약속 모임은 끝났어?”


“응! 내가 어디 있는지 넌 모를 거야.”


"얘기해 봐. 나갈 테니. 네가 좋아하는 레스토랑? 하여튼 그들이 너를 감방에 처넣은 건 아니지?”


“아니, 걱정 마! 오페라 쪽으로 30분 내에 갈게. 신용카드에 남아있는 돈을 마구 긁어댈 거니까.”


가브리엘의 뜨거운 음성이 핸드폰에서 흘러나왔다.


“템플 기사단들의 보물을 발견했다는 이야길 들었어. 에메랄드도 아니고 루비도 아닌 아무것도 아니란 이야기도. 그것을 따로 보관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바보가 되었어.”


“그래. 하지만 우리는 정직한 바보들이야. 이만 끊을게.”


앙투안은 전화를 끊었다. 그녀와 함께 둘이 이 일에서 몰래 빠져나갔을 때가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는 걸 앙투안은 깨달았다. 그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는 키웨스트로 도망치듯 날아갔다. 다시 웃옷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집어 든 순간, 뚱보 형제가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식사는 이따 하자. 네게 임무를 전달하기에 30초면 충분하니까. 디지피엔이 이미 서명했어. 이번 일을 계속해서 맡으라고 임무를 네게 배당했으니까. 엊그제 한 남자가 살해당했어. 머리에 총을 맞고.”


앙투안은 뚱보 형제의 상의 깃을 잡고 흔들었다. 그의 목소리가 위협적이기까지 했다.


“너! 내 말에 참견하지 마! 너 하나쯤 죽여 버리는 일은 아무것도 아냐. 바로 그렇기 때문에 범죄가 발생하는 거야. 난 미술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예술품 밀거래를 조사하는데 진력하고 있어. 너 알아? 회화 작품, 조각상, 골동품 등 모든 종류의 예술품들이 다 밀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을. 그까짓 살인사건으로 휴가 중인 나를 불러내다니 참 지긋지긋하다. 얼간이 같으니라고!”


그때 불현듯 뤼쉐 국장의 운전기사가 떡갈나무 뒤쪽에서 나타났다. 운전기사는 상의를 벗어 손에 쥔 채였다.


“아니 놔두세요. 우리의 형사반장님께서는 조용히 가만 계실 겁니다. 안 그래? 마르카스? 엘리제 궁전에서 흥분하고 그래. 프로답지 않게. 형제!”


앙투안은 경호원을 사나운 눈길로 쏘아보았다. 그리고 그의 두 팔을 꺾은 손을 풀었다. 그러자 덩치 큰 경호원은 떨어진 상의를 주워 구겨진 옷 주름을 펴면서 먼지를 털어냈다.


“이쯤에서 작별을 고하는 게 낫겠다. 엥! 그리고 네게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대단한 친구여!”


뤼쉐 국장이 화가 나서 저만큼 걸어가는 앙투안을 불러 세우자 앙투안은 돌아서서 뤼쉐 국장에게로 다가갔다.


“사크레 쾨르의 본당신부인 루딜 신부가 머리에 총상을 입고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는군. 성심 성당 비밀의 방에서 말이야. 자네 혹시 이 사건과 관계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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