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49화
제1부 11-2
알 킬할
1232년 만성절 축일
샘 근처에서 싸우는 소리가 났다. 롱슬랭은 곧바로 쉰 목소리가 기욤이 내는 소리라는 걸 알아챘다. 롱슬랭은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 나는 쪽으로 다가갔다. 기욤이 드뱅과 다투는 중이었다. 롱슬랭은 걸음을 빨리했다. 우두머리는 대원들 간에 불화가 일어나는 걸 바라지 않았다. 더군다나 대원들이 다투는 걸 용납하지도 않았다. 특히 하층계급 앞에서 싸우는 걸 엄격히 금지했다.
프로방스 사내는 그 둘이 다툰 이유에 대해 자초지종을 듣는 순간 의아해졌다.
“무슨 까닭에 이 노인네를 잡아 가둬 놓은 것인가? 이 주술사야!”
드뱅이 말이 고삐 매는 것에 버티듯 고분고분하지 않았다.
“신경 쓰지 마시게. 그리고 내게 그 노인네를 돌려주게. 노인네는 아무 가치도 없다네.”
“사실과 달라.” 기욤이 으르렁댔다. “노인네는 유대교 사제야. 더구나 유대인들 모두가 이 노인네를 숭배하고 있어. 우리가 그를 붙잡아놓을수록 유대인들이 잠잠할 텐데 그건 당연한 일이야.”
롱슬랭은 다리를 후들거리고 있는 노인네를 향하여 몸을 돌렸다. 재에 더럽혀진 수염에다가 옷은 찢어진 채 누더기 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랍비를 둘러싼 유대인들은 그를 마치 메시아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최고로 이상적인 포로였다. 기욤이 이 포로를 이용하려 했던 것은 옳은 일이었다. 롱슬랭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거구 쪽으로 돌아섰다.
“내가 딱 잘라 말하겠다. 노인네는 네 것이다.”
드뱅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 노인네를 여기까지 너희들 앞에 데려온 사람이 나란 말이다. 너희들에게 이 마을을 자세히 알려준 것도 나고, 어떻게 이 마을을 공략할지를 예시해 보인 것도 나였다. 자네는 어찌 내게 고맙다 할 것인가? 자네는 오늘 이 일에 대해 후회할 것이야. 프로방스 인!”
롱슬랭은 드뱅이 지켜보는 가운데 쇠 장갑으로 휙휙 손등을 내리쳤다.
“경고하겠는데 그걸 잡아. 나를 위협한 놈들은 가차 없이 이 도끼가 이마를 내리쳤다.”
드뱅은 잠시 꼼짝하지 않고 서있었다. 회색이 돋보이는 두 눈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드뱅은 차례차례 롱슬랭과 기욤을 쳐다보다가 바닥에 가래침을 뱉었다. 거구는 철퇴를 집어 들었다. 그러자 프로방스 사내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안 본 걸로 하겠다. 주술사!”
성이 안 풀렸는지 드뱅이 홱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