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51화
제1부 11-4
알 킬할
1232년 만성절 축일
오마르 이슬람 사원은 도성에서 제일 큰 규모였다. 전설에 따르면 천사가 초석을 놓았다 하며, 세월에 의해 마모되고 검게 변한 초석의 각진 곳 가운데 한 조각이 아직까지도 남아있었다. 약간 미신적인 경향이 있기는 했지만, 이슬람인들은 이 돌을 극진히 여긴 것은 물론 비밀리에 숭배하기까지 했다.
낙타를 이끌고 먼 곳을 향해 길을 떠나는 대상들은 떠나기 전날 이곳을 찾아와 검은 돌에 손을 얹고 불안한 마음을 달래면서 신이 그들을 축복해 주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애꾸눈은 사원 입구에 앉아서 통역사가 이슬람 사원에 관한 전설을 시시콜콜 들려주는 것을 듣고 있었다. 사원 안에서는 시리아 인들이 물건을 사고팔았다. 그들에게는 1시간만이 남아있었다. 더는 안 되었다. 기증품은 제외하고.
애꾸눈은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슬람 사원의 벽체는 두꺼웠다. 왕년에 신부였던 애꾸눈은 랍비를 자신의 인질로 삼고 있었다. 그는 이 때문에 드뱅이 참다못해 칼을 휘두르지 않을까 적잖이 불안해했다. 어떤 광기가 이 아무 쓸모없는 노인네를 홀로 인질로 삼으려 했던 영국인에게서 가로채게 만들었을까? 마이모네스는 여전히 사원 입구 가까이에 서있는 채였다. 랍비는 세심히 각진 돌을 바라다보았다.
“이봐! 랍비!” 용병이 그를 불렀다. “그 늙은 몸을 돌에다 비벼대면 혹시 자네 인생에 있어서 유위전변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 생각하는가?”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마이모네스는 아주 구슬프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처량한 목소리로 용병의 말을 이어받았다.
“이슬람 사원이 들어서기 전에 이곳에는 유대교 신전이 있었지. 그러나 지금은 오직 이 돌 만이 남아있을 뿐이라네.”
애꾸눈은 노인네에게 질문하는 중에 기욤이 시리아 인인 타렉을 데리고 불쑥 나타났다. 거구인 기욤의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했다. 그가 왕년에 신부였던 애꾸눈에게 몸을 숙이면서 말했다.
“롱슬랭을 보러 가거든 그에게 잘 전해라…….”
타렉은 가죽 행낭에서 돈을 꺼내더니 애꾸눈의 손에 쥐여주었다.
“……일은 마무리되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처음에 포로가 된 이들을 석방시키러 갈 것이니라.”
임무를 완수하기 전에 애꾸눈은 그때까지 돌을 붙들고 기도하는 유대인 노인네를 돌아봤다.
“드뱅이 자네에게 그토록 집착하던데 그가 하는 것처럼 자네도 죽은 자들을 환생하게 만들 수 있는가?”
랍비는 놀란 눈으로 애꾸눈을 쳐다보았다. 애꾸눈은 프랑크 인들과 같이 미신을 믿지 않았다. 프랑크 족속들은 자신들의 종교적 교리에 입각해서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이교도들이 있으면, 즉시 잡아다 화형에 처했다는 것이다. 이교도들 가운데 한 명이 애꾸눈과 내세에 관해 대화를 나누다 그에게 들려준 이야기였다. 마이모네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닐세. 우리는 죽은 자들을 평화로이 내버려 둬야만 하네. 우리는 이교도들이 아니라네.”
“아! 그래? 그러면 뭣 때문에 드뱅이 자네에게 그토록 흥미를 느끼는 것인가?”
랍비는 주저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프랑크인들은 위선적이며, 사기꾼 기질을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랍비는 프랑크인들을 조심했다. 더군다나 드뱅은 생긴 모습이나 하는 행동 모두가 극도로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이 사내에게 전혀 믿음이 가지 않네.” 랍비는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왕년에 신부였던 애꾸눈이 랍비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말해봐. 드뱅이 뭘 원하는 거야? 돈? 성물함?”
“난……. 모르겠네.”
“난 자네를 드뱅으로부터 보호해 줄 수가 있어……. 그러니 어서 내게 이야기해 봐.”
랍비는 고개를 똑바로 쳐들었다. 그의 얼굴이 거만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내 운명은 자네 손에 달려있지 않네. 기독교도여! 내가 죽고 사는 문제는 신의 의지에 달려있다네.”
“미친 늙은 영감탱이.”
랍비는 프랑크 인의 압제로부터 해방되자 두 손을 가슴에 갖다 댔다. 고개를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주님! 우리를 보호하소서. 제 딸과 저를 보호해 주소서.”
마이모네스는 어느 누구도 그를 몰래 살펴보는 이 없는 가운데 마치 무언가를 간구하는 듯 고개를 쳐들었다. 그러나 애꾸눈은 이미 자리를 뜨고 없었다.
“그가 나로 하여금 비밀을 지키게 해 주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