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54화
제1부 14-1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
지금 현재
대성당 주위를 에워싼 철책은 거의 3미터가 넘는 높이였다. 유목민들처럼 떼 지어 몰려다니는 패키지 관광객들에게는 넘나들 수 없는 장벽이었다. 여행객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건축물 내부 벽과 벽 사이에, 더해서 바깥 울타리 벽에까지 안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양철판으로 가려진 상태였다.
정문 현관 입구도 진입이 금지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뒤부아 추기경 길 위쪽에 위치한 광장으로부터 귀베르 추기경 길이 교차하는 지점까지 도로 위에는 공사용 컨테이너 막사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경찰차 한 대가 쏜살같이 달려오더니 성당 입구에서 급정거했다. 순찰차에서 앙투안과 뚱보 형제가 동시에 내렸다. 두 사람은 운전자에게 어서 떠나라는 손짓을 하고는 순찰차가 왔던 길로 다시 방향을 돌려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가는 것을 멀거니 지켜봤다.
앙투안은 가브리엘과의 점심 식사를 미룬 채였다. 점심까지 미루는 바람에 그 역시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는 잠결에 그들만의 여행을 다시 떠올렸다.
그가 기지개를 켰다. 목이 아플 만큼 뻣뻣했다. 제트기 여행으로 인한 피로라 생각됐다.
“내가 제대로 이해한 거라면 엊그제 본당 신부의 시체가 발견된 게 맞나?”
“맞아.”
“경비원들은?”
“순찰을 돈 이가 있는데, 본당 신부하고 별반 다를 게 없어. 타살이야. 범인 중 한 명은 감시 카메라들을 맡은 게 분명하고 그들 모두가 식당에서 일했어. 그밖에는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어. 그들의 신상이나 이력은 감쪽같아. 군경 부대 장다르므리 선두그룹을 차지할 정도로 아주 우수해 보여.”
“보안용 감시 카메라였나?”
“아니. 전혀 달라. 오히려, 범행 전후 시간대의 모든 기록이 다 지워져 있어. 대단히 치밀하게 범행을 모의한 것 같아 보이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기술적으로 상당한 수준이야. 특수부대 훈련을 받은 것 같아. 고주파를 쏘아대는 발신 기지국 같은 인상을 주는 센터가 한쪽에 자리 잡고 있어. 모든 정보를 그 자리에서 즉시 검색하고 해석할 수 있는. 일단 그들은 공사장으로 침투한 것 같고, 그들의 장난감이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었던 것 같네.”
“보물은?”
“미처 건드리지 못했지.”
앙투안과 뤼쉐 국장은 공사장 입구 쪽으로 가서 인터폰을 눌렀다. 스피커에서는 금방 지글지글 거리는 소리가 났다.
“감독관께서 부탁하시기를 저희더러 마르카스 씨와 질베르 씨가 찾아올 거니 기다리고 있으라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이제부터 너를 질베르라 불러야 하는 거야?” 의구심에 찬 앙투안이 뤼쉐에게 물었다.
“응. 한 달간 모리스라 불렸지. 그리고 봄에는 마르셀. 겨울에는 르네가 좋아. 우리의 경우 이 이름들이 훨씬 정답게 느껴져. 이제 점차적으로 사라져 가고 있긴 하지만.”
뤼쉐는 전통적인 이름들이 자꾸만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표정이었다.
앙투안이 대꾸하기도 전에 목소리가 인터폰 살창을 뚫고 들려왔다.
“몇 분 내에 감독관께서 도착하십니다. 감독관께서는 지금 성당 안에 계십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인터폰이 끊어졌다. 형사반장은 동료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매혹적인 안내네. 참!”
“그들은 이를 갈고 있어. 보석, 황금, 은 등이 들어있는 자루들을 찾아내려고 혈안이 되어있어. 온 파리를 다 뒤지고 다니고 있고 심지어는 살인을 저지르기까지 했어. 난 그들이 편집광적인 환자가 아닌가 적이 불안해.”
“누가 이 지역을 관할하고 있나?”
“나야! 그러나 그들은 안에 자신들의 책임자가 있어야만 문을 열어줄 만큼 훈련을 잘 받은 이들이야. 나는 그들이 한 짓이 명백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들이 돌길 바닥에서 날 죽이려 들지도 몰라. 어찌 되었건 이번 살인사건으로 인해 발굴 작업이 수정되는 일은 없을 거네. 공사도 계속 진행될 거고.”
“법의학 분석 결과는 나왔나?”
“머리에 총을 한 방 맞았는데, 총구를 가까이서 들이댄 채로 쏜 것 같고 시간은 새벽 3시경이야. 그들은 단 하나의 돌로 된 기념비를 뜯어내고 그 자리를 덮개로 덮어놓았지. 그들이 남긴 흔적들로 볼 때, 숫자는 3명으로 추측돼.”
“고마워, 질베르.”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앙투안 마르카스가 대꾸했다.
뚱보는 상의에서 핸드폰을 꺼내기 위해 말을 중단했다. 그가 딴 데로 눈길을 돌렸다. 앙투안은 바실리카 대성당 돔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항상 어떤 모호한 이끌림에 자신을 내맡겼다. 이 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천주교회는 파리 코뮌 혁명이 발생했던 그 해에 속죄를 구하는 차원에서 지어졌다.
코뮌에 대한 속죄,
코뮌은 참으로 선하다.
코뮤나르드들은 1871년 베르사유에 망명한 정부군에 의해 학살당했다. 이로 인해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람들은 이곳에 콧수염을 단 이가 선한 민중에게 용서를 구하는 마음에서 제과점을 지을 필요가 있다는 말을 믿고 있었다.
가톨릭교도들의 승리는 결국 자유석공조합원들에 대한 피의 숙청의 실패를 자인하는 결과를 낳았으며, 그릇된 생각을 갖고 있던 진영을 선택한 것으로 귀결되었다. 그렇지만 동요가 일어나기 전에 당시의 조합원들은 두 진영 간의 중재를 시도했다.
최후의 순간에 그들은 두 진영 간의 중재를 위한 마지막 카드를 사용하였다. 프리메이슨이 역사적으로 비참하면서도 화려했던 시기가 바로 이때였다고 앙투안은 생각했다. 그가 그런 생각에 빠졌던 것은 자유석공조합의 미숙련 장인이었을 때였고, 선임자들이 그에게 들려준 이야기 역시 그와 같았다.
뤼세 국장은 전화를 끊었다. 앙투안은 팔짱을 낀 채였다.
“너무 지루할 것 같아서 프리메이슨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들려줘도 괜찮겠어? 네 순종 단체에서 부자들을 그물코가 아주 좁은 예망으로 물고기를 잡듯이 잡아들인 이야기를.”
“그만해.”
“파리 코뮌이 있는 동안 파리에 바리케이드를 친 것은 알고 있지?”
“아니! 하지만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해서는 조금 알고 있어.”
“베르사유 정부와 코뮤나르드들 간에 학살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자 파리의 형제들이 파리 시청사에 모여들었지. 수도 곳곳에서 수천의 형제들이 집결했어. 그들의 목표는 반감에 찬 베르사유 정부군들을 저지하기 위한 바리케이드를 파리 곳곳의 길목마다 설치하는 거였네.”
“모든 게 예정되어 있었군!”
앙투안은 계속했다.
“모든 집회소들의 군기가 총동원되었지. 가장 높은 계급의 깃발까지도. 장미십자가에 소속된 카도슈 기마병들의 깃발들이 바람에 펄럭였어. 그들이 파리 바리케이드에 도착한 순간 함성이 터져 나오면서 자유와 평등, 박애를 상징하는 파란색 하얀색 빨간색으로 된 삼색기가 휘날렸어. 결국 코뮤나르드들은 혁명을 일으킨 대가로 총탄과 포탄 세례를 받은 거지. 잔인한 학살극이었네.”
뚱보 형제는 시계를 들여다보며 이마에 난 땀을 훔쳤다.
“아! 그래……. 참 바보같이 용감했군. 넌 그 이야길 어디서 들었나?”
“너 알지? 루이즈 미셀! 그녀가 『기억』이란 글에서 이 끔찍한 이야길 하고 있지.”
“빨갱이 자매! 놀랍지도 않아. 난 확신하고 있어. 그녀가 정확하게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만큼은. 네가 말한 코뮤나르드들은 총살형을 집행하던 사격 대원들 앞으로 사제들과 베르사유 정부군들을 끌고 갔다는 이야기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지. 그에 대해서만큼은 대충 얼버무리고 있어. 적법한 소송절차 같은 것도 전혀 없었다는 이야기도 빠뜨렸지. 너희들 순종 단체에 속한 혁명군들을 칭송하다 못해 듣는 이를 홀리고자 뱀 꼬리처럼 흔들어대는 꼬락서니는 내게 물집을 부풀어 오르게 만들어 상처가 덧나게 할 뿐이야.”
“과장하지는 말자.”
“세인들은 너희 같은 부류와 프랑스 대혁명을 선동질 한 이들을 쉽게 믿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도 이야기해야 되겠지. 영국의 형제들한테 그렇게 이야기해 봐. 아마 그들은 너희 좌파 바보 같은 놈들한테 히스테릭 반응을 보일 거야. 루이즈 미셀이라……. 아무구나 다 글을 쓰는구나.”
앙투안은 비웃었다.
“네가 뭘 안다고? 사크레 쾨르 정원은 허! 참! 루이즈 미셀에게 봉헌되었어. 저 하늘나라에 간 가톨릭교도들이 진절머리 나도록 들은 이야기, 누구나 할 것 없이 알고 있는 얘기야.”
앙투안 마르카스는 그가 말을 과장해서 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더군다나 그는 전혀 교회와 등지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형제의 보수주의는 마르카스에게 있어서 털이 곤두설 만큼 아찔한 것이었다.
뤼쉐 국장은 어깨를 들썩였다.
짜증이 났다. 앙투안은 또다시 사크레 쾨르를 쳐다보았다. 지난날의 과오에 대한 참회와 속죄의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바실리카 대성당은 늘 그에게 마치 뱀이 꼬리를 흔들어대며 유혹하는 시련의 대상으로 떠오르기만 했다.
그는 왜 그런지 그 이유에 대해서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정문 앞에 서있는 두 개의 기념비라 할 수 있는 기마상 조각들만이 그의 눈앞에 인상적인 풍경으로 다가올 따름이었다. 갑옷을 입은 루이 성인과 잔 다르크는 마치 그들의 적들을 쳐부수려는 듯이 말을 타고 허공을 향해 분연히 일어서는 모습으로 각인되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