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성당

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55화

by 오래된 타자기


제1부 14-2



프랑스 파리

지금 현재


앙투안 마르카스가 몽상에서 불현듯 깨어났다. 공사장 입구 문이 열리면서 조금 후에 하얀 작업복을 입은 사십 대의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먼저 뚱보 형제와 인사를 나눈 뒤, 자신을 앙투안에게 소개하는 뚱보 형제를 가만히 지켜봤다.


“이쪽은 안드레아 꼴리그노니 씨! 바티칸에서 파견된 감독관이시고.”


“마르카스 수사반장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보물을 발견하신 분이시죠? 가톨릭 천주교회는 반장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려야 마땅하리라 생각합니다.”


뚱보 형제는 얼굴 가득 이상야릇한 미소를 띠고는 무슨 말인가를 하고 싶어 했다. 그런 그를 앙투안이 만류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나는 이 일에서 손 떼고 싶어.”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네. 단지 우리의 이탈리아 친구 말에 감탄하여 주의를 기울여 경청했을 뿐이네…….”


그들이 공사장 안쪽으로 진입했다. 화물차 한 대가 화물 승강기 앞쪽에 정차해 있었다. 작업하는 사람들은 무장한 경비대가 지켜보는 가운데 분주히 앞을 오갔다. 감독관은 그들을 바실리카 대성당 입구로 안내했다. 세 개의 문들은 이미 뜯긴 상태였다.


그때 성당 벽에서 뜯어낸 석회암 부스러기들을 수북이 담은 운반 수레 하나가 그들 앞으로 다가왔다. 세 사람은 운반 수레가 수월히 지나갈 수 있도록 한 쪽으로 물러나 성당 벽 쪽에 비켜섰다. 그러고 난 뒤, 다시 성전 안으로 발걸음을 떼었다.


성당 실내에는 미세한 먼지가 안개처럼 공중을 뿌옇게 부유하고 있었다. 감독관은 수단을 입고 있는 사제를 손으로 가리켰다. 사제는 열려있는 몸을 기울이고는 금고 안을 들여다보며 내용물들을 꼼꼼히 체크하는 중이었다. 멀리에서 봐도 금고 안에 차곡차곡 쌓여있는 수백 개의 금괴가 눈부신 황금빛으로 번쩍거리는 것이 한눈에 들어왔다.


신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게 누구십니까? 오! 친애하는 다 실바 신부님!” 앙투안 마르카스가 신부와 시선을 주고받았다. “교회 기둥을 뿌리째 뽑은 범인들은 대체 어떤 자들입니까?”


포르투갈 사제는 앙투안에게 손짓으로 잠깐만 기다리라는 표시를 했다. 금고문을 다시 닫은 뒤, 신부는 앙투안을 향해 다가왔다. 만면에 미소를 가득 띤 채로 앙투안하고 힘차게 악수를 나눴다.


“교황 성하께서 내게 이 일을 맡기셨소……. 원형의 둥근 천장 지붕을 복구하는 일을 지휘 감독하고 있소이다. 금고 속에는 5십만 유로에 조금 못 미치는 돈이 들어있을 뿐, 다른 아무것도 발견된 게 없소. 다행인 것은 이 돈이 어떠한 의문을 품을 만한 이유가 없는 그 출처가 분명한 돈이란 점입니다. 어떻게 지내셨소? 앙투안!”


“상당히 안 좋습니다. 성당에서 발견된 시신으로 말미암아 휴가가 완전히 박살 나고 말았습니다.”


“억울하고 화가 나는 일이지만, 일단 이 일과 나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당신을 만나고 싶다고 당신 친구분에게 이야기한 사람이 바로 나입니다. 우리와 뜻을 같이한 공동체는 확실한 누군가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당신은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고 신임할 수 있는 프랑스 경찰관이죠. 여기까지 오시게 한 것을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바티칸은 다음번에야말로 당신의 바캉스를 확실하게 챙겨줄 것입니다. 나를 따라오세요.”


네 명의 남자들은 서쪽 기둥들이 간격을 띈 채 서있는 회랑을 따라 쭉 걸어갔다. 회랑은 방수포에 둘러싸인 성 베드로 조각상이 있는 뒤쪽 순환 형 회랑과 연결되어 있었다. 뚱보 형제는 고개를 쳐들고 제단 위의 둥근 반원형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모자이크 속의 위풍당당한 예수 그리스도 상은 거의 전부가 뜯겨 나간 상태였다. 감독관은 그가 쳐다보는 것을 제지하면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원래 이 모자이크를 제작한 사람들은 진짜 대단한 예술가들이란 생각이 듭니다. 놀랍기도 하지만 참으로 비상한 재주를 타고난 사람들입니다. 둥근 지붕을 잇기 위하여 돌에다 돌을 끼워 넣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그 위에 돌조각 하나하나에 유약을 발라 윤기 나게 만든 다음 그것을 이어 붙여 저 거대한 프레스코화를 완성한 것은 거의 경이로운 일에 가깝습니다. 난 이런 예술가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매우 즐겨합니다. 왜냐면 고대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마력과도 같은 것이죠…….”


“모자이크를 다시 제작하는 일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뚱보 형제가 물었다.


감독관은 긴장된 얼굴로 귓불을 문질러댔다.


“현대 세계에는 마법이……. 프레스코 원판은 고밀도 촬영기를 이용하여 일일이 영상으로 담아두었습니다. 출력한 영상은 커다란 수지 판 위에 복사되고 있죠. 작업은 선별하여 특별히 지정한 공방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탈리아의 토리노에 위치한 공방에서 컴퓨터를 이용하여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정사각형의 수지판은 원판과 똑같은 꼴로 정확하게 분쇄되어 만들어질 것입니다. 천장의 둥그렇게 굽은 곳은 정밀하게 엑스레이로 촬영하여 모자이크 돌조각을 붙이는 데 더욱 정확성을 기할 것이고요. 여기까지 운반해 오는 데에는 다음 주면 가능하리라 판단됩니다. 그리고 모자이크 조각들을 하나하나씩 이어 붙여 천장화 전체를 완성할 계획입니다.”


앙투안 마르카스는 두 사람을 놔둔 채, 앞서서 다 실바의 팔을 잡았다. 앙투안은 사제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당신 교황께서는 엠레흐 신부가 한 일에 대해 상세히 알고 계십니까?”


“물론이죠. 교황 성하께서는 지금 그 일에 대해 몹시 격분해…….”


목소리 톤이 그가 이야기하는 내용과는 완전히 상반된 음조를 띠었다.


“그리고 이건 제 추측인데 바티칸 역시 다른 나라들처럼 엄정한 상황들을 체념하고 받아들이는 입장입니까?”


“그렇소. 하지만 내가 수사반장님 말에 동의한다 해서 너무 믿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요컨대 우리의 교황님께서는 지금 편찮으신 관계로, 나 역시 교황님께서 이 보물에 대해 숙고하고 계시다고 말씀드리기가 그래요. 확실치 않은 것이 현재 교황님께서는 지난번 살해 기도로 말미암아 충격을 받아 쓰러지셔서 심장질환을 앓고 계십니다. 뭐라 더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아! 예, 그래요.”


비밀통로는 활짝 열려있었다. 내부 깊숙이까지 불빛이 환히 실내를 밝히고 있었다. 앙투안 마르카스는 엠레흐 신부의 핏자국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뚱보 형제 팀이 아주 세심하게 흔적을 다 지운 것이 틀림없었다. 뚱보는 세차게 기침을 해댔다.


“실례입니다만, 더는 여러분들을 안내할 수 없음을 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 어제 벌써 이곳을 다녀갔습니다. 제 나이가 이젠 몸을 아껴야 할 때이기도 하고요.”


“운동한다고 생각하면 되잖아.” 앙투안이 쉰 목소리를 더했다.


감독관은 처음으로 휩쓸려 들어갔다. 다 실바와 앙투안이 그 뒤를 따라갔다. 세 사람은 습기 차 미끄러운 계단에서 넘어지지 않으려 조심하면서 한 계단씩 천천히 층계를 내려가서는 원형의 둥근 천장 지붕 바로 위쪽 공간에 이르렀다.


하나의 돌로 된 기념비는 중앙에 상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앙투안은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잘 보이는 지점까지 다가갔다. 꿈속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돌이었다. 윗부분 덮개는 뜯겨 있었다. 누군가 무엇을 꺼내려고 마구잡이로 뜯어낸 것처럼 보였다. 앙투안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돌의 입방체 한쪽 귀퉁이 바로 옆에 그림자가 바닥 위에 드리워져 있었다. 축축한 돌 냄새가 대기 중에 퍼져나가면서 악취마저 풍겼다. 마르카스는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여기저기 발자국 흔적들을 살펴보았다.


그는 다시 일어나 바닥을 만졌던 손을 손가락 하나하나 휴지로 꼼꼼하게 닦아냈다. 공사 책임자는 철수하고 자리에 없었다. 앙투안은 실내 전체를 세세히 다시 살펴보았다.


“신부님이 여기 돌바닥에서 시신을 발견했다고요?”


“그렇소. 불쌍한 사람. 하느님의 종을 대체 어느 누가 살해하고자 맘먹은 걸까요?”


“악마의 종이겠죠.” 마르카스가 대답했다.


이탈리아 인도 아니고 신부도 아니고 그들은 분명 아니었다.


“신부님 이외에는 당시 시신을 운구할 때 아무도 여기에 들어오지 않았겠지요?”


“아니,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소.”


앙투안은 한 개의 돌로 된 기념비로 다가가 돌을 살짝 만져보았다. 글자가 새겨진 판이 깨져있었다. 돌 판에는 진리는 무덤 안에 살아있다는 글자가 생생히 새겨져 있었다. 문구는 상당히 고심하여 새긴듯해 보였다. 앙투안은 손전등을 글자 쪽으로 비춰보았다. 통 밑바닥에 구멍이 뚫려있는 것이 보였다.


“이해할 수가 없네…….” 앙투안이 중얼거렸다.


꼴리그노니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고고학자들이 석관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안이 텅 비어있었습니다. 다만 제외하고…….”


“이중으로 되어있는 바닥을 제외하고, 그 말이지요?”


“그렇소.”


앙투안은 한가운데가 구멍 뚫린 바닥을 다시 한번 유심히 살펴보았다.


“확실한 건 여기 침입한 이들이 맨손으로 되돌아가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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