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 플라이

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60화

by 오래된 타자기


제1부 15-3



영국

웨스트 컴브리아

지금 현재


<매 2000년> 형 제트기는 순항 고도를 낮췄다. 제트기가 점차 남쪽 방향으로 하강함에 따라 잔뜩 몰려있던 구름들도 점차 사라져 갔다. 허공에 솟아오른 달은 대서양의 검푸른 물결을 더욱 반짝이게 만들었다.


델가도는 조종간을 자동으로 바꾸고 조종석에서 기지개를 켰다. 제트 엔진들은 최대 출력 상태에서 정상 작동되고 있었다. 이제 그는 30분이면 더블린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기장은 핸드폰을 집어 들고는 약속이 잡혀있는 일정들을 확인했다. 하늘을 종횡무진 누비기 시작하면서부터 여기저기서 약간은 여성들과 관계를 맺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더블린에는 아직 사귀는 여자는 없었지만, 오늘 밤 달콤한 안식처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과 함께 어떻게 되겠지 하는 생각마저 뒤섞여 뇌리를 스쳐갔다.


이틀간의 휴가가 그에게 주어졌다. 근사한 곳에서 코가 삐뚤어지게 마실 것부터 생각했다. 그러나 일단 즐겨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것만이 그가 살아오면서 맘속에 굳어진 인생의 신조였다.


하느님께 대한 공경,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찬미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가슴팍에 성호를 그었다. 그가 처음으로 영성체하던 날부터 허공에 대고 간단히 기도를 올릴 때마다 그가 하던 버릇이었다.


델가도는 조종석에서 동료들이 준비한 차가운 샴페인 잔을 들이켜던 적을 떠올렸다. 방금 그가 조종한 비행기를 타고 온 승객 두 명은 기내에서 제공된 술을 전혀 입에 대지도 않았다. 바보 멍청이들!


기내 안의 냉장고 문을 여는 순간 좌석 밑에 검은 천으로 된 가방 하나가 놓여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그는 가방 손잡이를 잡아당겨 앞쪽으로 끌어당겼다. 성급한 마음에 손으로 가방 지퍼를 여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물건이 안에 들어있었다. 방금 전에 비행기에서 내렸던 손님들이 두고 간 가방임을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알루미늄으로 둘둘 말려있는 물건은 비행기 모형 장난감이었다. 슈퍼 구피(물고기의 일종), 이 지구상에서 몸체가 제일 크다는 화물 운송 비행기인 카르고 장난감이었다. 장난꾸러기처럼 장난감 비행기를 높이 쳐들고는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장난감 수송기 안의 미니 조종석에 부착된 계기판에는 초록색 불이 켜져 있는 상태였다. 신기한 듯 델가도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계기판의 초록색 불이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그러자 <2000년 형 매 제트 비행기>는 대서양 상공에서 폭파되어 거대한 불덩어리로 타오르며 치솟기 시작했다.





매거진의 이전글핵무기 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