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들의 몸값

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64화

by 오래된 타자기


제1부 16-4


알 킬할

1232년 만성절 축일


교황 특사는 약탈자들의 시체들을 수습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특사는 시체들을 외호 깊은 구덩이 속에 줄지어 눕혀놓도록 지시했다. 붕붕거리며 허공을 날던 파리 떼가 구름처럼 몰려들어 순찰을 위해 닦아놓은 길 아래쪽에 엉겨 붙기 시작했다. 새로운 시신이 해자 구덩이에 던져질 때마다 도미니크 수사는 들고 있던 묵주에서 알을 빼내어 구덩이 속으로 던져 넣었다.


“그런데 이 자는 누구인 갑쇼?” 경호대원 가운데 한 명이 심하게 훼손당한 기욤의 시신을 손으로 가리키며 도미니크 수사에게 물었다.


“그는 벌써 가문의 반지를 잃어버렸다네.” 도미니크 수사는 콧노래를 부르듯 대답했다.


롱슬랭은 죽음을 면했다. 포박당한 그 역시 시체들을 훑어보면서 시신들을 일일이 검사하고 있는 교황 특사를 따라갔다. 나무껍질 벗기듯이 시체를 처리하는 이가 특사와 롱슬랭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 준비를 하고 기다렸다.


롱슬랭은 금전적 보수만을 위해 시체를 처리하는 일을 하는 그와 같은 부류들을 혐오했다. 이러한 부류들은 부상자들을 시켜 시신을 처리하도록 잡일을 시키는, 아주 야비한 짓마저 서슴없이 벌이는 작자들이었다.


혹자에게는 이 역시도 성업으로 간주되었다. 각기 시체 처리를 맡은 이는 거의 전문가 집단을 방불케 했다. 반지를 빼내기 위해 손가락을 자르는 사람들, 귀고리를 빼내기 위해 귀를 자르는 절단공들, 이를 잡아 뽑는 이들, 그러나 제일 지독하게 악랄한 이들은 두더지처럼 시체를 뒤지고 다니는 이들이었다. 이들은 동전이나 보석을 감추려고 입안에 삼킨 채로 불행하게도 죽은 이들의 시체를 뒤지고 다니면서 주화나 보석을 찾아내고자 혈안이 된 작자들이었다.


그때 교황 특사가 손짓을 했다. 그러자 시체 처리를 맡은 이가 재빨리 뛰어가서 집게와 고기 써는 칼 그리고 살을 도리는 예리하게 생긴 칼을 꺼내 들고는 작업을 시작했다. 도미니크 수사는 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런 족속들은 조심할 필요가 있네. 자네가 등을 보이면, 그들은 바로 자네를 시체로 만들어버리고 말 것이네. 대부분 여자들에게 시체를 팔기 위한 목적이긴 하지만, 아이들에게 아주 잔악한 짓을 하기 위한 이유도 있네.” 교황 특사는 정확히 핵심을 짚어낸 이야기를 수사에게 들려주었다.


프로방스 사내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있기만 했다. 그는 그러한 말투를 좋아하지 않았다. 살아있는 자 이상으로 죽어가는 자 또한 변조될 가능성이 있는 목소리 자체를 지극히 혐오했다.


교황 특사는 너무도 섬세한 손을 지닌 탓에 피가 튀는 것을 딱 질색할 유형의 남자였다. 도미니크 수사는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 숨진 애꾸눈이 품고 있는 통을 손으로 집어 들었다. 수사는 통을 열고 양피지를 꺼내 펼쳐 놓았다. 그러더니 시신의 상관인 롱슬랭 귀에다 대고 속삭이듯 물었다.


“몸값은 어디에 있느냐?”


롱슬랭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자마자 주먹이 날아와 롱슬랭의 관자놀이를 후려갈겼다. 롱슬랭은 더듬거리듯 말하면서 털썩 주저앉았다.


“난 아무것도 모르오.”


교황 특사는 미소를 지었다.


“정말인가? 우리는 우리가 어떤 일을 할지 우리도 잘은 모른다.”


특사는 쇠주먹이란 별명이 붙은 프로방스 사내를 일으켜 세웠다.


“십자가 위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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