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

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66화

by 오래된 타자기


제1부 17-2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

성심성당

지금 현재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경사진 비탈에 들어선 잔디밭이었다. 잔디밭에 심어진 나무들은 울타리처럼 들어서서 앞을 가리고 있는 탓에 줄지어 선 회색 지붕을 인 건물조차 보이질 않았다. 앙투안 마르카스는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쯤 일지를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는 위치를 추적했다. 내비게이션은 라마흐끄 길이 슈발리에 들라 바흐 계단과 각을 이룬 곳을 표시하고 있었다.


감독관의 말은 정확했다. 자신은 확실히 대성당 오른편에 있었다. 앙투안의 시선이 바닥에 고정되었다. 여기저기 산만하게 범인으로 추정되는 발자국들이 땅바닥에 찍혀있었던 탓이다. 나무들이 서있는 곳과 그리 멀지 않은 위치였다.


그는 잔디밭 한가운데에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러고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철창을 발견했다. 철창은 올리브 색깔로 된 철문에 나 있었다. 그가 발돋움하여 안을 들여다보니 층계가 시야에 들어왔다.


지극히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앙투안은 건물벽에 이어 설치한 바깥채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세 사람을 향하여 큰 소리로 외쳤다.


“이쪽으로 나갈 수 있네요. 길로 이어져있어요.”


멀리서 뚱보 형제가 신음 소리에 섞인 말로 응답하는 듯 말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이어서 다 실바 신부가 나타났다. 손에는 핸드폰을 쥐고 있었다.


“나는 당신의 친구분 기사와 이 핸드폰으로 통화를 해야겠소.”


“친구라기보다는 형제입니다. 조금 특별한 관계죠.”


“난 프리메이슨 집회소에서의 당신들의 관계를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가 어떻게 될까 봐 걱정입니다. 척추뼈가 골절되었어요.”


앙투안은 고개를 쳐들었다.


“그들은 뚱보 형제를 병원으로 이송할 겁니다. 기사에게 빨리 전화하세요. 슈발리에 들라 바흐 거리와 라마흐끄 거리가 만나는 지점으로요.”


앙투안은 다시 잔디밭을 가로질러 갔다. 발자국이 나무들 뒤편으로 이어졌다. 그러다가 쇠격자창 높이에서 발자국 흔적은 더 이상 보이질 않았다.


쇠격자창은 정원과 라마흐끄 거리를 가르고 있었다. 그가 다리를 벌려 쇠격자창이 난 문을 넘어서자 개를 끌고 산책하는 할머니와 마주쳤다.


그는 두 방향으로 난 길을 살펴보았다. 범인들이 어느 쪽이든 상관없이 도망칠 수 있는 길이었다.


머릿속이 부글부글 끓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새벽 3시에 이 구석진 곳에는 길고양이 한 마리도 없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곳은 몽마르트르를 찾는 관광객들이 지나다니는 번잡한 길들로부터조차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그가 건물들이 서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밤늦게까지 문을 여는 술집들도 없어 보였다. 언덕 저쪽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오직 레스토랑 하나가 그리고 길들이 서로 교차하고 있는 지점에 초등학교가 자리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정원에 길게 이어진 보행자 도로를 보폭을 크게 띈 채 걸어갔다. 그러다가 건물들 지붕을 올려다보았다. 가느다란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파리 경찰청에서 설치한 보안용 감시 카메라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들고는 파리 경찰청 내 특수부서 전화번호를 눌렀다.


“앙투안 마르카스 형사입니다. 신원 번호 67에이엠(AM), 오세베세(OCBC). 라마흐끄 거리에 설치한 카메라에 촬영된 녹화기록을 살펴보고자 하는데요, 남아 있을까요? 14번지 주변, 사크레쾨르 대성당과 같은 높인데요. 예. 기다리겠습니다.”


앙투안은 계단 층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고는 멀리 초등학교를 바라보았다. 학교 공터는 조무래기들로 바글거렸다. 아이들이 여기저기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그는 한쪽 귀를 막았다.


“아 기록이 없다고요? 아 예. 낮은 쪽에도 하나 설치되어 있는데, 꼴랭꾸흐 거리 쪽요. 아니면 대성당 남서쪽은요? 이 지역이 지금 공사 중이어서…….”


“죄송합니다. 형사님!”


“예! 알겠습니다.” 앙투안 마르카스는 화가 부글부글 끓는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


범인들의 종적은 거기서 끝이 났다.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인부들과의 공모관계를 조사해 봤자 아무런 결과도 나오지 않을 것이 뻔했다. 설사 그들이 최첨단 기술을 이용하여 컴퓨터 상으로 녹화 기록에 대한 오류를 발생시켰다 하더라도 초보자들처럼 서투르게 흔적을 남기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앰뷸런스 경광등 소리가 길 끝에서 요란하게 들려왔다. 뚱보 형제를 응급조치한 뒤, 병원으로 후송할 하얀색 미니 밴이 가까이 다가왔다. 앙투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구급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푸조 차량이 급정거를 하면서 운전석에서 한 남자가 급하게 내렸다. 그가 앙투안을 향해 외쳤다.


“환자는 어디 있습니까?”


“건물 안에 있어요.” 앙투안은 철책 뒤에서 소리쳤다. “계단 중간쯤에 나있는 문으로 들어가 보세요.”


구급차 기사는 간호사들에게 앰뷸런스에서 들것을 내리라는 사인을 보냈다.


“이쪽으로!”


또 다른 차량 한 대가 급히 달려와서는 급정거를 했다. 경찰청 소속 순찰차량이었다. 느닷없이 나타난 사복을 한 세 명의 남자들은 길 양쪽에 서서 앰뷸런스를 지켜보았다. 앙투안 마르카스는 그들의 옷차림이 이상하게도 도드라져 보인다는 인상을 받았다.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겠구먼. 참! 별 서커스 같은 일이 다 일어나다니 원…….”


5분 정도 흐른 다음 뚱보 형제가 들것에 실려 나왔다. 창백한 낯빛에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뚱보 형제가 막 앰뷸런스에 실리려는 순간 앙투안 마르카스가 그에게로 다가갔다. 거구의 사내는 성질을 못 참겠다는 듯이 으르렁거렸다.


“살살 좀 해요. 난 고깃덩어리가 아니라니까요.”


앙투안 마르카스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배어 나왔다.


“형제! 좋은 일이 있을 거야. 그러니 좋은 일만 생각하라고. 이번 기회에 확실히 다이어트도 좀 하고. 특히 잠시나마 술도 끊어야 할 걸세. 하느님이 이번엔 확실히 자네 편인 것 같아. 그런데 간호사들이 다 실바 신부가 진단한 게 맞대?”


“다리가 부러진 게 99퍼센트 확실하고 척추는 잘 모르겠대. 발 드 그라스 병원에 가서 전체적으로 검사를 받아봐야 알 수 있대. 엑스레이도 찍고, 스캔도 해보고, 외과수술도 받고. 내 나이에 참 별일이 다 생기는군. 아 그 썩을 놈의 새끼들 땜에…….”


“투덜거리지 마! 발 드 그라스는 5공화국 정부에 소속된 특권층 인사들을 위한 병원이야. 그들이 자네를 잘 돌봐줄 테니까…….”


“그만! 작작해. 그런데 뭐라도 찾아냈어?” 뤼쉐 국장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경찰청에 알아봤더니 이 지역은 감시 카메라도 작동하지 않아.”


“젠장 할! 뭐 되는 게 없어. 원점으로 돌아갔구먼. 어쨌든 어떻게 되어 가는지 내게도 알려줘. 그리고 무슨 일이 생겨 도움이 필요하면 즉각 내 기사에게 연락해.” 거구의 사내는 고통스러운지 끙끙댔다.


“널 보러 병원으로 찾아갈게. 약속한다.”


구급차는 시동을 걸고는 요란한 경광음을 내면서 사라져 갔다. 그 뒤로 경찰차량도 뒤따라갔다. 앙투안은 멀어져 가는 두 대의 차량들을 멀거니 지켜봤다. 그러자 위가 뒤틀리는 듯한 증세가 일어났다. 그는 뚱보 형제가 다른 병치레 없이 오직 부러진 다리만 치료받고 한시바삐 완쾌되어 퇴원하기만을 진심으로 바랐다. 뤼쉐 국장은 그에게 있어서 생명의 은인[1]이자 매번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서로 다퉜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그에게서 진한 형제애를 느끼게 만드는 존재였다.


그는 몇 계단을 더 올라간 뒤, 다시 정신을 집중하기 위해 계단에 앉아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까마귀 한 마리가 그가 앉아있는 허공으로 날아올라 대성당 원형 지붕인 돔을 향하여 서쪽 방향으로 사라져 갔다.


앙투안은 입이 타는지 혀로 입술을 축였다. 사실 목이 말랐다. 시원한 분홍빛 포도주가 눈앞에 아른거리면서 맛있는 포도주 한 잔을 마시면 머릿속의 혼란스러운 증세도 금방 사라질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이왕이면 가브리엘과 함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았다. 수사가 미궁에 빠질지도 모른다고 예상했던 것이 실제 벌어졌지만, 이 상황에서 자신의 임무와 저녁까지 어떤 결과를 도출해 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을 한시라도 잊기 위해서는 술밖에 없다는 생각이 간절히 고개를 쳐들었다.


어떻게 피할 겨를도 없이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그가 앉아있는 정면 쪽으로 자리한 건물에서 쏟아져 나왔다. 웃음소리는 라마흐끄 거리 맞은편 쪽으로 퍼져갔다. 고개를 들고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니 한 떼의 아이들이 놀이 기구가 설치된 안뜰을 향해 줄달음치고 있었다.


경계를 이루고 있는 담벼락에 나있는 문이 열리면서 머리에 둥근 빵떡모자인 키파를 쓴 남자가 문밖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60대로 보이는 남자는 머리칼이 희끗희끗한 가늘고 주름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너무 헐렁한 흰색 셔츠를 입은 모습이 그림자 지어 더욱 길게 늘어져 보였다. 그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그의 허리춤에 찬 곤봉이 점점 선명한 크기를 더해갔다. 사내는 앙투안이 있는 곳에 이르자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구급차 소리를 들었는데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앙투안은 사내의 코에 경찰 신분증을 들이대면서


“부상자를 후송하느라 그랬습니다. 심각한 상황은 아닙니다.”


사내는 약간 긴장이 풀렸는지


“아! 예! 그랬군요. 실례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주의를 안 하다 보니까 사고도 일어나고. 제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까…….”


“저 앞에 있는 학교에서 근무하십니까?”


“예! 관리자입니다. 그럼 이만 실례했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사내는 돌아서서 종종걸음을 치며 학교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몹시 당황한 듯이 앙투안은 그가 쓰고 있는 키파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의 기억으로 키파는 가톨릭이나 이슬람 또는 유대인 성직자들이 착용하는 부수적인 상징물이었다. 또한 학교에서는 착용이 금지된 걸로 알고 있었다.


법이 바뀌었나? 아니면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사립학교인지도 모르지 하면서 어깨를 들썩이고는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가브리엘에게 집으로 돌아가겠노라고 전화하려는 순간 불현듯 그의 뇌리 속을 스쳐가는 생각이 앙투안을 자리에서 일어나게 만들었다. 길을 가로질러 뛰어가면서 그는 학교 관리자를 큰 소리로 불러 세웠다.


“잠깐만요. 잠깐만.”


사내는 막 학교 정문으로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저 질문 하나만 드리려 하는데, 학교가 유대인 학교입니까?”


“대단한 통찰력입니다.” 사내는 이상야릇한 표정을 지었다. “예! 탁아소 역시 이 안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파리 유대인 총연합회에서 운영하고 있지요.”


“학교나 탁아소에 보안을 위한 특별한 설비가 되어있나요? 유대교 회랑에 설치한 보안용 감시 카메라 같은.”


“에? 어떤 거요? 이슬람 과격 극단주의자 벤 조나흐가 툴루즈에서 우리의 아이들을 살해한 이후로 모든 학교가 카메라를 설치했죠.”


앙투안 마르카스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스쿠터를 탄 살인마가 저지른 비극적 사건은 프랑스 사회에 상당한 충격을 안겨준 것 이상으로 그에게도 충격을 주었다. 그는 지난 3월에 이 비극적 사건으로 사망한 아이들을 추모하기 위하여 여러 종파들을 대표하는 성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파리 바스티유 광장에서 열린 침묵의 시위에 집회소 형제들과 함께 참가하기도 했다.


“벤 조나흐요?” 그의 말을 받은 앙투안이 되물었다.


“상놈의 자식이에요. 악질 중에 상 악질인 이마흐쉐모입니다.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상 개자식이에요.”


“또 다른 곳에서 범죄를 저지른 벤 조나흐를 꼭 찾아내고야 말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저를 위해 메시아 역할을 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1] 『찬란한 지옥(Lux Tenebrae)』, 플뢰브 누아르(Fleuve Noir), 파리, 2010, 포켓(Pocket) 문고, 201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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