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보느리가 들려주는 로마네스크 예술 이야기 88화
[대문 사진] 스위스 파예른
게르마니아에 속한 나라들에서 싹튼 로마네스크 회화는 오토 왕조 시대의 예술로부터 유래한 것입니다. 오토 예술과 직접적인 영향 관계로부터 비롯한 로마네스크 회화 예술의 아주 훌륭한 본보기가 콘스탄츠 호숫가에 위치한 라이헤나우 섬의 오버쩰 성당에 아주 완벽하게 복원되어 보는 이들을 감탄케 하고 있습니다. 이 프레스코 화에는 오토 왕조 시기(10세기부터 11세기 초까지)의 회화적 특징과 로마네스크 특징이 서로 뒤섞여있습니다.
오버쩰 수도원 교회 프레스코 화는 규격화된 선으로 테두리를 침으로써 각 장면마다 다른 화면 구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서사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밝은 색조는 화면을 한층 부드럽게 만들어주면서 형형색색의 뉘앙스마저 풍기고 있죠.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프레스코 화들이 훼손되어 현대에 와서 체계적으로 복원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와 유사한 일련의 프레스코 화들을 라인 강 하류에 위치한 쾰른의 성모 마리아 임 카피톨(Sainte Maria im Kapitol de Köln) 교회와 브라우바일러 (Brauweiler) 교회 참사 회의실에서도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이와 비견되는 곳으로써 독일 남부지역에 위치한 레겐스부르크 대성당 경내에 세워진 모든 성인들에게 봉헌된 성당의 프레스코 화들과 에메람 성인에게 봉헌된 수도원을 장식하고 있는 프레스코 화들은 다 같이 하느님의 도성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같은 주제로 그려진 프레스코 화가 프루페닝(Prüfening) 수도원에도 있습니다. 작센 아래쪽 지역은 13세기에 창건한 브라운슈바이크(Braunschweig)와 고슬라(Goslar)의 네우베르크(Neuwerk) 대성당에 프레스코 화가 등장합니다. 특히 1130년경에 완성된 민덴(Minden) 인근에 위치한 이덴센(Idensen)의 장례미사를 집전하는 성당 프레스코 벽화가 뛰어나죠.
이 프레스코 벽화들에게서는 중세 교부 신학자들에 의해 보다 구체적인 해석이 이루어진 구약과 신약의 일화들을 신학적으로 구성하고자 한 원대한 포부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프레스코 화에서 다루어진 주제들은 예수의 세례나 노아의 방주, 성령 강림 그리고 바벨탑 등입니다.
끝으로 힐데스하임의 성 미카엘 수도원 나무 천장에 새겨진 프레스코 화는 우리를 로마네스크 회화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한편으로 이와 유사한 또 하나의 프레스코 벽화가 스위스의 그라우뷘덴(프랑스어로 Grisons 또는 독일어로 Graubünden) 주(州)에 위치한 질리(Zillis)의 성 마틴 성당의 천장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성 마틴-미카엘 성당의 천장화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다룬 153개의 장면들과 이에 딸린 43개의 제단화로 채워져 있죠.
역시 그라우뷘덴 주에 속한 무스태흐(Müstair) 수도원교회 후진에 그려넣은 프레스코 화들 역시 위에서 언급한 라이헤나우 섬의 오버쩰 수도원 교회의 프레스코화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됩니다.
파예른(Payerne) 노트르담 성당은 스위스 로마네스크의 가장 탁월한 건축물을 자랑합니다. 정문 현관에 묘사된 24명의 원로들은 요한의 묵시록(4장 4절)이 들려주고 있듯이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앉아있는 예수 그리스도를 둘러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