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70화
제1부 18-4
예루살렘
템플 수도회 건물
1232년 만성절 축일 저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드뱅은 묵묵히 경호원을 따라갔다. 나선형으로 소용돌이치듯 나있는 회전 계단은 끝이 보이질 않았다. 곳간 입구에 다다르자 첫 번째 문턱이 나타났다. 곳간은 로마 제국 시대 때 들어선 공간이었다.
문턱을 넘어서자 계단이 끝없이 이어졌다. 드뱅은 계단을 걸어갈 때마다 묘한 느낌이 들었다. 점점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그가 생각한 중심에 다다르는 듯한 이상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렇기는 해도 한 계단씩 내려갈 때마다 전혀 느껴보지 못한 가슴을 죄는 불안감이 엄습하는 것 역시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두 다리가 후들거리면서 숨이 멈출 듯한 가슴을 쥐어뜯는 호흡 곤란을 간혹 느끼기도 했다. 드뱅은 사막에 부는 바람처럼 메마르고 거친 목소리로 그가 용기를 되찾게 해달라고 나지막이 기도했다.
마지막 지점인 지하 저수조에 당도하자 경호원은 좁은 문 앞에 자리 잡고는 손에 검을 쥐고 드뱅에게 제식에 따른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누가 그대를 여기로 데리고 왔는고?”
“이름을 모르는 자손이옵니다.”
“그대는 나이가 어떻게 되는고?”
“암흑의 나이이옵니다.”
“그대는 무얼 찾고자 하는고?”
“완전한 원이옵니다.”
경호원이 문을 회전시켜 열어젖히자 드뱅은 몸을 숙이고 문턱을 넘어갔다. 그러자 커다란 방이 어둠 속에 펼쳐졌다. 오직 세 개의 횃불만이 삼각형 꼴을 이룬 형태로 방안을 밝혀주고 있었다. 오른쪽에 서 있는 사내의 손에는 은으로 만든 왕홀이 들려있었다. 드뱅은 배꼽 부위에 손을 갖다 대면서 정중히 인사를 했다.
“그대는 무엇을 원하는가?”
“정의이옵니다.”
“한 걸음 앞으로 나오거라.”
왼쪽에 또 한 명의 남자가 앉아있었다. 무릎 위에는 진홍색 빛의 가죽 장정을 한 책 한 권이 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드뱅의 손이 슬며시 가슴 위로 향했다.
“그대는 무엇을 밝히고 싶어 하는가?”
“신앙이옵니다.”
“두려움을 갖지 말고 나서거라.”
정면에는 제단이 자리하고 있었다. 등잔불이 가물거리는 속에서 희미한 빛만이 제단을 비췄다.
“왕위는 공석이로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세력은 힘을 상실했도다.” 또 다른 쪽에서 대꾸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뱅은 제식에 따른 대답을 하고자 했으나 무거운 장화 발자국 소리가 둥근 천장 아래 울려 퍼졌다. 장화 뒤축에 달린 박차가 돌바닥을 긁는 소리 역시 철커덕철커덕 소리를 냈다. 이어 한 줄기 빛이 어둠을 뚫고 솟아올랐다.
“형제여! 알 킬할의 랍비는 어디에 있는가?”
드뱅이 폐 깊숙이 숨을 들이마시더니 대답했다.
“교황의 특사 손안에 있사옵니다. 단장 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