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톤 원자력 연구소

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71화

by 오래된 타자기


제2부 19-1



영국

웨스트 컴브리아

달톤 원자력 연구소

지금 현재


실험실 내에 반 시간가량을 귀가 먹먹할 정도로 요란한 소음이 계속되면서 훼인스워드의 귀에까지 윙윙거리는 소리가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들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훼인스워드는 실내를 보호할 목적으로 방사능 생성장치들을 덮고 있는 유리판 가까이 다가갔다.


만티네아 박사는 조종 계기판 앞에서 바쁘게 움직였다. 과학 연구소는 원자력 연구소 안에 실험실을 설치하는 것을 쉽사리 허용하지 않았다. 암암리에 진행된 실험실 설치 기획안은 50만 파운드를 투자함으로써 겨우 통과될 수 있었다.


훼인스워드는 무명의 인물이 아니었다. 그가 이끄는 투자회사는 첨단 기술 분야에서 달톤과 같은 제일의 연구소와 사적으로 파트너십을 맺고 있었다. 달톤 연구소는 3개의 실험실을 복합적으로 건설하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절실히 필요한 처지였다.


원자력 연구소는 합성 물질을 비롯하여 화학 물질 그리고 유기 물질에 방사광을 쪼였을 때 나타나는 결과들을 연구하기 위해 설립된 센터였다. 따라서 센터의 설립 목적은 방사능에 대처할 수 있는 고성능 복합체 생산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었다.


원자력 연구소의 산업적 측면에서의 승패 여부는 훼인스워드로서도 어쩔 수 없이 상황을 지켜봐야만 하는 과제였다. 이 복합체야말로 미래의 원자력 발전소를 가능케 할 수 있는 제일의 요인이라는 게 그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그런 관계로 연일 150여 명의 엔지니어와 기술 인력이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에 참가하여 하루 종일 근무하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핵연료를 이용한 원자력 발전소 가동이 점점 쇠퇴해 가는 추세에 직면한 정부와 기업들은 항구적으로 사용 가능한 연료를 개발하고자 엄청난 자금 확보를 위해 국채까지 발행하는 실정이었다. 달톤 연구소가 시험 중인 연료가 4년 후면 실용화 단계로 접어드는데, 연구원들은 티탄 지르코늄이라는 혼합물 원료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 혼합물은 다량의 중성자(뉴트론)가 불가분 생성되는 원자로를 전자파로 차단하는 탁월한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자랑하는 대형 건설 회사들이 앞다투어 이미 검증된 특허기술을 이용하여 연구소를 지으려 했던 것은 이러한 이유와 함께 훼인스워드 투자회사가 매년 9천만 파운드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이미 투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바이오 물질을 개발하고 있는 그의 자회사가 엄청난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인공 보청기와 인체의 상반신과 하반신 사이의 피하 이식용 조직을 개발 생산함으로써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해졌다. 자회사가 개발한 제품들은 이미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제품들보다 다섯 배 이상이나 내구력이 뛰어난 것으로 입증되었다.


훼인스워드는 팔짱을 낀 채, 유리판 정면을 바라보았다.


초조감은 훼인스워드로 하여금 희한한 생각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가 시도하고 있는 일련의 개발 프로젝트는 수백 년 전에 죽은 인간의 뼈에서 물질을 추출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생명을 결정짓는 요인이 뼈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프로젝트를 감행하게 만든 요지였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지, 천 년의 주기가 세 번째 진행되는 현대 세계에서 그것도 기계와 인터넷이 지배하는 세상에 이성과 합리주의가 거의 절대적으로 추앙받는 것을 비웃고 조롱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수 세기를 거치는 동안 썩고 문드러져 앙상하게 남은 뼈 조각들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인지 도대체가 아리송하기만 한 일이었다.


“얼마나 더 걸릴 것 같소?” 침착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훼인스워드가 물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사항이 아닌 것 같습니다.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만티네아 박사가 들릴 듯 말 듯 대답했다.


“2초 또는 2시간, 이 상황에서 정확하게 시간을 말씀드리는 것조차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에 더 머무르실 이유가 없습니다. 대기실로 가셔서 좀 휴식을 취하시도록 하십시오. 결과가 나오면 그때 다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훼인스워드는 실험실을 나와 복도 끝으로 걸어갔다. 손에 쥔 지팡이가 복도 바닥에 닿을 때마다 날카로운 진동음을 냈다. 지팡이 소음은 구둣발 소리와 뒤섞여 양쪽 벽에 부딪혀 메마르고 날카로운 반향음으로 바뀌면서 한참 동안 복도를 채워갔다.


훼인스워드가 대기실 문을 밀고 들어서자 뒤따르던 남녀도 안으로 들어서서는 여자는 종이컵에 커피를 따라 마시고 그녀보다 나이가 젊어 보이는 사내는 벽에 걸려있는 텔레비전을 시청하기 위에 소파에 걸터앉았다. 패션 전문 채널에서는 시청자를 유혹하기에 충분한 란제리 쇼를 한창 방영 중에 있었다. 훼인스워드는 여자 앞으로 다가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조마조마했는데, 네가 짐 꾸러미를 가져오지 않은 걸 보니……. 음! 상자 속 물건이 잘 설치되었겠구나 생각했다. 전자 미니 폭탄은 잘 폭발했겠지?”


“물론이지! 완벽하게. 그리고 바실리카 대성당 부제 신부가 준 성당 설계도도 완벽했어. 불쌍한 부제 신부는 그 돈을 써보지도 못하고 길을 가다가 사고로 죽고 말았어. 그에 더해 전혀 예기치 못한 사건도 발생하고.”


“어떤 사고였는지 대략이라도 말해 줄 수 있나?”


“우리가 성당 지하에 있을 때 본당신부가 갑자기 나타난 거야. 깜짝 놀랐지. 본당신부는 죽었어. 이 또한 뜻밖의 사고였어.”


훼인스워드는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더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시간이 너무 천천히 흐른다는 생각만 들었다.


“참 불행한 일이야. 정말로! 아 참 그런데 비행기 조종사는?”


“지금쯤 신부를 만나고 있을 거야. 하늘나라에서. 참 묘한 것은 항공사 이름이 엔젤플라이지 뭐야……. 날 믿어.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도 우리를 찾아내지는 못할 거야. 모든 흔적을 말끔하게 지워놨으니까.”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구겨진 종이컵을 탁자 위에다가 놓았다.


“커피가 더럽게 맛이 없네. 참!”


투덜거리는 그녀를 훼인스워드가 다정하게 안아주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훼인스워드는 밖을 내다볼 수 없는 방에서 그저 망연히 기다리는 일이 영 달갑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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