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72화

by 오래된 타자기


제2부 19-2



영국

웨스트 컴브리아

달톤 원자력 연구소

지금 현재


훼인스워드가 다시 실험실로 돌아갔다. 만티네아 박사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귀족 신분인 웨인스워드가 그런 만티네아 박사 옆으로 다가갔다.


“지금 어디까지 진행되었소?”


“혈장(플라스마)은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점차적으로 양자(프로톤)에 온도를 높여가면 미립자가 뼈를 관통하게 되고 그러고 난 뒤에는 편극 자기판과 충돌할 것입니다.”


만티네아 박사는 귀족 신사의 담담한 어투를 흉내 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잠시 무엇을 이야기할지 몰라 고민하듯 말을 멈췄다가는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양자는 미립자 검출기에 의해 일종의 깔때기 안으로 흘러 들어간다고 보면 됩니다. 뼈를 관통하게 되면 아직 결과에 이르지 않았다 할지라도 사전에 에너지의 원천이 생성되었음을 예시해 줄 것입니다. 이런 점이 흥미롭지 않습니까?”


“그것만이 아니라 거창한 것 역시. 그렇죠.”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게 뭐냐 하면, 로드께서 탐구하고 계신 에너지 유형입니다. 이미 방사능을 쪼여봤는데 아무런 결과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알고 있는 바에 따르면, 여기 가져온 뼈들은 증기의 효과에 대해 알지 못하던 시대의 것임은 말할 것도 없고 핵융합이나 핵분열에 따른 효력 역시 전혀 짐작조차 못하던 시대를 살았던 사람의 뼈라는 점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임무를 다했다고 생각하시오?” 훼인스워드는 싸늘한 어조로 되받아쳤다.


귀족인 그는 박사의 논조에 짓눌리는 자신이 늘 달갑지 않았다. 그는 다시 유리 칸막이벽 쪽으로 다가섰다. 그의 얼굴이 생성장치로부터 발산되는 초록빛 광선들로 뒤덮여갔다. 50년대 공상과학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법한 무대에서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이 절대로 도박판과 같은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 비친 달톤 원자력 복합 연구소에 설치된 장비나 충원된 인력은 거의 1천만 파운드를 쏟아부어 이루어진 것이기에 더욱더 절대 허황된 꿈이 아님을 입증해 보여야만 했다.


훼인스워드는 엔지니어인 만티네아 박사 쪽으로 걸어가서 그에게 물었다.


“뼈들을 그렇게 노출된 상태에서 시간을 질질 끌면 망가지거나 부서지거나 하지는 않겠소?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죠?”


엔지니어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도수 높은 안경을 고쳐 썼다.


“아니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뼈들이 방사선에 노출된다 해도 양자의 폭발은 단지 뼈들을 관통할 때 일어나며 그와 같은 경우엔 탄소 미립자 결정체가 형성될 뿐이라는 점입니다. 세포의 조직은 이미 죽어있기 때문에 전혀 위험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해하셨습니까?”


흰 가운을 입은 박사는 의자를 돌려 거의 창문 크기만 한 엘시디 화면을 쳐다보았다. 화면 하단에는 마치 블룸버그 통신 티브이 화면에 증권 거래 현황을 알리는 자막처럼 일련의 숫자들이 나열되고 있었다. 화면의 오른쪽 부분에는 이미지가 점점 크게 부각되면서 에메랄드빛의 후광에 둘러싸인 뼈들이 보였다. 왼쪽으로는 숫자들이 계속 바뀌면서 파랗고 빨간 줄들이 상하로 화면을 오르내렸다. 사내는 계기판 좌판을 두드리다 눈살을 찌푸렸다. 화면에는 빨간 줄들이 파란 줄들보다 더 높이 오르내렸다.


“이상하네. 어떻게 이런 일이.”


“무슨 일입니까?”


“저 색상 막대그래프들 보이시죠?”


“보입니다.” 훼인스워드가 대답했다. “우리 회사에도 그와 같은 도표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컴퓨터 안에 설치되어 있죠. 주식 변동 상황을 보여주는 도표입니다.”


“저는 저 색상 막대그래프가 귀하의 회사에서 보시는 것과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것이기를 바랍니다. 이 도표들은 로드께서 데리고 온 사람들이 제게 건네준 뼈들에서 양자들이 폭발하는 순간의 상황을 표시해 주고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방사능을 쬐지 않은 물건이나 세포 조직에 있어서는 파란색과 빨간색이 동등하게 균형을 이룹니다.”


“그래서요?”


“화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계량기들이 정상이 아닙니다. 해골이나 뼈들에게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데이터를 잠시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훼인스워드는 두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무언가를 음미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박사의 말은 그리 놀랄만한 일이 못되었다. 그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프리메이슨 단장의 뼈를 아주 가까이 두고 계속 지켜볼 수 있는 행운이 그에게 주어진 것만큼은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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