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77화

by 오래된 타자기


제2부 21-1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

지금 현재


학교 관리자가 근무하는 사무실은 자그마한 크기로 학교 건물 맨 꼭대기 층에 자리 잡았다. 집무실에서 바라보니 황홀한 전망과 함께 사크레 쾨르의 둥근 지붕이 한눈에 들어왔다.


집무실 한쪽 벽은 비디오테이프들과 누런 장정을 한 문고판 서적들이 빽빽이 꽂혀있는 책꽂이들에 가로막혀있고, 또 다른 한쪽 벽은 엄청난 크기의 엘 알(El Al) 항공사 포스터가 압정으로 붙어있었다.


60년대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관광 홍보용 포스터에는 파노라마로 찍은 예루살렘 풍경이 담겨 있었다. 또 다른 한 장의 포스터에는 바히드 감독이 파리 생제르맹 프로 축구단에서 활약하던 전성기 때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창가 아래쪽에는 3대의 모니터가 옛 집무실 쪽을 향해 놓여있고, 운동 경기 장면을 담은 사진들과 축구단 사진들로 가득 찬 액자들이 모니터 위에 즐비하게 자리한 채, 바라보는 이의 호기심을 부추겼다.


오락시간을 이용하여 아이들이 뛰어놀며 내지르는 소리가 학교 건물 꼭대기 층까지 벽을 타고 올라왔다. 학교 관리자는 공을 놓고 서로 다투는 장난꾸러기들을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다가 창문을 닫아건 채 앙투안을 향해 돌아섰다.


“내 집안은 19세기말부터 이 구역에서 살았소. 아침 일찍 프랑스 공안들과 함께 독일 게슈타포가 이곳에 들이닥친 것도 벌써 70년이나 흘렀소. 그 짐승만도 못한 작자들이 바로 이 학교에 아이들을 모아놓고는 폴란드에 있는 강제수용소로 보낸 금수들이오. 당신도 알다시피 나비매듭을 한 리본을 가슴에 달고 말이요. 한 초등학교 교사는 사크레 쾨르 성당 측에 아이들을 보호해 달라고 했다더군. 그 교사 역시 아우슈비츠에서 생을 마감했소.”


의자에 앉아 앙투안은 관리자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선생님께서도 가족을 많이 잃어버리셨습니까?”


“할아버지하고 숙모님 두 분이 목숨을 잃었소. 숙모님들은 하필이면 이 학교 학생들이었소. 내 아버지처럼 어디로 피신할 수가 없었으리라 짐작될 뿐이오. 당시에는 위험한 상황을 이렇게 미리 알려주는 카메라가 없었지 않소? 툴루즈의 살인마가 아이들에게 총격을 가했다는 사건을 접했을 때, 나는 순간 숙모들을 떠올렸소. 자! 이젠 그만 이야기하고 우리가 찾는 인물들이나 찾아봅시다…….”


사내는 컴퓨터 좌판을 두들겨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모니터에 녹화된 모든 장면들이 긴 띠를 이루며 주르륵 지나갔다.


“당신은 복도 많소. 감시 카메라는 녹화 장면마다 매 3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삭제되고 있소. 당신이 말한 날짜가 채 몇 시간도 안 남았는데 하마터면 지워질 뻔했소. 그런데 몇 시부터라고 했소?”


“23시입니다.”


“시작하오.”


“마젤 토프!” [1] 앙투안은 중얼거렸다.


앙투안은 화면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 카메라는 학교 정문 앞에 난 길을 정확하게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멀리 원경으로 성당을 향해 나있는 계단과 함께 드넓은 정원 끄트머리까지 선명하게 비췄다. 철책을 기어오르는 여행객들이 한눈에 보일 정도로 화면도 깨끗했다. 길은 한산했으며, 두 개의 가로등 덕분으로 환히 불 밝혀 있었다.


미소를 머금은 관리자가 화면 조절 키를 움직이자 영상들이 빠른 속도로 바뀌어갔다. 두 대의 차량이 전속력으로 지나갔다. 이어 한눈에 봐도 얼큰히 취한 한 떼의 젊은이들이 무리 지어 어딘가로 몰려갔다. 20대로 보이는 아이들 두 명이 서로 움켜잡고 싸우고는 마치 춤을 추듯 제자리에서 빙글 한 바퀴 돌더니 이내 화면에서 사라졌다. 간혹 차들이 줄지어 지나갔고 경찰차도 뒤따랐다.


00시 45분. 거리가 다시 한산해지면서 화면이 돌연히 멈췄다.


관리자는 여전히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


“당신이 찾고 있는 이들은 어떤 유형의 사람들이오?”


“세 명의 남자들입니다. 도둑들이죠. 예수를 믿는 이들을 극도로 혐오하는.”


“그들은 아마도 그럴듯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오. 당신이 말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는 이들은 수 세기에 걸쳐 우리에게 크나큰 근심과 걱정만 끼쳐왔으니까. 당신도 알다시피 예루살렘에서 일어난 일만 보더라도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의 주교를 암살했다고 우리를 고발했잖소. 참! 별일이 다 일어나고 있소.”


앙투안은 얼굴을 찌푸렸다.


“다시 시작되진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선생님께서 제가 그리스도를 믿는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그리스도를 믿지 않습니다. 저는 무신론자예요. 또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선생님께서 성서에 등장하는 세 종교를 따르는 신자들을 모두를 위해 좋은 쪽으로 이해하신다면, 그들은 결국 같은 신을 공경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덜 성가실 수도 있겠죠.”


수위가 의견을 개진했다.


“틀린 건 아니지. 문제는, 그게 참 주님께서는 고통의 분담을 공평하게 모두에게 골고루 나눠주신 게 아니라는 점이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다른 어느 쪽보다 이쪽이 훨씬 더 엄청나게 많은 문제들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오. 내 생각으로는…….”


그는 이야기를 중단하고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켰다.


“저기!”


01시 57분. 회색 밴 차량 한 대가 화면 오른쪽에서 나타나 철책 앞에서 정차하고 있었다. 후드를 뒤집어쓴 세 명의 남자들과 백인 여자 공범이 마치 무성영화 속의 장면처럼 재빠르게 철책을 넘어 달아났다. 이어 왼쪽 카메라 반경에서도 사라졌다. 마르카스는 손바닥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저들인 것 같은데. 뒤로 다시 돌려보세요.”


화면이 거꾸로 되돌려지다가 고정되었다.


“저깁니다. 얼굴을 좀 더 크게 클로즈업할 수 있겠죠?”


“물론이오. 아 저건 일본제 헤드폰인데. 요즘 유행하는. 후드를 벗고 있었다면 좋았을걸, 저 헤드폰이 무슨 색깔인지까지 알아봤을 텐데.”


화면이 천천히 이어졌다. 그들 가운데 한 명이 차 트렁크에서 커다란 스포츠용 가방을 꺼내 들더니 양어깨에 걸쳐 멨다. 이와는 별도로 밴 차량을 운전하는 일을 맡은 이는 거리 이쪽저쪽을 눈여겨 살폈다. 기사는 고개를 약간 수그린 자세를 계속 유지했다. 이어 세 사람은 정원 철책 너머로 멀어져 갔다. 앙투안 마르카스는 견딜 수가 없었다.


“차량 번호판 확인하셨나요?”


“당신 지금 날 놀리고 있소? 난 당신의 예수처럼 전능하지가 않소. 기적을 일으킬 수 없어요. 카메라가 보행자 도로에 설치되어 있는데 어떻게 그걸.”


“그분은 내 예수가 아닙니다. 젠장할! 계속합시다. 그들은 반드시 차로 다시 돌아올 테니.”


수위는 어깨를 한 번 추켜세우더니 곧바로 녹화 화면을 좀 더 빠른 속도로 돌렸다. 길은 다시 한산해졌다.


“좀 빨리 돌려보세요.”


“오케이! 너무 재촉하지 말아요.”


화면 이동 시간이 최대로 빨라지면서 분 단위가 되어갔다.


02시 35분. 한 남자가 카메라 포지션에 잡혔다. 그리고 계단 꼭대기에 멈춰 섰다. 수위는 화면을 일시정지하기를 반복해 가며 남자를 꼼꼼히 살폈다. 화면 속에서 익명의 사내는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면서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눈치였다. 그러더니 철책을 뛰어넘어 화면에서 사라져 갔다. 앙투안이 그자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루딜 신부였다.





[1] 마젤 토프(Mazel tov) : 히브리어로 마젤은 ‘별’을 의미하고 토프는 ‘행운’이란 뜻이다. 행운의 별이란 광야를 헤매던 기독교인들이 별을 보고 길을 찾아 나선 데서 유래한다. 의역하면 ‘행운을 빌다’란 뜻이고, 또한 유태인들은 아이들이 새로 태어날 때마다 이 같은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때는 ‘축하’의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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