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와 이리

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78화

by 오래된 타자기


제2부 21-2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

지금 현재


“바실리카 대성당 본당신부님이시네요. 허 참!” 수위가 당혹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선생님께서도 저분을 아십니까?”


“그럼요. 아주 자상한 분이시죠. 유태인들과 가톨릭 신자들 간에 축구 경기도 개최할 정도로 매사에 열정적이신 분이시죠. 머리 쪽이 백선에 걸린 환자이시기도 하구. 설상가상으로 불면증에 걸리기까지 하셔서. 신부님이 내게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성당에서 열심히 일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화면을 정지해 볼까요?”


“아뇨. 계속해서 돌려보세요.”


화면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03시 12분. 세 남자가 다시 화면에 등장했다. 이번에는 그들과 함께 공모한 이들이 보이지 않을뿐더러 그들 모두가 후드를 뒤집어쓴 채였다.


“천천히 돌려보십시오.”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모습과는 영 동떨어져 보이는 행동을 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화면에 나타났다. 세 명 가운데 한 명이 차 트렁크에 가방을 집어넣고 다른 두 명은 후다닥 차량 뒷좌석 쪽으로 들어갔다. 화면상으로는 그들의 얼굴이 분명하게 보이질 않았다.


앙투안 마르카스는 그들의 인상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헛수고를 한 셈이다. 오직 차량의 이미지만 갖고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수만 대의 회색 밴 차량들이 운행되는 상황에서 그걸 어떻게 일일이 다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인가? 그가 만일 신자였다면 하늘에 대고 기적을 바랄 일이었다. 작은 기적이라도 내려달라고.


밴 차량은 천천히 움직였다. 운전자는 광장을 벗어나기 위해 후진을 했다. 차량 내부가 흐릿한 윤곽으로 화면에 나타났다. 마르카스가 눈을 비볐다. 오랫동안 화면을 들여다본 탓인지 눈이 아파졌다.


“당신은 정말 재수가 좋네요.” 수위가 앙투안에게 말을 던졌다.


앙투안이 눈을 다시 떴다. 밴 차량이 광장을 향해 오던 방향으로 다시 방향을 트는 중이었다. 차가 거의 카메라 정면에 이르렀다. 점점 그들의 눈에 차량 앞부분이 확대되어 갔다. 마르카스는 사무용 탁자 위에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주먹 쥔 채, 힘껏 오므렸다.


화면에 자동차 라디에이터 그릴 윗부분과 보닛이 나타났다. 백미러에 비친 뒷좌석에 앉아있는 얼굴들을 확인하려고 애썼으나 가로등 불빛이 그들의 인상을 더욱 모호하게 만들었다.


차량의 아랫부분까지 모습을 드러내기에는 화면상으로 단지 몇 센티미터에 불과했다.


“그들을 잡았다.” 화면에서 얼굴을 고정시키면서 관리자가 소리쳤다.


화면이 고정되면서 작은 하얀색 정사각형 안의 물체가 점점 확대되어 갔다. 앙투안은 만년필을 꺼내 들고는 재빠르게 차량 번호를 적었다. 또다시 흥분이 일었다. 차량이 절도 차량이 아니기 만을 바랄 따름이었다.


“다시 화면을 돌려 봐주시겠습니까?”


밴 차량이 다시 한번 몸을 틀어 방향을 바꾸자 가로등 불빛이 차량 앞면 유리창을 미끄러지듯 비췄다. 그러자 운전자 옆에 탄 정체불명의 인물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앙투안은 긴장했다. 등골이 쭈뼛해지면서 흥분에 의한 충격이 등골을 타고 싸늘하게 흘러내렸다.


“당겨보세요!”


관리자는 화면에 드러난 얼굴을 확대했다. 그러고는 마르카스를 비스듬히 쳐다보았다. 얼굴이 화면에 고정되었다. 강렬한 눈빛, 양 끝이 고른 입술, 가느다라면서도 활처럼 굽은 두 눈썹……


이리였다.


앞에 놓인 먹이들로 달려들어 갈가리 물어뜯을 준비가 된.


앙투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여자 살인범이 돌아온 것이다.


반사적으로 그의 두 넓적다리가 세차게 조여졌다. 고통과 통증이 갈가리 찢긴 파편들로 남아 아직도 그의 살 속에 박혀있었다.


그는 침대에 뻗어있었다. 침실은 어두컴컴하기만 했다. 누워있는 옆으로 이리 같은 여자가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남자 쪽으로 손을 뻗은 그녀는 손톱으로 남자의 몸을 간지럽게 이리저리 할퀴어댔다. 그녀가 귀에 대고 속삭였다. 징그러운 뱀처럼 혀를 놀리면서. 그녀의 손놀림이 거세지면서 점점 사내의 사타구니 쪽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녀는 남자를 다시 한번 흥분시키고자 하는 것 같았다. 흥분이 점점 고조되어 가는 순간 사내는 갑자기 참을 수 없는 통증을 느꼈다. 손톱으로, 그것도 무지막지하게 쥐어뜯듯이, 그녀는 남자의 사타구니에 매달린 고환을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그가 눈물을 쏟아내면서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남자의 비명이 더 거세어졌다. 그녀가 음낭을 더욱 세차게 잡아당길수록 더욱 거센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녀가 다시 그의 귓속에 대고 뭐라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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