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언저리

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82화

by 오래된 타자기

[대문 사진] 『예루살렘 이야기(Histoire de Jérusalem)』에서 발췌.



제2부 22-3



예루살렘

1232년 11월


동이 터오면서 햇살에 구멍이 뚫린 안개가 서서히 걷혀갔다. 흰 두건이 달린 양털로 짠 수도사 복장을 한 정찰대원들이 어딘가로 이동하는지 좁은 골목길 위쪽에서 말발굽 소리가 귀청을 찢을 듯 울려 퍼졌다. 안개에 가려 있다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그들은 마치 유령처럼 말을 타고 어딘가로 달려가고 있었다. 기마대의 머리 위로 흔들거리는 초롱에서는 불꽃이 너울거렸다.


길을 가던 호위 무사들이 멈춰 섰다. 부하사관 가운데 한 명이 바닥으로 뛰어내리더니 유리 렌즈가 반짝거리는 통을 하나 빼어 들었다. 회교도의 도시 안티오키아를 포위 공격할 때, 적으로부터 노획한 이상하게 생긴 도구였다. 통 속에서 유리 렌즈를 꺼내어 물체에 가까이 대면 댈수록 신기하게도 요술을 부리듯 물체가 크게 확대되어 나타났다.


정찰대는 각기 나뉘어 홈이 파인 판자 위에서 물건을 미끄러뜨릴 수 있도록 만든 활판의 네 귀퉁이에 초롱을 설치했다. 이러한 방법을 고안해 낸 이가 고문서학자였다. 각 활판은 섬세하게 나무껍질을 도려낸 것이었다.


그들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형체를 묘사하기 위하여 램프 위에 판자를 설치하였다. 모두 스물한 개의 형상들이 묘사되었고 형상들은 각기 약호가 부여되었다. 초롱의 네 면에는 네 형상이 자리 잡았고 초롱을 빙글 돌리게 되면 완벽한 메시지를 얻을 수 있었다.


“손수레.” 형제 수사들 가운데 한 명이 내뱉었다.


형체가 여러 차례 오르내렸다.


“하나 둘 셋……. 일곱 명이 한 무리를 이루고 있구나.” 페리고르가 명령조로 말했다.


초롱이 안갯속에서 이리저리 흔들렸다.


“은신처” 속삭이듯 한 목소리였다. “그들은 숨을 곳을 찾고 있구나.”


템플 기사단장은 자신의 기억을 더듬을 필요가 없었다. 메시지의 첫 부분은 명확했다. 그들이 추적자들을 따돌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게 틀림없었다. 게다가 그들의 숫자가 페리고르를 놀라게 만들었다. 무슨 연유로 일곱 명의 사내들이 단 한 명의 순찰대원에게 공격을 가했을까? 그리고 왜 그들은 사체를 훼손한 것일까?


“교수형에 처해진 자” 형제 한 사람이 상황을 보고하듯 소리쳤다. “신분으로 비추어볼 때 제가 아는 이올시다.”


아르망 드 페리고르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불시에 뇌리를 스쳐가는 얼굴이 떠올랐다. 고문서학자의 뇌리를 스쳐간 것은 목매달아 고개를 떨군 채 죽어간 이의 형상이었다! 더군다나 목매달고 죽은 자는 참으로 기이하게도 지하의 어떤 장소를 정확하게 가리키고 있었다.


“동쪽으로 사분의 일 리외에 달하는 거리에 폐허가 된 농가가 있습니다. 버려진 포도밭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도망쳐 달아난 그들이 농가 지하에 있는 압착기로 포도즙을 짜는 창고에 숨어들었을 것입니다.” 부하사관이 말을 받았다.


“그들을 포위할 수 있나?” 아르망이 그에게 물었다.


“문제없사옵니다. 평평한 지형이옵니다.”


마지막 인물이 나타났다 사라진 뒤 다시 나타났다.


“간담이 써늘해지는 탑.” 템플 기사단장이 결론짓듯 말했다. “그들 중에 두 명은 부상당했노라.”


“우거[1]에 그들이 숨어있다.”


병사들 각자는 말에서 내려 공격 자세를 취했다. 부하사관 가운데 한 명이 활을 들었다. 그러자 아르망이 그를 제지했다.


“안돼.”


일격을 가하기 위해 템플 기사단장은 칼을 빼어 들었다. 안개에도 불구하고 칼날이 햇빛을 받은 것처럼 번뜩였다.


“템플 형제들이여! 우리는 함께 저 비열한 살인마들을 처단해야만 한다. 항상 그러했듯이 기마병들처럼 다 같이 쳐들어가야만 한다.”






[1] 우거(寓居)란 잠시 머무르는 거처를 이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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