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86화
제2부 22-7
예루살렘
1232년 11월
고문서학자가 진홍빛 붉은 장정을 한 서책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서책의 장정에는 은을 녹여 만든 걸쇠가 아래위 두 개나 채워져 있었다. 학자가 템플 기사단장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늘 그렇듯이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단장의 두 눈이 암나사 구멍 뚫는 도구처럼 서책을 이리저리 뚫어져라 훑어보았다. 맘에 드는 걸 보기만 하면 참지 못하고 덤벼드는 그의 성벽이 다시 도진 듯했다.
“일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사옵니까……?” 수사 복장을 한 고문서학자가 조심스레 단장의 낯빛을 살폈다.
그러자 아르망이 어깨를 으쓱했다.
“사나운 개들이, 그것들이 밤에 우리를 공격했다네.”
“미친놈들이옵니다! 어딜 감히 우리의 형제들을 잡겠다고 골 빈 놈들이 틀림없사옵니다.” 수사가 혀를 끌끌 찼다.
“문제는 템플 기사단원들이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일세.”
수사는 눈을 지그시 감고 이미 영면한 형제들에게 바치는 오송을 중얼거렸다.
“그들이 실수한 것을 깨닫고 도망친 것이 틀림없네. 하지만 사체들에게서 옷을 벗겨내기 전에 이미 그들은 그들의…….”
템플 기사단장은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몸서리치던 고문서학자가 손을 내저었다.
“그들의 영혼은 이미 지옥에서 불타고 있을 것이옵니다. 하느님은 그리스도의 군대를 공격한 이들을 절대 용서치 않을 것이옵니다. 절대로.”
페리고르는 성호를 그었다.
“물론이네. 하지만 이 살인범들은 악마들처럼 날뛰었네. 저주받을 놈 하나가 내 생명을 위협하기까지 했다네.”
“하느님께서는 성하를 보호하고 계십니다! 성하께서 목숨을 구한 것이 그 증거이옵니다!”
“나 역시 하느님이 내게 주신 증표를 심사숙고하고 있다네. 우리 가운데에 비밀을 알고 있는 자는 거의 없는 것 같은데 안 그런가?”
고문서학자가 의뭉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템플 기사단장이 그에게 물었다.
“자네는 드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편견을 지닌 수사는 성전 기사단원들을 몹시도 경계하고 있었다. 그들이 검을 휘두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혀 뜻 모를 서책을 읽거나 필사하는 것만 보더라도 그에 대한 의혹은 더욱 짙어만 갔다. 게다가 이 용병들은 역병처럼 여기저기 뿔뿔이 달아나 마치 천벌을 받은 이들처럼 날뛰었다.
심지어는 그가 필사에 열중하고 있는 방에까지 찾아와서 문고리를 잡고 흔들어대며 소리를 질러대다가 실신하기까지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템플 기사단으로서는 실전에서 경험을 쌓은 이들을 전혀 내칠 수가 없었다. 속내로는 그들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
“저는 단장님의 슬기로운 지혜에 모든 걸 맡기도록 하겠사옵니다. 단장님 성하!”
“하느님의 지혜로움에도 제 모든 것을 맡기겠나이다. 하느님께서 제게 길을 밝혀주실 것을 믿고.”
아르망 드 페리고르는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성호를 그었다.
“자 시작 부분부터 읽어보아라. 무슨 내용인지 들어봐야겠다.”
고문서학자는 몸을 기울이고 단호하면서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서책을 읽어나갔다.
“여기 솔로몬 신전의 유적 아래에서 템플 형제단원들이 무엇을 찾아냈는지를 소상히 밝히기 위한 글을 시작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