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 땅

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93화

by 오래된 타자기


제2부 24-4



예루살렘

1232년 11월



욕실



“일꾼들은 밤낮없이 공사를 벌여 도제들과 장색[1]들은 템플 수도회가 정한 규율에 따라 서로 교대로 일하였느니라. 그들은 각자의 솜씨를 자랑하면서 마치 다이아몬드를 다듬듯이 번쩍번쩍 빛나는 돌로 된 보석 상자를 완성해 나갔느니라. 그들이 신앙을 바탕으로 하여 혼신의 힘을 다해 일하는 것을 지켜본 예루살렘의 국왕 보두앵 2세는 훗날 그들과 함께 고귀한 명예를 드날리게 되었느니라. 새로운 땅에 들어선 영지는 점점 넓어져만 가고…….”


템플 기사단장은 미소를 지었다. 늙은 보두앵이 위그 드 페잉에게 하사한 땅은 자갈 섞인 황무지에 불과했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쓸모없는 땅이었다. 혹자들은 이 땅이 카르타고처럼 저주받은 땅으로 로마인들에 의해 더럽혀졌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나이 많은 유대인들은 잠언을 읊조리며 이곳을 공경하고자 몰려들었다. 그들은 이 땅이 저주받은 땅이라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고는 황폐해진 장소를 가리켜 이구동성으로 이 땅은 원래 솔로몬의 신전이 있었던 자리라며 안타까워했다.


“너그러움으로 아량을 베풀던 위그 드 페잉은 이곳을 기도하고 명상하는 성스러운 장소로 하느님께 바칠 것을 결심하고는 기도소를 짓기로 작정하였느니라. 이곳에서는 수도회를 후원하는 자선가들이 바치는 하느님께 대한 감사의 기도가 연일 개최되기에 이르렀으며, 곧이어 장인 형제들이 작품을 만들어가듯 우리의 주님께 바치는 성전을 건설해 갔느니라…….”


그러나 템플 수도회는 그와 같은 건물을 지을 돌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돈마저 없었다. 그래서 장인들 중 한 명이 묘안을 짜냈다. 샹파뉴 지방의 프로뱅[2]을 확장하기 위한 공사를 진행함에 있어서 그와 똑같은 고민에 빠진 바 있었던 것이다. 건축가들은 공사장에 돌들을 공급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지하에서 돌을 캐내고 돌을 캐낸 지하공간은 저장고나 창고로 활용했다.


“석공 형제들 가운데 한 사람인 애몽이 몇몇 형제들을 불러 모아놓고 바닥에 구멍을 뚫어볼 것을 제안하였느니라. 이는 과연 지하에 묻힌 돌이 건물을 짓기에 합당한 지를 가늠해 보기 위한 수단이었느니라. 모두가 일에 매달려 바닥의 흙을 쳐내고 자갈들도 쓸어버리던 중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느니라. 건물의 무너진 잔해들을 치우던 중 바둑판무늬를 한 커다랗고 감탄이 절로 나오는 돌로 포장된 바닥을 발견하였느니라. 각기 검은색 흰색으로 된 대리석 바닥이었느니라. 정 중앙을 제외하고는 돌들이 닳아있었느니라. 애몽을 신임한 위그 드 페잉은 그 고결한 이름에 걸맞게 애몽을 칭찬하고 그를 격려하였느니라. 곧 그들에게 놀라움을 준 엄청난 일이 닥치는데…….”


욕조에서 나온 아르망 드 페리고르의 몸에서 더운 김이 나는 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가 손바닥을 치자 순간 수사본을 읽어가던 고문서학자가 읽기를 중단하고 물었다.


“이쯤에서 중단할까요? 단장님!”


“우리는 드뱅을 비밀결사체에 입회시킬 것이다.”


“그대로 이루어지소서. 아멘!”


템플 기사단장은 가슴에 손을 댔다. 고문서학자 역시 가슴에 손을 대고는 인사를 한 뒤 자리에서 물러갔다. 아르망 드 페리고르는 서책 받침대 위에 놓여있는 서책 가까이로 다가갔다. 서책을 받침대 위에서 집어 든 그가 서책 위아래에 설치한 잠금장치 걸쇠를 채웠다.


수사본 서책의 다음 부분은 그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1] 중세 시대 때 동업 조합의 구성원은 세 부류가 있었다. 맨 위로는 장색(명인, maître)인 마스터가 자리하며, 중간에 미숙련 장색(compagnon)이 오고, 맨 아래에는 견습생과도 같은 도제(초보자, apprenti)가 위치한다. 이는 훗날 프리메이슨 단의 계급으로 이어진다.


[2] 프로뱅(Provins) : 프랑스 수도인 파리로부터 남동쪽으로 자동차로 1시간 반 정도 떨어져 있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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