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 기사단의 비밀

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95화

by 오래된 타자기


제2부 25-1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

지금 현재


다 실바 신부와 앙투안 마르카스는 한 개의 돌로 된 기념비 앞에 서서 각자 돌을 바라보았다. 지하교회 돌바닥에 놓아둔 회중전등들이 희미한 불빛으로 돌을 비추고 있었다. 사제는 팔짱을 낀 채 커다란 구멍이 뚫린 석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는 약 15분간을 석관에 조각되어 있는 하찮은 세부 장식에 대해 설명을 줄줄이 늘어놓고 있었다.


“교황 성하께서는 내게 시인하시기를 템플 수도회의 유물들을 처리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신다 했소. 물론 템플의 보물들에 손을 대고자 한 것 역시. 내가 바라는 바는 아량을 베풀어야 한다는 점이오. 나로서는 이런 상황에서 사실에 대한 냉철한 자각보다는 오로지 먼저 교회에 순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뿐이라오.”


“지금 고해성사를 하시는 겁니까? 주기도문 3번 외우시고 성모송 2번. 자 그러면 모든 것이 잊힐 겁니다.”


“차라리 당신이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 나를 덜 괴롭힐 것 같아서 말하는 거요. 템플 수도회의 보물이 알려진 이후로 이틀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교황 성하께서는 정신적으로 크나큰 충격을 받으셨소. 템플 기사단의 보물은 확실히 저주받은 것이 틀림없소이다.”


“신문 방송은 전혀 그런 소식을 전하지 안 턴데요? 아니면 저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겁니까?”


“당연하지요. 우리가 그런 상황에서 누구의 도움을 필요로 하겠습니까? 교……교황 성하께서는 모든 걸 일임하신 뒤에 정신적 충격으로 몸져누우셨소이다. 추기경 회의를 소집했지만 주치의가 지켜보는 가운데 간호를 받는 상태에서 겨우 회의에 참석하실 정도였소. 어느 날 아침 교황 성하께서는 침대 머리맡에서 내게 부탁하셨소. 한 점 의혹이 없도록 모든 것을 밝혀 성하께도 보고 해달라고 말이오. 내 앞에는 오직 앙상하게 마른 몸을 한 노인네 한 사람이 보이는 것 같았소. 그 순간 나는 하느님 앞에 있다는 착각마저 들었소. 두려움이 물밀듯 밀려왔소이다.”


앙투안 마르카스는 눈을 지켜 뜨고는


“죄를 지어 천벌을 받은 사람처럼 말입니까? 엠레흐 신부처럼 지옥 불에 타 들어가는?”


“그건 아니오. 교황 성하께서는 하느님의 법정에 굴복하고 판결에 따르기로 작정하였소. 하지만 성하께서는 교회 자체에 그 자신 역시 속해있다는 점 때문에 괴로워하고 계신 거요.”


“이해할 수가 없네요. 저는 보물이 바티칸의 재정난을 해소해 주리라 믿고 있는데.”


“난 영성적으로 존재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이오. 이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교회의 현현과도 같은.”


달콤하면서도 어슴푸레한 한 줄기 빛으로 침실이 더 길게 느껴졌다. 가느다란 햇살은 자수로 짠 침대보 위에 섬세한 직사각형의 빛 그늘을 드리우면서 교황의 문장들을 황금빛으로 더욱 부각시켰다. 노인네는 자신을 덮고 있는 침대보를 끌어올리더니 의자에 앉아있는 다 실바 신부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나 역시 자네의 입장에서 이번 일을 생각하고 있다네. 자네는 항상 내가 그렇게 하기를 원하는가? 내 아들이여!”


“저는 다만 교황 성하께 대한 원망을 더는 견디기 어려울 따름입니다.” 쇠약한 교황이 힘들게 말하는 것을 듣는 것이 너무도 괴로웠던 포르투갈 사제가 조용히 대답했다.


“다 실바! 가까이 오시오! 말하기도 벅차군. 입 주위가 마비되어서 입을 여는 것조차 쉽지 않소. 고통이 또다시 엄습하는 구려.” 교황은 입을 다물었다.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자로 간주되고 있는 이를 대체 무엇이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는 말인가? “나는 곧 죽을 거요. 그리고 하느님의 법정에 서게 될 것이오. 전대의 교황들 가운데 한 분이신 클레망 5세와 같이 말이오. 템플 수도회를 해체하라고 명을 내린 교황.”


다 실바는 순종의 낯빛으로 의자를 교황이 누워있는 침대 가까이로 붙였다. 다른 때 같았으면 공경의 뜻으로 무릎을 꿇었을 터였다. 노인네가 그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이 좀 더 가까이 다가오라는 뜻인 것 같았다. 호흡이 가빠지면서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피부는 혈관이 다 드러나 보일 정도였다.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인은 죽음의 문턱에 도달한 듯했다. 최후 심판의.


“나에 대한 그대의 원망은 그리 대수로운 것이 못되오. 내가 그대를 부른 이유는 그대야말로 올곧고 용기 있는 하느님의 종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오. 교회의 전사는 고결한 자이어야만 하는 까닭과도 같소. 내 말을 유의 깊게 잘 새겨두시오. 내가 이미 척결한 템플 기사단과 유사한 또 하나의 템플 집회소가 존재하고 있소. 이 집회소는 대단히 위험한 집단이오. 그들은 템플 수도회의 진짜 비밀을 갖고 있소. 비밀은 교회를 일순간 쓸어버릴 수 있는 가공할 만한 이야기들을 품고 있소. 템플 기사들이 죽음을 면할 수 없었던 비밀들…….”


“그 비밀이 보물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그건 단지 거품에 불과하오……. 나는 지금 그대에게 물질적인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오. 모든 것을 초월하는 신비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이오.”


“이해가 안 됩니다. 교황님! 그와 같은 이야길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노인네의 손이 다시 한번 사제의 손을 더욱 세차게 조여 왔다.


“전해오는 이야기가 아니오. 그들은 수 세기에 걸쳐 우리를 증오해 왔소. 그들은 복수심에 불타 있지. 자네가 그들이 행동하는 것을 막아야만 하오!”


“어떻게 말입니까?”


“나는 자네를 내가 개인적으로 임명한 사람으로 교황청에 통보하도록 하겠소. 보물을 찾는 작업을 옆에서 도울 사람으로 말이오. 즉시로 프랑스 파리로 돌아가거든 잘 살펴보시오. 사탄의 무리가 곧 일을 벌일 테니.”


지하교회인 크립트에서 회중전등 하나가 불빛을 몇 번 깜빡이더니 꺼져버렸다. 남아있는 다른 회중전등 하나마저도 영혼이 달아나기 전에 다시 바깥으로 나가야 할 판이었다. 앙투안 마르카스는 아주 흥미롭다는 듯이 사제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져 갔다.


“그러면 신부님께서는 이 살인범들이 교황님이 얘기하신 또 다른 템플 집회소에 소속되어 그 명령에 따랐다고 보십니까?”


“그렇소. 교황 성하께서는 그렇게 언급하시지 않으셨지만. 교황님께서 말을 둘러대셨다고는 생각지 않소이다.”


“그 비밀이란 게 뭡니까?”


“나도 그에 대해 아는 바가 없소. 하지만 그게 프리메이슨 세계에서는 전혀 낯설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소이다. 그것이 바로 내가 당신을 여기 오게 한 이유이자 루딜 신부가 죽음에 이른 이유이며, 더하여 간밤의 침입자들이 지하에 구멍을 뚫고 범행을 저지른 이유일 것이오. 이 살인범들을 찾아내는 것만이 우리가 할 일인 것 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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