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식사

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101화

by 오래된 타자기


제2부 27-1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

지금 현재


앙투안이 집으로 돌아온 것은 19시가 다 되어서였다. 아파트 안은 고기 굽는 달콤한 냄새로 가득 찼다. 가브리엘은 거실 너머 부엌에서 프리메이슨 상징들이 수놓아진 앞치마를 허리에 두른 채, 무슨 요리인가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다. 앞치마는 트뤼댄느 대로에 위치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형제가 선물한 것이었다. 그녀는 길이가 짧은 검은색 원피스에다가 앞에다가는 앞치마를 두르고 검은색 레이스 스타킹으로 기다란 두 다리를 산뜻하게 감싼 옷차림이었다.


“마르카스 씨를 위한 오늘의 특별 요리는 메추라기 요리입니다. 꿀물에 살구를 넣어 약한 불에 오래 삶은 거야. 느타리버섯도 넣었어. 그대의 각하께서 함께 식사하라고 호의를 베풀어주신 덕분에 헐레벌떡 달려오셨네……. 내 앞치마에 대해 한 마디 해준다면 자기 입에다가 메추라기 요리를 한 숟가락 넣어줄 수도 있어. 15분이면 도착할 거라 생각했지.”


“주님께서 영광스럽게도 특급 고성 호텔 요리사를 보내주셨네요.” 맛있는 요리에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앙투안이 짓궂게 놀려댔다.


앙투안은 잠시 깍지를 낀 두 손을 모은 채로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 그녀를 가만 지켜보았다. 전에 만났던 여자들도 자신에게 푸짐하게 식사를 차려주기는 했었다. 하지만 각자 그녀들 집에서였다. 그녀들과 가브리엘 간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면, 그건 오로지 지리상 위치뿐이었다. 요 몇 년간 야수의 소굴을 방불케 하는 자신의 아파트에 쳐들어온 여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처럼 우스꽝스러운 앞치마를 두르고 섹시한 용모를 띤 가브리엘이 잠시나마 앙투안의 넋을 빼앗아갔다.


“자꾸만 삐걀 홍등가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 네가 입고 있는 옷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앞치마가 있는지 한 번 찾아보게 말이야.” 가브리엘에게 가까이 다가가면서 앙투안이 음흉하게 속삭였다.


“자기같이 여자들을 괴롭히는 걸 즐기는 마초들에게는 사형선고가 내려져야만 해.” 앞치마를 벗으면서 그녀가 대꾸했다.


거실에서 앙투안이 두 팔로 그녀를 껴안으려 하자 가브리엘이 앙투안을 밀쳤다. 그러고는 거실에 놓인 식탁 앞에 앉았다. 식탁은 새까만 검은색 식탁보로 덮여있었다. 식탁보 위에는 두 개의 검은 촛대에 빨간색 양초가 각기 꽂혀있었다. 같은 색깔의 직사각형 빈 접시는 서로 마주 보는 자리를 차지한 채 놓여 있었고 그 앞으로 포도주 잔과 물 잔이 가지런히 놓이고, 식탁 위에는 또한 서로 다른 색상의 장미꽃잎들이 서로 뒤섞여 가느다란 목걸이 형상을 이루면서 식탁 위를 장식하고 있었다. 식탁 정 중앙엔 길쭉하면서도 갸름한 디켄더 와인병에 반쯤 차인 포도주가 촛불에 더 강렬한 진홍색 색조를 더하고 있었다.


“요 근처 가게들을 다 뒤진 끝에 몇 가지를 사 왔어. 설거지할 때 쓰…….”


짐짓 딴청을 부리던 가브리엘이 맛있는 음식 냄새가 피어오르는 법랑 스튜 냄비를 앙투안이 앉아 있는 식탁 앞에다 갖다가 놓았다.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뜬 앙투안이


“이걸 어떻게 요리해야 좋을지 모르겠네?”


“단지 용감한 일꾼이 귀환한 것에 대한 보답이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봐요. 오! 나의 장색[1]님!” 가브리엘이 물었다.


그녀가 앙투안에게 포도주를 따라주기 위해 몸을 뒤로 약간 젖혔다. 앙투안은 가브리엘이 잔에다 포도주를 다 따를 때까지 포도주 잔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황홀한 저녁이 시작되려는 찰나였다.


이제 서서히 메추라기에서 살을 발라내어 한 입 가득 입안에 넣기만 하면 되었다. 메추라기 살을 발라내며 앙투안은 가브리엘에게 하루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간추려 들려주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앙투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쓸쓸한 낯빛이 그녀의 얼굴에서 어른거렸다. 앙투안은 그녀의 얼굴색이 어두워져 감을 느끼자 나이프와 포크를 쥔 손을 잠시 멈추고는


“또 하나 차량 번호판을 조회하고 있어. 만일 행운이 따른다면 범인들의 자취를 조금은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렇지 않나? 자기가 걱정하는 것은 그 요상한 여자인 이리가 다시 등장했기 때문이 아닌가?”


젊은 여인은 식사용 칼로 음식을 이리저리 뒤적이면서 식탁 위를 물끄러미 바라다봤다.


“아냐. 자기는.”


“난 이해할 수가 없어.”


“자기가 말하고 있듯이 지금 자기가 수사하고 있는 방법에 관한 것 때문이야. 자기 눈이 불타고 있어. 자긴 이 일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 그게 나를 두렵게 만들어…….”


“두렵다고?”


가브리엘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가더니 창턱에 기대고 섰다. 유리창으로 사크레 쾨르 대성당 정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담뱃갑에서 알루미늄 종이를 걷어내고는 가느다랗고도 기다란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담배 필터 부분이 흰색으로 유난히 반짝였다. 그녀의 등 뒤로 어둠이 깔리면서 입고 있는 검은색 원피스 색깔과 뒤섞여 갔다.


“그래. 참으로 끔찍한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 자기는 단지 자기가 수사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고 싶을 거야. 사건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말이지.”


“그래서?”


가브리엘이 내뿜는 연기가 그녀의 입술을 가렸다. 그녀는 다시 한번 고개를 쳐들고는 연기를 내뿜었다. 가브리엘은 그를 노려보듯이 유심히 살피더니


“솔직하게 내게 이야기해 줄 수 있어? 앙투안!”


가브리엘이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을 앙투안은 좋아하지 않았다. 가끔씩 그녀는 그녀가 던지는 질문에 앙투안이 끽소리 못하게 하려는 의도인지는 몰라도 말끝마다 그의 이름을 갖다 붙였다.


“매번 같은 식이야. 정말!” 앙투안이 짜증을 내지 않으려는 것이 역력했다.


“우리가 함께 한 지도 벌써 1년 가까이 되어가. 이젠 이런 관계도 지긋지긋해. 자긴 날 이용하고만 있어. 그것이 나를 힘들게 해. 단지…….”


“단지 뭐?”


그녀가 갑자기 머리를 꼿꼿하게 쳐들었다. 그녀의 두 눈은 한 곳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고 목소리 또한 높아져 있었다.


“내 말 따라 하지 마! 정말 신경질 나네. 난 그 누구 하고도 관계하고 싶지 않아. 매번 위험한 상황에 빠뜨리는 자들은 이젠 정말 지긋지긋해.”


“난 형사야. 삶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마저도 감내해야 하는.” 앙투안이 솔직히 대답했다.


가브리엘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피우다 만 담배를 유리창 가두리 돌 장식 위에 놓인 재떨이에 비벼 껐다.


“여느 형사들하곤 다르지! 전에 자기의 무용담을 내게 들려주었듯이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어느 여자건 막론하고 양심적으로 최소한의 그 무엇을 주었기 때문에 도망칠 수 있었던 거야. 내가 그러한 자기의 용감한 행동들을 믿었기에 자긴 연금술사[2]의 비밀을 찾으러 떠날 수 있었던 거고. 템플 기사단의 비밀도 마찬가지야. 저승[3]을 오갈 수 있다는 걸 잊지 말라고. 그리고 또 한 가지 자긴 내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고 생각해…….”


“아! 그래! 난 뛸레의 히틀러 잔당들을 잊고 있었지. 자유분방한 카사노바의 추종세력이 속한 이단 역시 잊고 있었어. 그들은…….”


“그만해! 제발! 난 프리메이슨 단의 활약을 다룬 인디아나 존스의 여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냐. 난 그 시대 사람이 아니란 말이야.”


“이의 있습니다. 당신의 명예를 생각하시오! 그는 결혼하지 않았습니다.” 앙투안은 마치 설사로 더러워진 어정쩡한 태도로 즉답을 회피하려고 골몰하는 동시에 머릿속에 떠오른 말들을 마구 쏟아냈다.


가브리엘은 앙투안이 화내기 일보 직전이라 생각했는지 그를 달래려는 듯 엄지와 검지로 앙투안의 코뼈 부근을 문질러댔다.


“자긴 내가 무얼 말하려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


유혹의 쾌활한 분위기는 유리창에 의해 가려진 소용돌이 연기 구멍과 같은 길로 이어져있었다. 앙투안은 일어서서 그녀를 두 팔로 꼭 껴안았다.


“넌 내가 시시콜콜한 개인적 삶을 감내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나? 난 결혼에 실패한 사람이야. 서로를 속고 속이는 관계들뿐이었어. 딱 한 번 여자에게 몰입하고자 노력했던 것 같아. 그렇지만 그녀는 죽었어.[4] 그리고 너에게 미쳤어. 하지만 난 네게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어. 설사 이러한 이야기들이 나를 몰아세우는 이유가 된다 할지라도 말이야.”


가브리엘은 앙투안의 두 팔에 안긴 채 가만히 있었다. 대리석 석상은 그러나 앙투안의 두 손이 몸을 어루만질 때마다 뜨거워져만 갔다.


“놀랍군. 하지만 그건 자기 문제야. 난, 나는 자기가 탐문 수사하는 동안 자기를 한없이 기다리면서 내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아. 마찬가지로 자기 운수에 따라 흔들리고 싶지도 않고. 알았어?”


앙투안은 그녀의 등 뒤에서 다시 껴안으려 했지만 그녀가 뿌리쳤다.


“미안! 그런데…….”


아파트 문 열쇠를 꽂는 부분에 열쇠 돌리는 소리가 들렸다 끊겼다. 두 사람은 동시에 서로 눈길을 주고받았다. 민첩하면서도 불안한 눈초리였다. 가브리엘이 앙투안의 소맷자락을 잡아당겼다.


“자기 누굴 기다리니?”


“아니! 이 시간에 누가 온다고. 거실에 있어봐.”


앙투안은 소파에 내던진 옷에서 글로크 권총(오스트리아에서 제조한 것으로 프랑스 경찰이 착용하는 권총)을 빼어 들고는 살금살금 문 가까이 다가갔다. 총을 쥔 손에 힘이 더해졌다.


아마도 그녀가 옳았을 수도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의 삶에 갑자기 위험한 상황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었다. 앙투안은 문 저쪽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


불이 켜져 있질 않아 계단을 오르내리는 통로는 전혀 보이질 않았다. 뇌리를 재빨리 스쳐가는 인물들, 그러나 살인범들이 찾아올 리는 만무했다. 더군다나 그들은 이미 도망친 상태였다. 그렇다면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려고 남아있는 그들 가운데 한 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만일 요상한 이리라면? 그녀 또한 그에게 빚진 게 많았다.






[1] 프리메이슨 단의 세 계급인 초보, 미숙련 장인, 장색(명인)을 가리키는 용어 가운데 하나.


[2] 『피의 형제(Le Frère)』, 흘뢰브 누아르(Fleuve Noir), 2007, 포켓 문고, 2008 참조.


[3] 『찬란한 지옥(Lux Tenebrae)』, 흘뢰브 누아르(Fleuve Noir), 2010, 포켓 문고, 2011 참조.


[4] 『암살자들의 십자가(La croix des assassins)』, 흘뢰브 누아르(Fleuve Noir), 2008, 포켓 문고, 2009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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