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102화
[대문 사진] 18세기 프랑스의 프리메이슨을 묘사한 도자기 접시
제2부 27-2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
지금 현재
앙투안은 발밑에서 나무쪽을 깐 바닥널이 삐걱거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한 발 한 발 현관 입구로 조용히 다가갔다. 문은 거의 손에 잡힐 듯한 거리에 있었다. 가브리엘이 그의 등 뒤에서 속삭이듯 물었다.
“아파트 열쇠를 갖고 있는 사람이 또 있어?”
앙투안은 그녀에게 잠자코 있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문이 활짝 열렸다. 앙투안은 권총을 겨누고는 소리쳤다.
“정지! 경찰이다. 멈추지 않으면 쏜다!”
애 띤 얼굴을 한 십 대 아이가 현관 입구에서 모습을 나타냈다. 고개를 돌려 앙투안 마르카스가 겨눈 총구를 보는 순간 얼어붙은 듯이 제자리에 멈춰 섰다. 앙투안은 허탈한 표정으로
“너 미쳤니……. 빌어먹을……. 잘났어, 정말! 어서 와!”
자신의 아들을 총으로 쏠 뻔한 상황에 아찔해진 앙투안은 총구를 아래쪽으로 향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아이가 자기 자식인 것에 대해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걸 못 참겠다는 듯이 꽥꽥 소리를 질러댔다.
“피에르! 내가 항상 말했지? 너 문 열기 전에 초인종부터 누르라고.”
“너 알아? 아이를 살해하는 건 무기징역이란 걸? 내가 미쳤지. 네게 이야기한 내가 잘못이다…….”
들었는지 말았는지 아이는 거실로 성큼성큼 걸어가서는 가브리엘을 발견하고 일순 가만히 서있었다.
그녀는 다정한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다봤다. 키가 크고 말랐으며, 고집불통의 인상에 얇은 입술 등 모든 것이 앙투안을 빼다 닮았다. 어린 데다가 머리카락은 금발이며 불룩하게 튀어나온 이마하고 후리후리한 눈매는 완전히 어린 앙투안이었다.
아이는 회색빛 진 바지 차림에 검고 하얀 사각형이 뒤죽박죽 디자인된 셔츠를 입고 어깨에 가방을 둘러매고 있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에게 들으라는 듯 마르카스가 팔짱을 낀 채로 말했다.
“자! 소개할게. 이쪽은 내 아들 피에르이고 이쪽은 여자친구인 가브리엘. 자 서로 인사 나누고.”
그런 그를 가브리엘이 싸늘한 눈초리로 쏘아보았다.
“여자친구? 앙투안! 자기 참 정확히 날 보았네. (그리고 그녀는 아이에게로 고개를 돌리고는 잠깐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만나서 반가워. 네 아빠가 뭔가를 숨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당신에 대해서도 제게 전혀 이야기한 적이 없어요. 뭐든지 숨기기를 좋아하는 프리메이슨 단의 일원이라서 그런가 봐요.”
피에르는 가브리엘이 앉아있던 의자에 자리 잡고 앉았다. 앙투안이 아이에게 물 잔을 내밀었다. 그러자 아이는 물을 단숨에 들이켜고는 빈 물 잔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뭘 먹어?”
앙투안은 아이 앞에 서있는 채였다.
“우리? 메추라기. 네 건 모르겠는걸.”
“네 잔 깨부순다?”
“그렇게 말하지 말라 했지?”
가브리엘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앙투안의 팔을 잡았다.
“자! 함께 먹도록 하자. 좋은 생각이지 않니? 두 마르카스는 함께 식사하고 난 혼자 먹을 게. 얼마나 다행이야!”
피에르는 젊은 여자는 쳐다보지도 않은 채 아빠에게 곧바로 말을 붙였다.
“최고! 유모가 넘치네. 다른 여자들 같지 않아. 아빠가 이야기한 소개팅으로 만난 인생 실패했다는 자칭 화가라고 말하던 여자. 꼴값을 떨어요!”
앙투안은 천장을 쳐다보았다. 가브리엘이 웃었다.
“정말? 더 잘해 주도록 노력할게. 기대해도 좋아!”
“모르겠어요. 당신은 다른 이들보다도 훨씬 나이 들어 보여요.”
가브리엘은 눈 하나 깜빡거리지 않고 아이를 향해 다정다감한 미소를 지었다.
“귀엽네……. 너 역시 훨씬 어려 보여. 그런데 그게 뭐야? 포켓몬 좋아하니?”
아이는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멍청한 짓 할 나이는 지났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은 마르카스저승사자에요.”
“피에르! 그만해! 됐어. 이젠.” 앙투안이 으르렁거렸다.
“그러면 난 아름다운바다의따귀때림이야.” 가브리엘이 피에르의 앞 접시에다 메추라기 요리를 담으면서 응수했다.
잠시 둘은 서로를 쳐다보더니 그녀가 먼저 웃음을 터뜨렸다.
“얘는 완전 마르카스 혈통을 이어받았나 봐……. 지 아빠를 꼭 빼다 닮았어.”
“아냐. 지 엄마 닮았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지 엄마가 하던 것과 같아. 다른 점이 있다면…….”
앙투안의 입가가 일그러졌다. 점점 매번 아들 녀석이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덤비는 꼴이 어느덧 1년도 더 된 것 같았다. 이제는 지 엄마가 하던 것마저 따라 했다. 아이에게서는 오직 냉랭한 분위기만이 감돌았다. 그러나 앙투안은 모든 게 사춘기여서 그러려니 여기는 눈치였다.
“너 내게 말하려 했던 것이 그게 다야?”
“아니. 열쇠를 집에다 놓고 나왔어. 엄마는 돈 벌러 저녁에 나갔고. 그래서 밤을 여기서 보낼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온 거야. 물론 마담 포켓몬을 방해하지는 않을 거야.”
앙투안은 아이에게 뭐라 할 마음조차 사라졌다. 오늘 저녁은 아니었다. 특히나 가브리엘과의 말다툼이 있었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앙투안은 아이에게 뭐라 하는 것을 단념한 채,
“오케이! 니 엄마에게 문자메시지 남길 게. 비디오 영화 본다고 할까? 내 생일날 네가 선물한 벤저민 게이트를 함께 본다고?”
아이는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으휴! 고작 생각해 낸 것이. 템플 기사단의 보물을 찾는 이야기나 아빠 미국 형제들 이야기들은 안 돼. 에구! 걱정되네. 차라리 좀비를 다룬 영화 워킹 데드나 철의 왕관 같은 걸 대면 안 돼?”
“템플 기사단들하고 프리메이슨이 뭐 잘못한 거라도 있니?” 가브리엘이 아이에게 물었다.
“템플 기사단은 어이없는 짓만 일삼는 볼로[1] 일뿐이에요. 이런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아무도 믿지 않아요. 프리메이슨 역시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예요." 눈 깜짝할 사이에 메추라기를 먹어 치우면서 아이가 그녀에게 대꾸했다.
“그럼, 나 역시도 황당하다고 생각하니?”
아이는 그렇게 묻는 자신의 아빠를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당연하지! 내가 들은 바로는 프리메이슨 단원들은 교묘한 수법으로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는 거야. 심지어 정치인들과 결탁하여 돈세탁까지 하고 있다는. 영국인이 더 워처[2]란 블로그에 올린 예기가 그래. 더 워처는 여러 나라들에서 활약하고 있는 프리메이슨에 관한 어마어마한 음모들을 파헤치고 있는 희한한 사이트야. 한 번 봐바.”
앙투안은 한숨을 내쉬며 천장만 올려다보았다. 자신의 아들이 틀림없는 아이는 프리메이슨에 관한 음모론자들이 꾸며낸 이야기들에 속아 넘어간 것이 분명했다. 더군다나 이들 사이트들을 마치 실제인 이야기인양 생각하고 있는 것도 확실했다. 이젠 어쩌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 같았다. 앙투안이 탄식을 쏟아내며,
“좋아, 좋아! 다음 주 목요일 저녁에 내 단짝 상관들하고 있을 때는 얌전히 잘 있어야 한다. 남들은 모두 벨기에 왈룬 인들인 우리의 형제들이 음모를 꾸며 벨기에를 침공하고 병합한다는 걸 예견했다고들 하지. 총사령관 형제가 침공 계획을 수립했다고 말이야. 만일 네가 원하면 난 얼마든지 네 영국 단짝 블로그에 관한 정보들을 네게 들려줄 수 있어.”
“비웃지 마! 그 사이트에 얼마나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은지 알기나 해?” 피에르가 대들 듯 대꾸했다.
“아빠가 좋아하는 음침한 이야기들에 관해서 말이야.”
“너는 그걸 믿니?” 가브리엘이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다시 시무룩해진 얼굴로 피에르가 물을 마셨다.
“몰라요. 프리메이슨은 아주 피곤한 사람들[3]이라고 모든 신문들마다 떠들어대고 있어요.”
앙투안이 치즈가 담긴 접시를 들고 다시 식탁으로 왔다.
“오늘 있었던 얘길 들려주겠는데, 오늘 아침 엘리제 궁전에서 대통령을 만났는데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내가 템플 기사단 보물을 찾은 거에 대해 칭찬했어.”
“그래 바로 그거야. 대통령은 아빠에게 레지옹 도뇌르 훈장도 수여했겠지. 가족에게는 1프로도 안 되는 보물을…….”
피에르는 고개를 끄덕이는 가브리엘을 향해 몸을 돌렸다.
“어, 제 말을 알아들었네요. 아빠는 나를 완전히 멍청이로 취급하고 있어요.”
“아냐, 정말 사크레 쾨르 대성당에서 보물을 발견했어.” 진지한 표정으로 가브리엘이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핸드폰에 찍힌 전화번호는 차량 번호판 조회 사무국 전화번호였다. 앙투안은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지켜보고 있는 가브리엘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호흡이 점차 가빠져왔다. 이제부터냐 아니면 완전히 끝장난 일이냐만 남아있었다.
“뭐 확인하신 거 있으십니까?”
“예, 수사반장님! 차량은 도난차량입니다.”
앙투안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리라고 생각은 했습니다만, 그들이 아비스(Avis)나 유럽카(Europcar) 같은 렌터카 회사에 모습을 드러낸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꼭 그럴 것 같았었는데.”
“그건 아니지만, 그들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1] 볼로(bolos)는 흔히 대화체에서 쓰이는 속어로 ‘멍청하고 바보같이 무모한 짓만 벌이는 이’를 가리킨다.
[2] 자의적으로는 ‘지켜보는 이’ 또는 ‘선거사무소 입회인’이란 뜻.
[3] 본문의 나즈(nazes)란 말 역시 구어체 속어로 ‘잡놈들’, ‘피곤하게 구는 사람들’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