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군대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아무리 이쁜 하늘이어도 군대에서 보았던 하늘은 그 하늘이 너무 이쁠수록 내 마음 한쪽에 뭔가 모를 답답함이 쌓였었다. 군대에서는 제법 하늘을 많이 보는 편이었다.
기상나팔 소리에 잠에서 깨면 비가 오는지 안 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하늘을 봤었다. 비가 오면 실내점호를 했으니까, 실내점호라는 것은 한겨울 상의탈의를 안 해도 되고, 아침 뜀걸음을 안 해도 되며, 무엇보다 5분 더 침상에 누워있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자정에 출발하는 야간행군을 할 때는 하늘의 색이 바뀌는 것을 보면서 걸었다. 걷고 또 걸을수록 등에 짊어졌던 군장은 더욱이 내 어깨를 짓눌렀지만 어두웠던 하늘색이 점점 밝아지는 걸 보면 밤새 걸었던 행군이 끝나감을 알려주는 행복한 시계처럼 느껴졌었다.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은 공포와 온몸에 있는 구멍에서 진물이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의 화생방 훈련을 마쳤을 때, 지독했던 화생방실에서 나와 봤던 하늘은 너무나 보고 싶었던 하늘이었다.
산에서 진지를 파고 밤새 경계훈련을 해야 하는 혹한기 훈련, 삽으로 땅을 파고 또 파다 보면 추운 땀이 계속 흘렀다. 그때 나는 하늘이 더는 어두워지지 말라고 붙잡고 싶었었다. 하늘이 어두워지면 곧 땀이 마를 것이고, 땀이 마르면 추운 한기가 스멀스멀 전투화 속에 땀내 나는 전투복 속에 스며들어 밤새 떨어야 했었으니까. 혹한기의 긴 밤하늘이었다. 계급이 낮았을 때는 참 무거워 보였던 하늘이 계급이 높아질수록 점점 가벼워 보였던 것도 신기했다.
휴가를 나갈 때의 하늘은 그 하늘을 다 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며칠 동안 누리는 사회의 하늘은 모두 내 차지였으니까. 속절없이 지나갔던 휴가를 복귀하고 현관문과 같은 위병소를 막 지났을 때의 하늘은 한 끗 차이로 더없이 우울했었다.
탄약고에서 야간경계근무를 설 때의 하늘은 같이 근무 서는 동료와 함께 바라보는 밤하늘이었고, 별의별 이야기들을 다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운치 있던 하늘이었다. 하루일과를 마치고 보았던 하늘은 그날을 마감하면서 겹겹이 쌓여있던 군생활을 하나씩 지울 수 있었던 고마운 하늘이었다.
가끔 그때의 하늘이 그립기도 하다.
그래서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아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