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보내는 '답장을 바라지 않는 메일'
친구야. 깊어가는 일요일 밤이다. 지금은 남아있는 휴식을 조금 더 쪼개서 누리고자 하는 마음하고 다가오는 새로운 한 주가 주는 분주함이 공존하는 시간인 것 같아. 이 시간이 주는 적당한 긴장감은 아직도 어색하기만 하다. 그래도 평안한 밤을 보내길 바란다.
이 밤에 너에게 나누고 싶은 문장이 있어.
"소설가 이승훈은 '사랑하는 자는 알아가려는 숙제를 떠맡은 자'라고 했다."
사랑하는 자는 알아가려는 숙제를 떠맡은 자.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 마음속에 그를 위한 공간을 내주어야 한가 봐. 그가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어야 그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알 수 있으니까 말이야. 그는 어떤 사람인지, 빠른 템포의 일상을 가진 사람인지, 적당히 느슨한 속도를 즐기는 사람인지, 속에 있는 말을 편하게 나누는 사람인지, 속 이야기를 하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오롯이 그 만을 생각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니까 말이야.
그렇다면, 사랑의 대상이 사람을 넘어서 내가 보내고 있는 일상이거나, 매일 몸담고 있는 직장이거나 아니면 당장 끝마쳐야 하는 그 무엇이라면 어떨까? 만일 지금 당장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있다면 그걸 사랑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을 알아가는 시간 그렇게 사랑해 내야 하는 시간이 꼭 필요한가 봐. 저 문장을 읽고 나서 내 마음속에 내어준 공간이 얼만큼인지 돌아보게 되더라.
또 한편, 그 사랑의 대상이 나 자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고 나의 모든 모습들을 용납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나에 대해 온전히 알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더라. 그럼 자존감이라는 것도 나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가진 마음의 결이 어떻게 만들어져 온 건지 이해한다면 내가 가진 못난 모습들도 조금은 수용할 수 있을 것 같아.
친구야. 저 문장을 조금 더 생각해 보니까, 이 세상에 나를 알아가기 위한 숙제를 떠맡은 누군가가 있다는 말로도 해석이 되더라. 나를 알기 위해서 잠시 일상을 멈추고 마음속에 나를 위한 공간을 내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참 행복한 사람일 거다.
굳밤!